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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터즈] Chapter12: 질투. Episode 46

Papillon, 2021-02-21 12:09:07

조회 수
123

새벽공기가 아직 서늘하거늘, 상처를 헤집는 칼날은 불길처럼 뜨거웠다.

?

크윽!”

?

허공을 울리는 비명과 함께 전신을 타고 넘나드는 격통.

차라리 죽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사내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의 살을 헤집는 이 잔인한 쇳덩이는 급소를 모두 피하면서 죽음이 아닌 고통만을 허락했다.

?

빌어먹을!’

?

삶과 죽음의 경계 곁을 노닐며, 사내는 속으로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이래 죽음이란 배고픔 다음으로 익숙한 개념이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것이 도시의 빈민들에게 주어진 운명. 그렇기에 그는 언젠가 죽음이 귓가에 속삭이더라도 놀라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필 지금일 줄이야.

고작해야 몇 시간 전에는 출세의 동아줄을 잡았다고 여겼건만. 지금은 이렇게 푸줏간에 걸린 고깃덩어리처럼 칼날이 살점을 후벼파는 처지가 되었다니. 문득 복받쳐오는 서러움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지만, 사내는 필사적으로 참기 위해 노력했다.

언뜻 보면 최후의 자존심처럼 보이는 행위. 그러나 사내가 눈물을 참는 것은 고작해야 밥값조차 되지 못하는 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여기서 눈물을 흘렸다가는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 지금 사내의 눈앞에 있는 이는 눈물 때문에 자신의 손이 더러워졌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내장을 파버릴 수 있는 존재다.

그 사실을 떠올리며 사내는 미쳐버릴 것 같은 고통과 울고 싶은 서러움에도 필사적으로 흐르려는 눈물을 참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스름이 태양의 빛에 잡아먹히기 시작할 무렵, 사내를 향해 가해지던 고문 또한 끝을 고했다.

?

견뎠다.’

?

그 사실에 가슴에 느껴지는 묘한 성취감. 이 지옥을 끝까지 견뎌낸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하는 한편, 사내는 탁한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로 자신을 고문하던 이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아닌 멧돼지를 연상시키는 사내였다.

키는 어지간한 사내보다 머리 두, 세 개 정도는 컸고, 허벅지는 성인 여성의 허리보다 굵었다.

그야말로 터무니없을 정도의 거한.

그 덩치에 걸맞게 근육의 양 역시 인간보다는 고릴라 같은 유인원에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보어헤스 가의 사내들과는 달리 지방이 뒤섞여 아름다워 보이진 않았다.

하나, 그것이 무슨 대수이랴?

마법사라면 모를까? 평범한 왈패에게 미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가치였다. 오히려 마력을 쓸 수 없다는 걸 고려하면, 지방이 남아있는 것이 실전에 유리하리라.

거한의 이름은 제스. 일명 빈민가의 왕.

그는 빈민가 최대이자 카다스 최대의 범죄조직 레스트의 현 수령이자, 지금 고문받는 사내가 들어가고자 했던 조직의 두목이었다.

?

, 다시 묻지.”

?

동경이 사라진 사내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남아 자신을 내려다보는 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 괴물 새끼에 대해 뭐 아는 게 있나?”

?

야수처럼 누렇게 물든 이를 드러내며 사내를 위협하는 제스. 지속해서 괴물을 언급하는 그를 바라보며, 사내는 머릿속에서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어젯밤, 야시장에서 아이 하나를 납치하려고 했던 사내는 괴물과 마주했다.

해골 투구를 쓴 기사처럼 생긴 괴물.

갑자기 나타나 사내를 끌고 간 괴물은 조직의 근거지를 물어왔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괴물의 모습을 떠올리니 다시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는 사내의 몸.

하지만 제스가 다시 칼을 들자, 사내는 필사적으로 떨림을 멈출 수 있었다.

?

빌어먹을 새끼.’

?

자신의 뼈를 부러뜨려 기지의 위치를 알아낸 괴물을 향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위협하는 제스를 향해서일까?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사내는 회상을 이어갔다.

사내는 괴물의 손에 들린 채, 조직의 기지로 향했다.

그때 사내는 살 수 있으리라 여겼다. 아무리 대단한 괴물이라도 조직원들이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다.

하나 운이 없게도 (괴물의 정체를 생각하면 당연하게도) 조직은 괴물과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녀석 앞에서 머릿수란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했다.

10.

어중이떠중이들이 그 괴물에게 팔다리가 모두 부러지는 데 걸린 시간이다. 제스나 조직의 강자들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살짝 달라졌을지도 모르나, 그때 우연하게도 그들은 외출 중이었다.

운이 나빴다면 거기에 있는 모두가 죽었을지 모르지.

그러나 그들에게는 다행히도 다른 괴물이 나타났고, 자신들을 공격한 괴물은 도망쳤다.

그것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외출에서 돌아와 이 광경을 목격한 제스는 노발대발했고, 책임자를 찾았다.

결국 지목된 것은 사내.

그 시간부로 사내는 지금까지 쉬지 못하고 고문당했다.

?

다시 한번 묻는다.”

?

조금 전까지 사내의 살을 헤집던 칼을 혀로 핥으며 제스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그 괴물 자식은 뭐냐?”

?

분노한 기색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차분한 음성. 그 목소리에 묻어나오는 진득한 살기에 사내는 움찔거리며 입을 달싹였다.

?

, 그게.”

?

뭔가 중요한 것이 있으면 좋으련만.

머릿속 기억의 함을 뒤져보아도, 괜찮은 것이 쉬이 잡히지 않았다.

사내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혹여나 괜찮은 것이 떠오르지 않을까 부족한 머리를 혹사했다.

상대의 이름은? 기억이 없다.

상대의 능력은? 봤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

상대가 나타난 이유는? 고작해야 어린애 때문이다.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아무런 가치도 없어 보이는 정보들. 하지만 다행히도 제스가 지루함을 느끼기 전에 사내는 그럴싸한 단서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

아이린 수녀의 보육원!”

?

사내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대상. 하나 그 속에 환희가 실린 것을 눈치챘는지 제스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

그 자식은 보육원 아이들을 도우러 나타납니다!”

?

그날, 그가 납치하려던 아이는 보육원 문장이 새겨진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다른 부랑자들의 말에 따르면, 보육원의 고아들이 위협을 당할 때마다 그 괴물 녀석이 나타났다고 한다.

우연이 겹친다면 그것은 필연일 터.

?

분명 거기랑 관련이 있을 겁니다!”

?

사내의 필사적인 발언이 마음에 들었는지, 제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부하에게 턱짓했다.

?

풀어줘.”

?

!

바닥에 부딪힌 통증과 함께 느껴지는 자유의 감각. 여전히 죽을 것처럼 아프기는 하지만, 제대로 치유만 받는다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보내는 사내. 그런 사내에게 제스 웃으며 화답하는가 했더니.

?

살려서 연금술사 거리에 넘겨.”

?

죽음보다 더한 운명을 내렸다.

?

, 안돼!”

?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조직원들의 모습에, 사내는 겁먹은 목소리를 내며 애벌레처럼 버둥거렸다.

?

연금술사 거리라니!’

?

제대로 된 연금술사라면 모를까, 연금술사 거리에 있는 녀석 중 다수는 실험체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의 형상을 유지할 수도 없을지도 모르지.

사내는 필사적으로 저항을 시도했지만, 부러진 팔다리와 칼로 헤집어진 살로는 꿈틀거리는 것이 고작이다.

?

차라리 죽여!”

?

결국, 사내는 다른 조직원들의 손에 들려 나갔다. 곧이어 문밖에서 들려오는 저주의 말들. 그러나 제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잠시간의 침묵.

?

그러면 보육원이나 가볼까?”

?

이윽고 들려온 제스의 목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

?

?

다시 보육원 의뢰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다른 길드원 누구도 탐내지 않는 일. 거기에 에스텔에게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명분까지 더해졌다. 길드 마스터는 내게 고맙다는 말까지 하며, 나를 보육원으로 보냈다.

물론 그녀로서는 진짜 이유 따위는 절대 알 수 없을 테지만.

오른손을 들자, 거기에는 섬세한 솜씨로 만든 흰 고릴라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야시장에서 만난 소녀가 가지고 있던 인형.

그리고 사도가 휩쓸고 간 범죄조직에서 발견된 물건.

?

정말 그 아이일까?’

?

나는 자신의 포부를 말하며 환하게 웃던 소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빅토리아. 원장인 아이린 수녀를 제외하면 보육원 최연장자이자, 굉장히 밝았던 아이.

나는 그녀와 사도를 머릿속에서 비교해 보았다.

?

닮았던가?’

?

언뜻 닮은 것 같다고 떠올리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저어 이를 털어냈다.

?

외형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

사도의 외피는 제각각. 당장 블레어만 해도 사도의 모습은 거구인 데 반해, 실상은 미녀처럼 보이는 가녀린 미남자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아야 하는 건 행동 패턴인데, 솔직히 이쪽은 더 거리가 멀었다.

그 아이가 성인군자라고 여기진 않았다. 하나, 꿈을 말할 때를 보면 최소한 착한 아이라고 말할 수는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사도가 되어서 사람들을 그렇게 박살 내고 다닌다고? 아무리 범죄자라고 해도?

?

옛 군주에게 휘둘리고 있는 걸까?’

?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이 역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옛 군주 중에는 분명 사도를 휘두를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나 역시 계약 초기에는 이드라 님에게 휘둘리는 것이 없잖아 있었으며, 블레어 또한 이골로냑의 의도대로 움직이긴 했다.

하지만 그 이타콰가?

쾌활하게 웃던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면 이 역시 상상하기 힘들다.

?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가능성이지.’

?

만에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든 계약을 파기할 것을 종용해야만 한다.

?

하지만 어떻게?’

?

결론을 내자마자 다시 떠오르는 의문.

이에 답하기 위해 부족한 머리로 계책을 쥐어짜 보았지만 영 신통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

그런데 정말 그걸로 되는 건가?”

?

에스텔의 질문 덕에 나는 쥐가 날 것처럼 혹사당하던 머리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쓸모가 있냐고?

?

글쎄요?”

?

그녀의 질문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목을 쓰다듬었다.

평소라면 이드라 님의 신기 탓에 금속의 감촉이 느껴질 터. 그러나 싸구려 천 특유의 묘한 감각만이 손끝을 타고 들어올 뿐이다.

?

다친 사람으로 보이려나?’

?

사도라는 걸 숨기기 위해 이드라 님이 조언해 준 방도인데. 솔직히 이걸로 괜찮은지 모르겠다.

?

정말 이걸로 되는 걸까?’

?

언뜻 보니 에스텔 역시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다.

?

[물론이다.]

?

하지만 이런 우리의 태도와는 별개로 이드라 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단호하게 대답하셨다.

?

[다른 옛 군주라면 본녀도 이런 허술한 방책을 쓰진 않았으리라. 아니, 그걸 넘어 그대가 직접 나서지도 못하게 하였겠지. 하나, 이번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느니라.]

어째서인가요?”

?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

[그야 상대가 이타콰이기 때문이니라.]

?

기대와는 다르게, 이드라 님은 마치 자명한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 답하셨다.

그 대답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

이타콰 님이라면 그때 융합 변이도 알아챈 분이 아니십니까? 그렇다면 오히려 주의해야 할 텐데요?”

?

그 당시 이타콰는 아무렇지도 않게 융합 변이의 정체를 파악했다.

그런 그라면 이 정도 속임수는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을 터. 이런 눈속임으로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여겨지지는 않았다.

?

[. 지금이 전장이라면 그대의 말이 옳을지어다. 하나, 일상에서라면 이타콰는 그대를 눈치채지 못할지니.]

?

그러나 다시 이어진 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드라 님에게 돌아온 것은 웃음뿐.

?

[이타콰, 그 녀석이 바보이기 때문이니라.]

, 그렇군요. 이타콰 님이 바보……?”

그게 무슨?”

?

결국 이어진 이드라 님의 말씀에 별생각 없이 대답하던 나는 물론이고, 에스텔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바보라고? 신이?’

?

그게 말이 되나?

옛 군주는 아무리 한미하다 하여도 인간에 비하면 방대한 힘과 지식을 지닌 존재다.

그런 존재가 바보라니…….

?

[우자란 반드시 지능이 떨어지는 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현자에 가까운 지식을 지닌 이 역시 어리석을 수 있으며, 일자무식의 코흘리개 어린아이 역시 때에 따라서는 현자가 될 수 있느니라.]

그건 그렇지만…….”

[이타콰는 분명 옛 군주이며 영혼을 보는 감각 또한 그 어떤 신보다 뛰어나노라. 하나, 그자는 싸움터가 아닌 곳에서는 진심을 보이지 않으니. 뭔가 이상하다고 여겨도 그저 넘겨버릴 것이니라.]

그 정도입니까?”

[본녀보다 더 무사들과 죽이 맞는 녀석이라고 하면 이해하겠느냐?]

?

그 말을 듣자 왠지 바로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당장 내 옆에 있는 모범적인 소여의 기사님도 가끔 이상할 정도로 바보 같은 일을 하지 않는가?

?

지금 뭔가 무례한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에스텔이 슬쩍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잘못 대답했다간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은 압박감.

?

아무것도 아닙니다.”

?

나는 슬쩍 대답을 회피하고는 걸음을 재촉했고, 그녀가 재촉하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

다 왔네요.”

?

살짝 탐탁지 않아 보이는 에스텔의 표정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보육원 정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철컥.

작은 금속성과 함께 열리는 문.

잠시 심호흡을 한 내가 그 문틈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

네가 왜 여기서 나와?”

?

갑작스럽게 문 앞에 나타난 소녀의 모습에 나는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빅토리아.

우연인지 아니면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나는 문 앞에서 그녀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

?

*** ***

?

?

하하하하! 애들이랑 놀아주러 온 거구나!”

?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레고르에게 잠시 경계심을 보이던 빅토리아였지만, 이는 곧 눈 녹듯이 사라졌다.

심부름꾼 길드의 의뢰.

그 한마디만으로 빅토리아는 모든 걸 이해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걸 넘어서.

?

지금은 애들 낮잠 시간이니까 내가 안내해줄게!”

?

그렇게 외친 빅토리아는 그레고르의 팔짱을 끼더니 그를 끌고 걸음을 옮겼다.

그야말로 호의 그 자체인 태도.

상대방에게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는 걸 생각하면 쾌재를 불러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빅토리아의 살짝 빈약한 몸이 그레고르의 팔이 닿을 때마다 에스텔은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

어째서냐?’

?

본래 계획대로라면 그녀 또한 빅토리아와 친해져야만 한다. 이성인 그레고르와는 달리 동성인 그녀는 더 친해질 수 있다는 계산 또한 했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니 도저히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

싫다.’

?

그레고르에게 이상할 정도로 달라붙어 있는 저 아이도. 저 아이를 거부하지 그레고르도. 그저 싫을 뿐이었다.

?

알고 있다.’

?

이런 자신이 어리석다는 것쯤은. 오히려 지금이라도 저 아이와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 정도는 머리로 쉽게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심장이 용납하지 않았다.

질투.

그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감정. 그 감정을 모른 채로 에스텔은 그저 인상을 찌푸린 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에스텔의 마음이 시궁창에 깊이 처박힌 것처럼 변할 무렵, 어느새 세 사람은 보육원을 한 바퀴 돌아 정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러기 무섭게.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보육원 문이 갑작스럽게 열렸다.

?

, 뭐야!”

이게 무슨?!”

?

그와 함께 즉시 떨어지는 두 사람.

그 모습에 살짝 고소를 흘리면서도 에스텔은 문으로 들어오는 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벅. 저벅.

들려오는 발소리.

그 소리는 정돈되어 있었지만, 여럿이서 내는 것이었다.

이윽고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소리.

?

뭐야? 보육원이라더니 꽤 괜찮은 여자들이 있잖아?”

?

그르렁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거구의 사내가 수하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제스. 빈민가의 왕이 도착했다.

?

Papillon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2-21 17:58:50

먼저, 운영진 권한으로 게시물의 주소를 변경했음을 알려드릴께요.

이것은 게시물의 임시저장 시점에서 주소가 부여되고 임시저장된 게시물의 등록시점에서 등록순서가 결정되는 XE의 기술적인 특성상 두 행위 사이에 다른 게시물이 등록될 경우에 주소와 등록순서가 고르지 않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에 부득이하게 고쳐놓은 것이므로 양해를 부탁드릴께요.


그러면 이제 내용에 대해서 감상을 쓸께요.

빈민가의 왕 제스는 굉장히 끔찍한 인물이네요. 잡혀온 사내가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할 정도로 목불인견의 상황이 자행되는 연금술사 거리에 그를 넘기다니...그러고 보니, 시프터즈의 작중의 연금술사에 대한 인식 및 실상은 현실세계의 역사나 연금술이 등장하는 다른 창작물보다도 훨씬 안 좋은 것 같네요. 에스카와 로지의 아틀리에같은 분위기는 아예 연목구어가 현실적이고, 음흉한 마귀할멈 따위는 아예 상대도 안될 레벨로...


아이린 수녀의 보육원이 이렇게 엮이네요.

그 보육원의 아이들이 말하는 천사의 존재라든지 이타콰의 사도 빅토리아 등 여러모로 이해불가한 기괴한 것들이 넘쳐나서 제가 그레고르라도 분명 머리를 싸쥐고 고민했겠죠. 정말 이런 걸 답이 없다고 말하는 듯...


이타콰에 대한 이드라의 평가도 의외이고, 게다가 마지막에 제스가 보육원에 나타난 것도 예측 밖이었어요.

생존의 문제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빈민가의 특성일까요. 제스의 과감한 행동력은...

Papillon

2021-02-26 03:57:35

연금술사들의 인식이 나쁘다기보다는 '연금술사 거리의 연금술사'들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에 가깝습니다. 당장 선역인 오드리부터가 연금술사니까요. 이 세계에서 연금술은 공학+생화학+약학에 가까운데, 실험을 위해 상당한 돈이 필요합니다. 어딘가에 소속된 연금술사들은 그래서 지원을 받아서 실력을 키우지만, 연금술사 거리의 연금술사들은 무소속이거든요. 현실로 치면 대학에도 기업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면허나 학위가 있는지도 불확실한 정체불명의 화학자+공학자인데 이미지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타콰는 우자와 현자가 뒤섞인 것 같은 캐릭터입니다. 이드라의 경우, 그의 우자로서의 면을 더 많이 보았기 때문에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다만, 이는 이드라와 이타콰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기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스의 행동력은 빈민가의 특성도 있지만, 본인의 성격의 영향이 큽니다. 거기에 항상 이런 식으로 해서 성공했으니, 그 성격이 고쳐질 연유도 없었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매운맛을 보게 될 겁니다.

SiteOwner

2021-03-21 20:19:50

이번 회차는 시작부터가 끔찍합니다.

죽음이 아닌 고통은 이미 투병생활 때 겪어봤다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몸이 찌릿찌릿해집니다.

제스는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자 그것을 말한 사내를 연금술사 거리에 넘겨 버리는군요. 무슨 괴상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악명높은 연금술사 거리에...


평온하게만 보였던 아이린 수녀의 보육원에 풍파가 닥치기 전.

역시 골머리를 앓는 그레고르, 불안한 기색의 에스텔 모두 부지불식간에 다가올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빅토리아의 행동을 본 에스텔은 더욱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고, 단 1초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뭔가 일어나면 그게 진짜 위기일 것입니다.


결국 제스와 그의 무리가 들이닥쳤군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Papillon

2021-03-23 02:16:22

연금술사 거리의 악명은 이 세계관에서 꽤 유명합니다. 다만, 역으로 평범한 사람이 연금술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곳 역시 그곳뿐이라는 점은 일종의 아이러니이지요.


제스의 무리는 소동을 일으킬 예정입니다만, 거기에 있는 인물들을 생각하면 그 끝이 좋을 리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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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illon 2021-02-28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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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00화 - 한 조각 맞춰진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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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하트어택 2021-02-25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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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99화 - 차디찬 공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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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하트어택 2021-02-21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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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터즈] Chapter12: 질투. Episode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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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98화 - 차디찬 공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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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97화 - 차디찬 공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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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하트어택 2021-02-14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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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터즈] Chapter11: 천사. Episode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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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illon 2021-02-14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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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8. 인생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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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라이츄 2021-02-14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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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96화 - 차디찬 공기(1)

| 소설 4
시어하트어택 2021-02-11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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