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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07화 - 잘못 짚은 번지수

시어하트어택, 2021-05-03 07:56:28

조회 수
127

“호오, 그래?”
미켈은 매쿨을 스윽 보더니, 태연히 팔짱을 끼고 말한다.
“매쿨 너도 무사하지는 못할 텐데.”
“해 봐라, 어디...”
매쿨이 막 언성을 높이려는데.
갑자기 매쿨의 몸이 기우뚱거린다. 매쿨이 딛고 서 있는 계단이 흐물흐물거리고 있다. 그것도 마치 한순간에 늪지대로 변해 버린 것처럼.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 매쿨은 급히 난간을 잡아 보려 팔을 뻗는다. 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마자, 계단의 난간도 금방 물렁거리기 시작한다.
“하앗- 흐으...”
어떻게든, 매쿨은 손을 뻗어 계단 난간을 잡는다. 다행히 잘 잡힌다. 조금 흐물거리기는 하지만, 잡고 버티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어떻게든 난간을 잡고 버티기는 하지만...
“읏... 뭐가... 뭐가 이상한데...”
손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이상하다. 불쾌하도록 이상한 느낌이다. 매쿨은 얼른 왼손을 난간에서 뗀다.
하지만, 손을 뗴어 보니...
“뭐... 뭣... 이... 이 자식...”
손바닥이 온통 끈적끈적하다. 거기에다가 보통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그런 감촉도 아니다. 손바닥에,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가 않는다.
손바닥을 본다.
하지만...
손바닥이 흐멀흐멀 녹아내려 버렸다... 손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 정도일 줄이야. 파울리 네 녀석, 제법인걸.”
“뭐가? 나는 그냥 맛보기로만 보여 준 거야. 네 녀석을 저기 판타지 같은 데 나오는 슬라임처럼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옆에서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현애의 머리에 잔뜩 들던 어지러움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여전히 몸의 중심을 못 잡고 어딘가에 기대야 하는 건 마찬가지기는 하지만.?
“후...”
매쿨은 심호흡을 한번 한다.
“내가 네 녀석을 좀 얕잡아 봤나 보군.”
“왜, 네 한계를 깨달은 건가? 깨달았으면 이제 그만 가라고. 더 험한 꼴을 보기 전에.”
“훗...”
매쿨은 코웃음을 치고는 주먹을 더 꽉 쥔다.
“겨우 이 정도로 네 녀석에게 내 요구조건을 관철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큰 오산이었어.”
“음? 큰 오산?”
“그래. 네 녀석이 어설프게 나오면, 나는 내 능력을 더 보여 줄 수밖에 없지!”
매쿨이 막 그렇게 외친 순간.
“읏?”
갑자기, 현애의 머리가 뒤로 꺾이는 듯한 느낌이 밀려온다. 몸이 뒤로 넘어가려고 한다. 현애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조금이나마 움직여 볼 수 있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뭔가 조금씩 움직여 보려는 것조차 힘들다. 팔을 뻗어 보려고 하면 혈관과 신경을 타고 강한 전류가 올라오기라도 하듯 찌릿거리고, 발을 좀 움직여 보려고 해도 발가락 전체가 찌릿거려서 움직이기가 힘들다.
안되겠다.
몸이 점점 바닥 쪽으로 넘어진다... 이대로라면 머리가 바닥에 닿고 만다... 이대로라면!
그때.
“위험해!”
미켈의 목소리가 멍멍하게 들려오더니...
손바닥의 감촉이, 등에 닿는다. 조금 지릿거리기는 하지만.
“으... 으...”
“괜찮아?”
등뒤에서 미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앞이 팽팽 돌아서 뭐가 뭔지 분간이 안 가기는 하지만, 얼핏 등에 느껴진 감촉으로 볼 때, 뒤로 넘어지려는 걸 미켈이 받쳐 줬을 것이다.
“아읏...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너 뒤로 넘어가려고 했어. 그것도 완전히 막 죽으려는 사람처럼!”
“읏... 뭐가 뭔지 팽팽 돌아서 모르겠는데...”
“일단 여기서 쉬고 있어. 이 상황은 내가 어떻게든 끝내 줄 테니.”
하지만.
현애의 오른손은 허공에서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어디에 미켈이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그저 손을 내저을 뿐이지만, 미켈에게 읽힌 그 손짓의 뜻은 확실하다.
“아니, 이봐. 나보고 도울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쉬고 있어야 할 상황인데?”
“사... 상관없다니까... 내가... 내가...”
“이봐. 이건 허세 부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지금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잖아. 이 상태로는 저 녀석을...”
“아니, 괜찮대도...”
“하하하, 역시 허세란!”
매쿨은 대놓고 들으라고 큰 소리로 조소한다.
“그렇게 되어 가지고서 뭘 한다는 거지? 그리고 도와 달란다고 곧이곧대로 달려가는 녀석도 마찬가지고! 이런 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지!”
어느새, 매쿨이 다가왔다. 현애와 미켈의 바로 앞까지.
“파울리! 네놈의 운도 여기까지인 것 같군.”
“이 자식!”
“자, 파울리, 골라라.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첫째, 순순히 네 녀석과 네 동업자 녀석들이 가져간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돌려주고 테르미니에서 당장 사라질 것.”
“네가 말하는 그 ‘정당한 권리’라는 게 뭔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니까.”
미켈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묻는다.
“좋아, 두 번째는?”
“지금 여기서 나한테 네 그 잘난 동업자와 함께 빌빌거리며 빌다가, 스코프 컴퍼니로 가서 사이좋게 처단당하기.”
“하아아...”
미켈은 크게 한숨소리를 내뱉는다. 그러면서 매쿨을 가만히 흘겨보며, 매쿨을 바로 본다.
“그러시단 말이지.”
“그래. 둘 중 하나, 선택하는 거다.”
“응? 나보고 뭘 선택하라고?”
“여기서 순순히 물러나 주느냐, 아니면 끝까지 버티다가 처단당하느냐! 둘 중 하나 말이다!”

“하, 핫, 핫, 핫...”
별안간, 미켈이 반쯤 정신이 나간 듯 웃기 시작한다.
“하하하하... 그래.”
“뭐냐? 갑자기 헛것이라도 본 거냐?”
갑자기 변한 미켈의 모습에 매쿨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자, 오히려 미켈은 그것을 입꼬리를 올려 받아친다.
“분명 네 전략은 괜찮았어. 내가 아닌 옆에 있는 사람을 괴롭혀서,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는 것이었지. 안 그래?”
“......”
“하지만, 틀렸어. 애초에 번지수를 잘못 짚으니까 뭘 해도 안 되는 거 아니야. 나한테 그 스코프 녀석들의 전령질을 하러 왔으면, 좀 더 생각하고서 와야 했는데!”
“그래? 그러면 어떻게 해 줘야 하나?”
매쿨이 다시 한번 조소한다.
“이 자리에서 바로 처단해 줘야 하나?”
“유감스럽지만 모두 아니지.”
“하, 하하하! 이것 참 어이가 없어서. 그럼 내가 강제로 답을 줄 수밖에 없겠군!”
매쿨은 잠시 헛웃음을 짓다가, 살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미켈에게 달려든다.
“말을 해도 못 알아먹는 녀석들에게는 이렇게 하는 수밖에...”
하지만, 바로 그때.
“큭...”
매쿨의 오른손이 매쿨의 목을 억세게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손은, 매쿨의 손이 아니다.
어느새인가, 미켈의 손이 마치 매쿨의 손처럼 자연스럽게 거기에 달라붙어, 매쿨의 목을 옥죄고 있다. 덧붙여, 매쿨의 손은 미켈의 팔뚝에 붙어 있다!
“이 자식, 이딴 짓을...”
“어떤가, 이제 다른 선택지가 생기지 않았나?”
순간적으로 목이 졸려 당황한 나머지, 매쿨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뭘 하러 왔는지도 잊어버린 채, 졸려 버린 목을 푸는 데 온 정신을 다한다. 일단은 목이 어떻게든 풀려야 뭘 하든 말든 할 테니까...
“이 손, 이 손...”
“왜?”
“언제 내 손하고 바꿔 붙여놓은 거냐!”
“나한테 한참 떠벌릴 때 알아챘어야지. 그것도 못 알아채서야 어떻게 내게서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겠어.”
“이딴 짓을 해 봤자, 내 투쟁심만 더 커질 뿐이다. 각오해라. 그 다음에는...”
바로 그때.
“매쿨이라고 했지?”
매쿨의 등뒤에서, 현애의 목소리가 들린다. 매쿨이 신경쓰지 못한 사이, 두 발로 일어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조금 휘청거리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네 능력은 한 번에 한 사람에게밖에 못 쓰는 모양이야. 안 그래? 거기에다가 집중을 안 하면 금방 풀려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이게...”
“그렇지 않았으면, 질문해야 할 대상인 파울리를 놔두고 애꿎은 나만 공격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두 사람에게 다 쓸 수 있었으면 진작에 둘 다 공격해서 네가 원하는 답을 받아냈겠지. 내 말이 틀린 건가?”
“다, 다, 다, 닥쳐라!”
매쿨은 애써 소리를 높이지만, 그의 얼굴에 짙게 드리운 당황한 기색은 이미 감출 수가 없을 정도다. 미켈이 붙여놓은 팔을 떼느라 쩔쩔매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쿨은 악을 써 가며 소리 지른다.
“모든 건 다 내 계획에 있었던 거다. 너희들이 내 큰 그림을 어찌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한번 내 능력을 다 보여주면, 너희들 모두 나한테 살려 달라고 빌어야 할...”
매쿨이 막 뭐라고 하며, 몸을 돌려 현애에게 덤빈다. 매쿨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순간 또다시 온몸이 기우뚱거리는 듯하다. 매쿨은 기회는 이때라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서 덤벼든다.
하지만...
“으극...”
매쿨의 두 손에 감각이 없다. 아까 전에 손바닥이 녹아내릴 때와는 다르다. 다급하게 얼른 두 손을 들어본다.
두 손이 얼었다.
그것도 마치, 두 손을 막 급속냉동고에 넣었다가 뺀 것처럼.
움직이기조차 힘들다!
“으... 으윽...”
“진짜로 보여 주고 싶었다면 진작에 그걸 보여 줬어야지.”
“내 손을 못 쓰게 한다고 해서, 내가 너희들을 제압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어느새, 매쿨은 미켈의 팔을 떼어서 던져 버리고, 다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눈을 불태우고서.
“자, 이제 너희 둘 모두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내가 내 완전한 능력을 보여 주면, 너희들 모두...”
“호오, 그러셔?”
매쿨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 현애는 매쿨의 말을 가로막고서 여유있게 받아친다.
“네가 말하는 그 완전한 능력은, 볼 일이 없을 거야. 아마도.”
“뭐, 뭣...”
매쿨이 미처 대꾸해 보기도 전.
깨닫는다.
냉기가 타고 올라온다.
그의 발부터 시작해서, 몸통, 팔, 머리까지 시원하게 얼려 버린다. 잔뜩 원망하는 얼굴을 한 채, 매쿨은 얼음상이 되어 풀썩 그 자리에 쓰러져 버린다.
“하, 이렇게 끝났네. 이 녀석은.”
꽁꽁 얼어버린 채 쓰러진 매쿨을 내려다보며, 미켈은 조소하듯 한 마디 한다.
“덤벼들려면 좀 상대를 파악하고 덤볐어야지.”
“그래. 물어볼 사람도 잘못 골랐고...”
현애도 매쿨이 안쓰럽다는 듯 말한다.
“상대방의 능력이 뭔지도 몰랐고.”
“그나저나 너, 괜찮은 거야?”
한숨 돌린 미켈이 현애에게 걱정스럽게 묻는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현애는 아까 있었던 일은 모두 잊은 듯, 아니면 아까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다.
“이 정도면 뭐... 괜찮다고 봐야 하는 거겠지...?”
“당연하지. 그건 그렇고...”
현애는 시계를 본다. 어느새 시간은 8시 35분을 가리키고 있다.
“얼른 준비해! 9시면 출발하잖아.”
“아... 그렇지.”
현애의 말에 오히려 미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럼... 8시 50분에 1층 로비에서 보자고.”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5-03 14:07:25

소파의 팔걸이같은 곳의 불안정함도 영 기분나쁠 때가 있죠. 물컵이나 음료수잔 같은 건 위험해서 놓지 못하고 표면이 단단한 협탁에 놔야 하는 것처럼...갑자기 뭔가 물렁해진다면 순간 멈칫할 건 확실하겠죠. 물론 매쿨도 인간인 이상 당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황판단도 냉철하고, 가공할 능력도 지녔고...이것에 현애가 위험하네요. 게다가 동업자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도 여전히...


그런데, 미켈의 능력에 굉장히 신기한 게 있네요?

손을 바꿔치기하는 참으로 기묘한...그리고 이것으로 매쿨도 제압되었네요. 이 건도 낙착...

시어하트어택

2021-05-09 22:00:33

사실 저 손 바꿔치기 능력도 연체화 능력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좀 응용력이 있어야 하는 거지만요...

SiteOwner

2021-05-07 20:41:08

번지수 못찾고 저러는 사람들 보면 정말 살의가 확 느껴지지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저런 경우를 당해본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가, 고등학교 영어시간 때 있었던 일. 교사가 제 이름을 부르면서 본문을 읽으라고 하길래 지시대로 읽으려 했다가 교사가 대뜸 제 멱살을 잡으며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일단 폭력부터 행사하는 어른 경험담 참조). 그게 생각나다 보니 저 매쿨이 후환을 어떻게 감당할 건지도 좀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이 상황의 해소가 급선무이지만...

시어하트어택

2021-05-09 22:01:36

일단 매쿨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몫'을 빨리 찾아오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게 뭔지는 조금 스토리가 진행되면 드러나게 될 거고요. 물론 번지수 잘못 짚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 버렸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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