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쓴 글인 비판이 죄악시되는 사회상이 정착한다면에 이어서 그 사례를 하나 다루어 볼께요.
"오욕의 역사" 라는, 대학내 운동권들이 수십년째 쓴 구태의연한 어구가 언론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보고, 비판의 기술이 낮다 보니 저런 자폭논리가 횡행해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행태가 표면화된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어요.
자세한 전말은 아래의 기사를 참조하시면 되어요.
민주 “용산, 오욕의 역사 있는 곳”…이준석 “선거 끝나고도 저열”, 2022년 3월 17일 조선일보 기사
지난달 글에서 말했던 것이 있어요.
비판이 죄악시되면 제대로 정교하게 비판하는 것도 떨어지게 된다. 누군가를 악마화하여 편파적인 여론몰이를 한다. 건전한 논의 대신 말싸움만 횡행한다. 이 세 논점에서 봤을 때 "오욕의 역사" 운운이 자승자박이 된 이유는 이렇게 분명해져요.
첫째, 용산이 오욕의 역사가 있다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어떻게 되는가의 문제.
용산이 청군 및 일본군의 주둔지로 쓰인 역사가 있어서 오욕의 역사를 지닌 땅이라면, 그 땅은 그럼 다른 역사는 들어서면 안된다는 것인가요. 독립했고 민주화된 시대에도 여전히 오욕의 역사 운운하면서 차별받아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이미 20세기 전반에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은 우리나라의 영토 전부는 오욕의 역사가 입혀졌으니 어디든지 쓰여서는 안된다면 동의할 것이며,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니까 독도 또한 그 논리로 배척할 것인가요. 이에 대해서는 왜 조용한 것인지.
둘째, 상대를 악마화하기 위해서 관련있는 것 없는 것 다 끌어대서 여론몰이를 하는 문제.
우리나라의 문제는 자주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옳은 것이죠. 여기서 일본이 왜 나오는 건지. 아직도 진정한 독립은 되지 않았다는 이상한 논리를 끌어와서 독립운동가들을 폄하해야 속이 시원하고 누대의 원한이 풀린다는 것인지. 그리고 풍수는 또 뭐라는 걸까요. 그것들이 나쁘다는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그나마 달리 볼 여지도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악마화를 위해서 여론몰이를 해봤자 무슨 소득이 있을지는 의문이예요.
셋째, 대안도 설득력 없는 비판도 없는 자승자박의 문제.
그렇게 오욕의 역사니 하면서 상대를 악마화하고 싶다면 말싸움을 할 게 아니라 저항을 해야죠. 이를테면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든지, 대선결과에 불복한다든지. 그러면 될 일이죠. 하지만 그 경우 현재의 대통령이 누구이고 여당이 어디인지를 묻는 순간 자동으로 반박되기 마련이죠. 현실은 저항이 아니라 말싸움이니까 결국 소기의 목적 달성에는 철저히 실패하고 있어요. 대안으로 비판하는 것만큼은 하기 싫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말싸움에 귀기울여줄 사람이 많다고는 보이지 않아요.
그들의 발언은 그들의 것이니 그들이 책임져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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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2-03-18 23:54:57
늘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독 근거가 우려먹는 것마냥 변화가 없고 주장을 끼워맞췄단 생각이 드네요. 걸핏하면 치욕의 역사, 걸핏하면 정신적 독립. 물론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지만, 언제까지 과거만 바라보고 있으려는 걸까요? 특히나 역사를 공부하는 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인데, 저들이 말하는 걸 보면 그저 '과거를 답습하기 위해서'로밖에 안 보입니다. 외국에게 침략당하고 지배당했던 역사를 묻어둔다고 해서 그게 없던 일이 됩니까? 저들에게는 원인 없는 결과도 있는 것인지 참 궁금하네요.
마드리갈
2022-03-19 00:07:07
"오욕의 역사" 주장은 결과적으로 우물에 독을 풀어놓는 꼴밖에 되지 않아요. 그 역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과 지역이 어디에 있을 것인지를 반문하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을 생각조차 하기 싫은지, 파블로프의 개를 비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죠. 사실 저 행태는 파블로프의 실험에 나오는 조건반사 그 자체거든요.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역사에 정통한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니예요. 아는 것이 많지도 않으면서 정치적 신념만 장난아니게 강한. 즉 잘 모르는 사람이 아집만 끝간 데 모르고 세다 보니 뭐가 어떻게 잘못된지도 몰라요.
카멜
2022-03-23 00:37:31
제가 21세기 2022년 대한민국 포털사이트에서 청와대가 풍수적으로는 가장 좋다는 말을 봐야겠습니까??
도대체가 다들 뭐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건 정치적으로는 그럴수도 있고, 경제적으로는 그럴수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각각 이성적, 논리적으로 의견을 전개해야죠. ‘오욕의 역사의 공간’이요? 당시 일제가 용산만 지배하고 다른 지방은 자유로 내버려두기라도 했다는건가요? 청와대 앞은 대놓고 조선총독부가 있었는데, 청와대 또한 오욕의 역사입니까? 이치에 맞지 않는 말로 악다구니를 써대니 보는 입장에서는 허탈한 웃음밖에 안나올 뿐입니다. 본인들이 무슨말을 하는지는 스스로 알고 있을까요??
마드리갈
2022-03-23 12:17:26
"오욕의 역사" 운운해서 친일몰이를 시도한 것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결국 그렇게 해서 얻은 게 없죠. 그러니 더불어민주당이 오욕의 역사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다가 이제는 1조원 운운하는데, 실제로 이전만으로 그렇게 다액이 소요된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일본의 JR하카타시티라든지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일가의 저택 같은 게 신축 총비용, 즉 순수한 건설비는 물론 토지취득, 설계, 감리, 각종 설비공사 등을 모두 포함하여 그 정도 들었는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여러 보안요소가 감안된다고는 하더라도 그 주장만큼 비용이 든다는 것은 다른 사례를 참조해 보아도 거짓이 드러날 뿐이죠. 비판의 기술이 모자라니 일단 친일몰이를 했는데 그것도 안되니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서 반대하는 게 그것도 충분히 설득력이 확보되지도 않고, 정말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대통령집무실 이전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 풍수 운운은 유홍준 당시 광화문시대위원회장이 발언했던 것(2019년 1월 4일 서울경제 기사 참조). 현임대통령이 지키지 못한 공약을 차기대통령이 실천하겠다는 게 뭐가 잘못이며,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집무실 이전안에 풍수가 이유인 거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가 아니면 또 무엇일까요? 이런 것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