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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일본 북해도 아사히카와시의 중학교 2학년 여학생 히로세 사아야(廣瀬爽彩, 당시 14세)가 아사히카와 시내의 공원에서 동사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어요. 그 학생은 2019년에 시립중학교에 입학한 이래 활기찬 학교생활을 구가했지만 집단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하면서 삶이 급격하게 망가져 갔어요. 하천에 뛰어들기도 했고, 학교측에 괴롭힘을 당한다고 알렸지만 대응은 전무했고 그저 "남을 괴롭힐 애들이 아닌데요" 내지는 "장난이 지나쳤을 뿐이고 악의는 없었다" 등의 반응으로 그 호소가 묵살되기 일쑤였어요.
그 여학생은 올해 2월 13일, 종적을 감추었어요.
그리고 다음달인 3월에, 아사히카와 시내의 한 공원의 눈이 녹자, 그 속에서 동사한 시신으로 발견되었어요. 그렇게 히로세 사아야는 14세의 나이로 쓸쓸한 죽음을 맞게 되었어요.
위에서 "장난이 지나쳤을 뿐이고 악의는 없었다" 라고 말한 사람은 그 중학교의 교감으로, 히로세 사아야의 어머니가 공개한 수기에 따르면 이런 발언도 했다고 하네요.
"10명의 가해자의 미래와 1명의 피해자의 미래, 어느 쪽이 중요합니까. 1명을 위해 10명의 미래를 망쳐도 좋습니까?"
이 사안에 대해서는 아래의 2건의 기사를 참조해 보셔도 좋아요.
("진상을 알고 싶다" 아사히카와 중2 사망, 유족이 수기, 2021년 8월 18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피해자보다 가해자 10명의 미래...중2 여학생 사망에 학교가, 2021년 8월 19일 TV 아사히 기사, 일본어)
이 사건에서 특히 가슴아프고 또한 분노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의 교감의 발언의 성격.
일단, 위의 TV 아사히에 소개된 교육평론가 호세이대학 명예교수 오기 나오키(尾木直樹, 1947년생)의 발언을 인용해 볼께요.
학교는 절대적으로 은폐하려 듭니다. 무사태평주의로 태만함을 관철합니다. 이것은 왜 그런가 하면, 폐쇄된 사회라서 그런 것입니다. 벽 속에 딱 둘러싸여 있는 안에서 논리를 전개하는 것. 죽은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10명만이 아니라 학교와 학생도 한패가 되어 자신을 괴롭히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니 절망해 버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닫힌 사회 안에서 누군가 1명을 지목해서 그를 희생양으로 삼으면 되는 것.
저도 중학생 때 학교에서 교사 주도의 학대의 대상이 되었고 비슷한 성격의 말을 들어봤다 보니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아요.
"너 하나 조용하면 세상이 편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네요.
로마제국의 군인에 가해진 형벌 중 데시메이션(Decimation, 라틴어 Decimatio)의 경우가 오히려 더 공평한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데시메이션은 480명 내외로 조직된 한 코호트(Cohort)를 10명의 집단으로 소분류한 뒤에 길이가 각기 다른 10개의 지푸라기로 제비뽑기를 하여 가장 짧은 지푸라기를 선택한 1명을 다른 9명이 때려 죽이는 형태의 형벌이었어요. 그리고 남은 군인들은 통상적인 식량인 밀 대신 저급의 것으로 여겨진 보리를 배급받고 진지구축 업무에 강제동원되었어요. 이 형벌의 대상에는 개인의 죄책의 정도, 계급 등은 일절 고려되지 않고, 장교라도 그 처벌대상이 되는 코호트 내에 있고 제비뽑기의 결과 데시메이션의 대상이 되면 예외없이 다른 군인의 칼, 몽둥이, 돌 등에 맞아 죽고 말았어요. 그 로마제국의 형벌인 데시메이션은 오늘날 학살을 의미하는 어휘로 정착되었어요. 이것 또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거였지만, 맞아 죽은 1명은 목숨으로, 그리고 살아남은 9명은 신분하강과 거친 잡역으로 속죄했다는 데에서 최소한 저 여자중학생의 집단괴롭힘에 대한 학교측의 반응이나 저에게 돌아온 말보다는 그나마 덜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니까요.
아사히카와시 교육위원회에서는 제3자위원회를 설치해서 조사할 예정이라는데...
이제 그 교감과 10명의 가해자는 행복하겠네요. 그 피해자 1명은 이제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었고, 더욱 중요한 가해자 10명의 미래는 지켜냈으니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조사를 받아서, 이번에는 사회 전체에 대해서 대를 위해 희생하는 소가 되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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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대왕고래
2021-08-21 18:33:39
남이나 괴롭히는 10명을 위해서 괴롭힘 당하는 사람 하나가 죽어도 된다니, 본인들이 괴롭힘당하는 처지가 되어도 같은 논리를 내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내세울 수 있든 없든 저는 생각을 그만둘래요. 어느쪽이든 어이가 없으니까...
마드리갈
2021-08-21 21:14:30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논리에 자승자박당해야 깨닫겠죠.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건 당연지사.
이런 희생양 만들기(Scapegoating)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앞으로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드러날 거예요. 하지만 지금 후회해도 늦었을 거예요.
정말, 세월이 흘러도 인간이 쉽게 안 변한다는 것을 이렇게 새삼스레 깨닫게 되네요.
Lester
2021-08-22 15:05:23
정말 기묘하게도, 만화 GTO(구 정발명 '반항하지마!')를 보면 이와 굉장히 유사한 내용이 나옵니다. 집단따돌림의 피해자와 가해자 학생(사실 여기에는 더 복잡한 뒷사정이 있지만 자품 전체의 스포일러이므로 생략), 자신의 자리 보전을 위해 피해자 학생의 실종을 한낱 거짓말로 치부하며 무마하려고 드는 '교감', 모종의 이유로 실내스키장에서 '동사'할 뻔한 피해자 학생... 해당 상황에서 문제의 교감과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사를 들어보면 더더욱 황당합니다.
우치야마다(구 정발명 산전) 교감 : "꼭 그런 장난을 치는 학생이 있어요! 학생이란 게 다 그렇다니까?! 우리 교사를 바보 취급하고... 그런 놈들이 하는 말을 일일이 듣다간 한이 없어요! 그러니까 학교로 돌아가! 10년만 담임 맡아봐, 맡는 학생이 어림잡아 400명이라고! 그까짓 학생 하나, 400분에 1이야, 400분에 1!"
오니즈카 에이키치(구 정발명 영길) : "이 바보야!!! 학생이 죽어가고 있다는데 자기 생각밖에 못하냐?! (중략) 10년 담임 맡으면 400명이니까 400분에 1이라고? 웃기지 마! 그게 네가 어머니 임종도 못 지키고 목표로 삼은 훌륭한 교육자의 모습이냐? 당신한테는 400명의 학생 중 겨우 한 명일지 몰라도... 학생에게 담임은 단 한 명밖에 없단 말이야!!"
이 쪽은 그나마 만화라서 주인공 보정을 받아 해피엔딩이 됩니다만, 무려 1997년작의 일이 2021년에 그대로 벌어졌다니 정말로 슬프고 기가 막히기 그지없습니다.
마드리갈
2021-08-22 15:56:34
섬찟할 정도로 같은 논리가 등장하네요.
그것도 1997년작 창작물에 나왔던 위기가 24년 뒤인 지금에는 더욱 지독한 현실로 구현되고...
그리고 오니즈카 에이키치는 정말 제대로 된 교육자예요. Great Teacher Onizuka라는 표현이 절대 이상하지 않네요.
본문에서 언급한 사건이 아사히카와에서 벌어진 것이라서 저는 이것도 같이 생각났어요.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섹스를 하는 통칭 야도카리엔코(ヤドカリ援交) 가출여고생과 26세 독신남 직장인의 만남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다룬 "수염을 깎다, 그리고 여고생을 줍다(ひげを剃る。そして女子高生を拾う。)" 라는 소설 및 애니. 여기서는 아사히카와의 여고생 오기와라 사유가 친구 마사카 유코가 집단괴롭힘을 당한 끝에 그녀가 보는 앞에서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목격한 게 나와요. 이에 충격받은 사유는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다가 어머니의 폭언에 분노하여 결국 가출해 버리고, 사업가인 오빠로부터 공여받은 자금도 다 바닥이 나자 6개월 동안 도처를 떠돌아다니며 아사히카와를 벗어나고 북해도 밖까지 나가 버리죠. 그리고 도쿄에 도달해서는 독신남 직장인 요시다의 집 근처 골목의 가로등 아래에 앉아 있었고 고백을 거부당하여 실의한 요시다에게 재워 달라는 부탁을 해요. 그 오기와라 사유는 요시다와 동거하면서 가사를 수행하는가 하면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어 같은 또래의 여고생 유키 아사미와도 교류하고, 요시다의 직장동료인 미시마 유즈하 및 요시다의 고백을 거부했던 직장상사 고토 아이리와도 만나게 되면서 과거의 야도카리엔코 생활에서 얻은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었고 행방을 계속 찾던 오빠와도 재회하게 되어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가서 어머니와도 화해하고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되어요. 그리고 다시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요시다를 재회해요. 처음에는 돌아갈 곳이 없어서 재워달라 했지만 이제는 돌아갈 곳이 있더라도 재워달라고 하고 싶다고.
이렇게 창작물 속에서 오기와라 사유는 비참한 일을 겪었지만 그래도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현실의 히로세 사아야는 결국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죽어갔어요. 정말 꼭 이랬어야 하는 것인지...
또 하나 안타까운 사례가 있기도 해요.
2007년 상반기에 수원시에서 14세 소녀가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어요. 한동안 신원특정도 되지 않아서 방송을 통한 공개수배로 그제서야 그 소녀의 부모가 나타났고, 누가 그 소녀를 죽였는지는 영원히 규명이 불가능하게 된데다 수사과정에서 누명을 쓴 사람들도 다수 있었어요. 이제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설령 진상이 알려져 진범이 잡힌다 한들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마드리갈
2022-03-29 00:41:30
2022년 3월 29일 업데이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시교육위원회의 제3자위원회는 히로세 사아야(廣瀬爽彩, 당시 14세) 사망사건에 대해 집단괴롭힘이 있음을 인정하고 유족측에 보고했음을 천명했어요. 상세사항은 근일중에 추가로 공표되어요.
아사히카와시에는 당초 청취조사결과 집단괴롭힘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나 방침을 바꾸어 괴롭힘방지추진법의 중대사항으로 인정한 후에 제3자의원회가 조사를 개시했어요. 이에 대해 쿠로와라비 신이치(黒蕨真一, 1962년생) 교육장은 괴롭힘대책 강화 및 교육행정에의 신뢰회복에 전력을 다할 것을 말하였고 이마즈 히로스케(今津寛介, 1976년생) 아사히카와 시장도 유족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死亡の中2女子、いじめ認定 第三者委が遺族に報告―北海道・旭川
(중2 여학생 사망사건을 괴롭힘으로 인정 제3자위원회가 유족에 보고 -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2022년 3월 28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마드리갈
2023-02-08 18:05:13
2023년 2월 8일 업데이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서 일어난 집단괴롭힘 및 여자중학생 동사사건에 대하 2차가해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어요.
피해자 히로세 사아야(廣瀬爽彩, 당시 14세)양의 어머니는 인터넷상에 명예훼손성 기고를 한 여성에게 250만엔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아사히카와지방재판소에 제기했고 피고측도 싸울 자세를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피고측은 여전히 익명성을 방패로 하고 있는데다 현행법상 피고의 신원을 공표할 수도 없어요.
일본내에서 유사사례에 대한 청구액은 대체로 100-150만엔 정도로 형성되어 있지만 비방중상의 문장의 내용이나 투고건수에 따라 고액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대체로 해결되는 경우가 50-60%, 가해자가 무자력인 경우가 20-30%, 나머지가 "명예훼손에 비해당" 된다고 주장하여 더 큰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의 강경대응은 확실히 주목되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旭川女子中学生凍死 ネット上に「被告の実名報道を」の声が続出も弁護士は「難しい」
(아사히카와 여자중학생 동사 인터넷상에서 "피고의 실명보도를" 의 목소리가 속출해도 변호사는 "어렵다", 2023년 2월 1일 AERAdot. 기사, 일본어)
마드리갈
2023-06-23 14:03:11
2023년 6월 23일 업데이트
일본 홋카이도의 집단괴롭힘문제 희생자인 히로세 사아야(廣瀬爽彩, 사망당시 14세)에 대한 트위터에서의 비방중상코멘트에서 아사히카와지방재판소가 6월 15일에 투고자에게 유족에게 165만엔을 배상할 것을 명령하였어요. 당초 250만엔의 손해배상이 청구된 것에 대해 판결된 가액은 66%로 통상적인 명예훼손 민사재판의 판례에 비하면 근소히 높게 나왔어요.
이 판결에 대해서 히로세 사아야의 어머니의 대리인은 "명예훼손의 성립이 인정된 것은 정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판결이 인터넷상의 경솔한 투고를 예방하는 데에 일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라고 입장을 밝혔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ツイッターで遺族の名誉を棄損 投稿者に165万円の賠償命令 旭川いじめ問題
(트위터에서 유족의 명예를 훼손 투고자에 165만엔 배상명령 아사히카와 괴롭힘문제, 2023년 6월 15일 STV 기사, 일본어)
마드리갈
2023-10-06 23:15:54
2023년 10월 6일 업데이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여자중학생 히로세 사아야(廣瀬爽彩, 사망당시 14세) 양의 죽음에 대해 발간된 보고서의 내용 중 유족의 의향에 따라 비공개처리된 각종 괴롭힘의 상세사항이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어요. 현재도 제3자위원회 주도의 조사가 진행중인 지금 진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대응의 불비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요. 그 중에는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강요당한 것이나 촬영된 피해자의 나체시진 등을 가해 여학생들이 확산시킨 등의 것들도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正直何も思ってなかった」自慰行為強要、わいせつ画像拡散のイジメ加害生徒らを直撃【旭川14歳女子凍死】《報告書流出か?》
("사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자위행위강요, 외설사진 확산 등의 괴롭힘 가해학생들을 직격 아사히카와 14세 여자 동사 보고서 유출되었나?, 2023년 10월 6일 분슌온라인 기사,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