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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역사인물 열전-보에몽 1세

콘스탄티노스XI, 2017-01-22 19:27:31

조회 수
124

우리나라에는 잘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에 어느정도 공헌하고, 또 어느정도 한몫한 인물들에 대해 비정기적으로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이글이 첫번째가 되겠군요. 첫인물은 안티오크 공국의 지배자이자 노르만 정복자의 피를 이어받은 이인 보에몽 1세입니다.


보에몽은 남이탈리아의 노르만 정복자인 로베르 가스카르가 그의 전처 알베리다 사이에서 낳은 자식중 한명입니다(보에몽 외 딸이 몇명 있음, 후처 사이에서 아들이 몇명 더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비잔티움 정복을 결의하면서 그에게 서부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대신 정복지의 상속권을 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정복에 따라나서게 됩니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종군하면서 여러가지 활약을 하지만, 비잔티움의 황제 알렉시오스 1세가 아풀리아일대의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사주하면서 로베르의 병력을 둘로 가르게 한사이 알렉시오스에게 격퇴되고 발칸에서 쫓겨납니다.

이후 기스카르가 다시 제국을 침공하면서 다시 보에몽은 기스카르의 군대에 종군합니다. 베네치아 해군의 방해를 뜷고 그리스일대에 상륙한 기스카르와 보에몽은 서그리스일대를 먹고 잘나가지만 진지내에 역병이 들어 기스카르는 죽고 그의 동쪽 정복지를 상속받은 보에몽도 역병의 여파로 약화된 군대를 이끌다가 알렉시오스에게 격퇴당해 쫓겨납니다. 

이후 보에몽은 기스카르 사후 혼란의 연속이었던 남이탈리아사이에서 타란토를 얻어내고, 아말피를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다시 남이탈리아를 통합해 비잔티움을 공격할 준비를 하려했을겁니다. 그러다가 십자군이 선포되면서 그는 아말피를 내버려두고 조카인 탕크레드와 함께 500명의 기사를 이끌고 콘스탄티노플로 갑니다. 한편, 알렉시오스입장에서 보에몽의 접근은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안그래도 비잔티움은 당시 군중십자군의 패악질로 인해 국경지대 마을들이 약탈당하고, 정규십자군중 일찍 도착한 부류인 고드프루아 드 부용등과는 충성서약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었거든요. 이상황에서 보에몽이 고드프루아와 합세하면서 서그리스에 영유권을 주장하거나, 고드프루아의 설득을 조건으로 서그리스의 일부를 요구한다면 제국입장에서는 큰 골칫거리가 되었을것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순순히 충성서약을 하면서 고드푸르아와 충성서약관련으로 의논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그가 그동안의 야망을 버리고 황제를 돕기위해 십자군에 나갔다고 판단하면 오산입니다. 실제로 그는 알렉시오스에게 제국내 아나톨리아군 총사령관을 요구했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알렉시오스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외교적 수사를 써서 거부합니다만.)

이후 보에몽은 십자군 전쟁에서 대활약을 벌이는데, 대표적으로 도릴라이온 전투에서 침착한 지휘로 투르크 군을 격퇴하고, 안티오크 공성전에선 안티오크로 오는 이슬람 지원군을 격퇴하면서 피루즈라는 아르메니아인과 안티오크 성주 야기 시안의 갈등을 이용해 안티오크를 함락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물론 그가 안티오크의 정복자가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안티오크를 빨리 기습하자는 툴루즈의 레몽의 의견을 반대하는등 그의 사익을 위해 십자군을 말아먹을뻔 한건 사실입니다.)

한편, 안티오크가 함락되면서 대부분의 십자군 전사들은 이대로 예루살렘까지 가려 했으나 보에몽은 의도적으로 안티오크에 남았습니다.(십자군중 여기서 돌아간 이도 있습니다. 베르망두아 백작 위그가 대표적이죠.) 아마 그는 그곳을 자신의 목표인, 남이탈리아와 그리스, 그리고 시리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의 수도로 삼으려했던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십자군 지휘관들은 자기들은 죽을 고생하면서 싸웠는데 정작 자신은 중간에 회군해버린 알렉시오스보단(물론 이문제는 안티오크로 행군중인 알렉시오스에게 서방군이 전멸했다고 잘못알린 발루아의 스테판이 문제였죠.) 그래도 자기들이랑 같이 싸운 보에몽에게 더 우호적이었기에 별 신경을 쓰지는 않았던거 같습니다. 단한명, 툴루즈의 레몽을 제외하곤 말입니다. 

레몽은 그전부터 십자군의 세속적 시도자 자리를 놓고 보에몽과 경쟁했기에 그리 사이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갈등이 보에몽의 안티오크 지배를 놓고 터지게 된거죠. 그나마 십자군의 실질적 입안자중 한명이자 종교적 지도자였던 아데마르 주교가 있을때는 좀 나았지만, 하필이면 장티푸스가 퍼져 아데마르가 죽어버립니다. 둘을 중재할 사람이 없어지자 둘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었고, 결국 레몽의 군대가 레몽에게 계속 예루살렘으로 가지 않겠다면 자기들끼리 갈것이라고 통보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갈등끝에 레몽이 안티오크에 대한 보에몽의 지배권을 인정하는걸로 일단락되었지만, 결국 레몽은 트리폴리의 아르카란 도시를 공성하는데 실패함으로써 명예를 완전히 실추하고, 십자군의 세속적 지도자로써의 영향력을 잃어버립니다.

한편, 아데마르가 죽고 새로 십자군을 따라갈 주교로 다임베르트라는 자가 선출됩니다. 당시 그는 능력에 비해 야심만 큰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실제로도 그러한 인물이었습니다.(실제로 가는도중 비잔티움령 섬들 몇개를 급습해서 약탈하려들어 알렉시오스가 그를 잡아들이려하기도 했습니다. 실패했지만.) 그러나 중요한건 그는 교황의 특사라는거였고, 교활한 보에몽은 그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보에몽은 피사의 배를 타고온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다임베르트의 권력을 이용해 (그리스도교인의 도시인)라디키아를 봉쇄해달라고 피사함대에게 요청합니다. 이는 다른 십자군들을 매우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는데, 본래 자신의 영지가 서유럽에 있는만큼 돌아갈때 비잔티움 황제가 이를 빌미로 십자군의 수송을 거부한다면 그먼길을 육로로 행군해야된다는것이었습니다. 이는 그와 앙숙이던 레몽을 분개하게 함은 물론이고 노르망디의 로베르(로버트)와 플랑드르의 로베르까지 환멸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였습니다. 십자군의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진지로 사제들을 소환해 심하게 꾸짖었고, 라타키아 시를 내륙쪽에서 포위하던 보에몽은 상황이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서둘러 퇴각했습니다. 한편, 레몽은 보에몽이 퇴각한 후 라디키아에 진입해 거기 걸려 있는 황제의 기 옆에 자신의 깃발을 걸었고 이걸로 황제의 호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이후 그는 알렉시오스의 지원을 받아 여러번의 십자군을 주도하지만, 결국 그가 살아있을때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한편, 보에몽은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레포로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원정을 갑니다. 물론 그는 얼마안가 투르크군에게 격파당하고 사로잡혀 북쪽의 지하감옥에서 철창신세가 되버립니다. 이는 다임베르트에게도 불행이었는데, 예루살렘의 '성묘의 수호자'(지배자를 저렇게 불렀습니다. 본래 그냥 왕이었으나 당사자가 거절해서 저런 애매한 호칭이 되었죠.) 고드프루아가 하이파 원정을 계획중 병사하면서 예루살렘의 지배자자리를 놓고 분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당시 다임베르트는 고드프루아의 동생이었던 에데사 백작 보두앵과 경쟁중이었는데, 여기서 보에몽에게 자신을 지원해 주면 팔레스타인일대의 일부땅을 나눠준다고 말한거죠...물론 결과야(...) 결국 지지자를 잃은 다임베르트는 예루살렘의 지배자 자리를 보두앵에게 빼앗기고, 보두앵에게 종교적 종주권이나마 얻어내는데 그칩니다. 이후 보두앵은 예루살렘의 왕으로 즉위하게 됩니다.

한편, 보에몽은 자신이 원정때 데려온 조카이자 당시 갈릴리 일대를 장악하고 있던 탕크레드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어찌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되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그는 예루살렘 왕 보두앵의 사촌인 에데사 백작 보두앵 뒤 부르(보두앵이 임명했습니다.)와 그의 사촌인 조슬랭 드 쿠르트네, 그리고 탕크레드를 이끌고 하란이라는 도시를 치지만 무슬림의 매복에 걸려 조슬랭과 보두앵이 사로잡히고, 보에몽과 탕크레드는 도망치게 됩니다. 다행히 에데사로 역공을 시도한 이슬람군대는 탕크레드의 기습이 통해 격퇴되지만 이로 인해 우트르메르(십자군 정복지)들의 힘은 크게 약화됩니다. 이렇게 되자 보에몽은 안티오크를 탕크레드에게 맡긴뒤 유럽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거기서 새로운 지원군을 데려오겠다고 말이죠.... 물론, 그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보에몽은 유럽으로 건너자마자 알렉시오스가 십자군을 배반했다면서 남이탈리아를 선동하고, 교황 파스칼리스 2세가 십자군을 비잔티움에 선포하게 공작을 시도해 성공시켰습니다. 이후 프랑스왕에게 건너가 그곳의 왕 필리프 1세의 딸 콘스탕스와 결혼하고 그에게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받는데 성공한 그는 발칸반도로 건너가 그의 아버지가 성공하지 못한 비잔티움의 정복을 성사시키려했습니다. 전쟁 초기 보에몽은 디라키움을 점령하는등 그럭저럭 잘나갔으나, 결국 알렉시오스의 지연작전때문에 핀토스 산맥에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버립니다. 결국 알렉시오스에게 패배하고 포로가 된 보에몽은 그에게 드볼 협약이라 불리는, 안티오크의 복속과 그가 조약이후 정복한 모든 곳을 황제에게 넘기는걸 골자로 한 조약의 체결을 강요받았고, 체결한뒤 얼마안가 1111년에 서유럽에서 사망합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외교관이자, 책략가, 군인이었습니다. 서유럽내 만연해 있던 비잔티움에 대한 불신을 이용해 그들에게서 병력을 얻어낸다던지, 안티오크내의 내분을 이용해서 피해를 줄여 안티오크를 점령한다던가, 그과정에서 교묘한 책략을 통해 안티오크의 지배자가 되는등 그는 이미 훌룡한 외교관이자 음모가의 재질을 가지고 있었고, 도릴라이온, 안티오크에서 침착한 지휘로 투르크 군을 격퇴한 건에서 알수 있듯이 군재역시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자질과는 별개로 그의 야망은 지나치게 하늘을 찔렀고, 지나치게 많은 위선과 이중잣대는 그의 동료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을 깎아내리는데 일조했습니다. 어찌보면 그는, 출신국가를 약화시키고 외교적, 음모적 능력을 높인 영국의 '사자심왕' 리처드 1세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십자군의 시대에 그는 특히나 인기가 하늘을 찔렀는데, 1101년에 도착했던 롬바르드인이 주축이었던 십자군은 아예 바로 예루살렘으로 가자고 주장했던 지휘관 레몽에게 보에몽이 억류되었던 아나톨리아 북부로 가야되었다고 주장했고, 레몽의 계획을 바꾸는데 성공하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투르크군의 매복에 걸려 격퇴당했습니다.) 계승순위가 저멀리 떨어져 상속받을 재산이 거의 없던 귀족들의 막내아들or서자, 혹은 무일푼에 가진건 주먹뿐이던 농민들에게 있어 타란토에서 안티오크를 얻고 우트르메르의 유력 영주가 된 보에몽의 성공신화는 당시 그를 유럽의 인기인으로 만드는데 한몫했다고 합니다.

콘스탄티노스XI

도시가 무너져 가는데, 나는 여전히 살아있구나!-1453, 콘스탄티노플에서. 유언.

https://en.wikipedia.org/wiki/Constantine_XI_Palaiologos-이미지

2 댓글

마드리갈

2017-01-27 21:43:26

역사인물 열전 시리즈의 개막을 축하드려요!!

그리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역사를 만들어간 사람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시는 점에 깊게 감사드려요. 사정상 지금 코멘트하게 된 것에 양해를 부탁드려요.


보에몽 1세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어요.

여러모로 파란만장했고, 또한 숱한 굴욕을 겪기도 했지만 십자군의 시대에 인기가 높았던 보에몽 1세, 난세의 간웅이 될 수도 있었던 풍운아라고 해야 할까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가 궁금해지고 있어요.

콘스탄티노스XI

2017-01-28 04:27:22

국내에 잘알려지지 않은건 아무래도 십자군 시기 정복자들 자체가 국내에선 잘 관심을 안가지는 쪽이니깐요.(학계의 대다수가 국내사만 연구하는 한국사학계의 비정상적인 모습도 한몫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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