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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가 음모론을 혐오하는 이유.

히타기, 2013-04-16 21:40:33

조회 수
233

국제정치학 강의를 개강할 때마다 대학생들에게 스스로 알고 있는 국제정치학 지식의 척박함에 경고를 보낸다는 브루스 러셋 교수는 군산복합체이론을 경험적 기법을 통해 분석한 책을 저술한 적이 있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군수산업이 정말 돈을 버는가를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 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들의 주식가격이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살펴보았다. 브루스 러셋 교수는 자신도 믿었던 일반상식적 예상과는 달리 국제정세가 긴장될 경우 군산복합체의 주가가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월맹에 대한 폭격중지 등 베트남 정세가 평화적 방향으로 호전되는 경우 군수산업체들의 주식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발견했다. 군산복합체이론이 기대한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평화가 기대될 겨우 군산복합체의 주식이 오르고, 전쟁이 격화되는 경우 군산복합체이론이 기대한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평화가 기대될 경우 군산 복합체의 주식이 오르고 전쟁이 격화되는 경우 군산복합체의 주가가 내려간 것이다. 군산복합체이론은 거의 상식처럼 알려졌지만 사실은 잘못된 상식 중 하나였던 것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 이춘근



이쪽분야에서는 군산복합체 이론을 비롯한 절대 다수의 국제 음모론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짜증나게 여긴다. 이런식의 음모론들은 처음에는 굉장히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고 별 생각이 필요없는 것들이기에 널리 퍼진다. 내용도 간단하고 음모세력과 그럴듯한 배후들을 적용하니 뉴스감이 된다. 전통적으로 냉전기부터 미국에는 군수산업체가 로비를 시작했고 이런 사실하나만 긁어 모으면 완성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군산복합체 이론은 이미 80년대 브루스 러셋과 같은 수많은 지식인과 국제정치학자들에 의해 논파되었다. 삼성의 가치와 매출이 미국의 5대 군수업체를 모두 더한것에 2배 이상이라는 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며 최신형 미사일을 만드는 레이시온이 최신형 감자칩이나 팔고있을 월마트에 비하면 중소기업보다 초라한 수준인것 또한 아이러니한 개그다. 

간단하게 어떤 국제분쟁의 케이스나 역사를 살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란것은 처음 사건을 의도한 자가 얼마나 강력하든지 (그게 다국적 기업이든 초강대국이든)조차 사소한 결과를 통제하기 힘든 구조고 수많은 변수,수많은 멍청함과 수많은 현명함의 실패와 성공에 의해 변질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것이다. 세계가 굉장히 복잡하다는 것을 알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런 세계를 이해하려고 하면 여러방면으로 진지한 연구와 생각이 필요하고 보통 그런 이야기들은 길어지고 지루하며 방대하다. 음모론이 널리 퍼지기 좋은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어떤 사람이든지 5분의 시간과 하나의 수치나 사실을 제공해주면 국제구조를 뒤에서 지배하는 세력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자유의지를 가진 시민이 되는것이다. 얼마나 쉽고 간단한 일인가.

간파하기 쉬운 이론이라서 짜증이 나는것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이런식의 음모론들은 (그게 군산복합체 문제가 아니라도) 현실에 대한 이해의 책임을 간단하게 포기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분쟁지역의 곳곳마다 수많은 NGO활동가들이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자비로 뛰고 있고 수많은 정책입안가들과 전문가들도 세계의 평화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있다. 월가의 투자자들의 머리회전은 하루도 멈출수없고 당연히 그러한 세계를 바라보는데 적합한 렌즈를 마련하는 학자들또한 노력과 경쟁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소위 "주류" 역사가 "주류"이론이란 것들이 왜 그렇게 그러한 음모론보다 영향력이 있는지 이제 알것이다. 그런 세계에서는 당장 충분한 연구를 거친 이론조차 끊임없는 비판과 연구에 의해 사라져가는 판이고 그런 바닥에서 근거조차 모자란 엉성한 "정크 푸드"들은 애초에 귀에 들어갈 자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건 연구자나 비판자로서 기본적인 책임을 다하지도 않은 태도니까 말이다.

한국사람들에게 내가 진짜 짜증나는건 군산복합체론은 떠나서 마치 한권의 책이나 하나의 토픽 하나의 프레임 만 알면 (사실 그렇게 정확하지도 않다.)그 다음은 자신이 모든 사실을 안다는 전제를 깔고 넘쳐나는 감성과 현란한 수사적인 장식으로 채우면 마치 자신이 진리를 통달한듯한 근거 없는 자존심을 가지고서 정말 너무나도 쉽게 가치에 대해서 판단까지 내린다는것이다. 우린 그런 글들은 정말 수없이 봐왔다. 당장 허접한 대학이라도 나름 국제정치학을 공부한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나조차 쉽게 어떤 이슈를 논하고 거기서 이게 바로 진짜 "선"이다라고 주장하고 보장할 자존심은 절대 갖출수가 없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사항은 늘어나고 그 쉬워보이던 "상황"이란것이 절대 간단하게 넘어갈수가 없다는것을 알게된다.

주제가 가치가 있고 그걸 주장하면 주장은 사회에 책임을 부가하지만 그걸 말하는 사람에게도 책임도 부여된다. 거기에 대한 비판에 응당 말해야 할 의무도 붙으며 그게 비판을 받아 잘게 부서지면 그걸 납득하고 그 잔재를 자기 손으로 치울 의무도 생긴다. 물론 비판자들은 그를 파묻어버리는데 그치는것이 아니여야 겠지만 어찌되었든 이건 논제를 핀 사람의 책임이다. 나는 이글루스든 어디든 적어도 사회에 대해 논할때 거기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짧든 길든 피력하는것은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것은 자유에는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진짜 오랜만에 리즈 깽판시절 글씨체로 글써보네요. 사실 원래 글은 군산복합체론을 끈질기게 주장하시는 분에게 자진모리 장단의 쌍욕을 겉들여서 논쟁하려다가 아예 이글루스에서 싫어하는 사람은 다내치는 방어전략으로 틀어서 간접적으로 까기위해 썼던글인데 나름 마음에 드는 칼럼이 나왔습니다. 에휴. 개인적으로 요즘 들어 네이버니 티스토리니 이글루스니 등지에서 자주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히타기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수 있는 원리를 가지지 못한 이념은 단순히 감정적인 구호에 그친다. 

5 댓글

잡것취급점

2013-04-16 22:00:48

좋은 글입니다.

음모론에서 꼭 나오는 "세계를 뒤에서 조종하는 비밀조직" 류의 이야기를 시원하게 비판하고 있네요.

아폴로 계획 음모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아폴로 11호 이후에도 몇 번이나 미국 우주선이 달에 갔는데, 그런 건 안 보고 11호의 최초 달 착륙이 거짓이니 뭐니......

마드리갈

2013-04-16 22:12:10

음모론, 특히 군산복합체 운운하면서 군수기업이 흑막의 중심인 양 떠드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어요.

통계자료 몇 건만 찾아봐도 사실 저건 간단하게 논파가 되는 거지만, 그렇게 반론하면 정부가 통계를 조작한다느니 보이지 않는 뭐가 있다니 논파 자체를 친정부 여론으로 본다든지, 논파자를 인신공격한다든지 하는 등의 개싸움으로 진행되기 일쑤거든요. 그래서 싸우기에는 피곤하고, 음모론은 나날이 독버섯대로 자라고...


민주화 운운하는 사람들이 폭력적 수단을 옹호하거나 반민주세력과 손잡는 아이러니도, 음모론 신봉의 논리구조를 보면 쉽게 파악이 가능해요. 말이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하기 위하여 명백한 것에 대해서 근거없는 낙인찍기나 인신공격 등을 하니까요. 책임은 사회 탓으로 돌리면 되고, 아주 편리한 삶을 살고 있어요.

잡것취급점

2013-04-16 22:59:19

그런 음모론자들은 지들이 말 막히면 무조건 정부의 음모 운운합니다. 그냥 그대로 두고 바보짓하는 거 놀리면 되는 거죠.

마드리갈

2013-04-18 20:00:24

마침 시의적절한 사건 하나가 일어났어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18/2013041801804.html


최소한의 사실에도 부합하지 않고, 게다가 반미를 위한 반대시위인 게 눈에 보이고...

미국 군수업체만 배불린다...이제 군산복합체 음모론만 더 들이대면 오케이겠어요.

그럼 확실히 바보인증하는 거겠지만요.


저 인간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가난하고 힘없는 도선생에게 대비하기 위해 비싸고 좋은 자물쇠를 사서 집에 장비하시죠?

SiteOwner

2014-02-05 18:51:40

음모론을 신봉한다는 것은 이렇게 보면 됩니다.

사회시스템에 대한 이해력이 일천한 경우에는 그것을 배우면 어느 정도는 해결됩니다. 

그런데 그 차원으로는 안 되는 게 있습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다든지, 자신의 생각만이 올바르다고 여기면서 학습과 사고를 거부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에게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선진국이 저개발국을 돕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어떤 운동가에게 대외원조액 지표를 제시했더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주장하던 그것은 온데간데없고, "선진국이 저개발국을 종속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 라고 바로 음모론으로 맞받아치는 그런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무슨 약이 듣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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