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철도의 날에 제기하는 TGV, ICE 등의 표기에의 의문

SiteOwner, 2018-09-18 22:11:45

조회 수
166

오늘은 철도의 날입니다.
유래는 경인선 개통일인 1899년 9월 18일인데, 딱히 이걸 기념할 의사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다루어 보고 싶은 사안이 하나 있습니다. 해외철도문물 등을 언급할 때, 특히 TGV, ICE 등의 표기에 있을법한 의문.

TGV는 프랑스의 고속철도를 말하는 것으로, 프랑스어 Train à grande vitesse의 약자입니다. 의미는 고속열차.
ICE는 독일의 고속철도를 말하는 것으로, 영어 Intercity-Express의 약자입니다. 의미는 도시간 특급.
이것들을 프랑스의 것이니 TGV를 티지브이로 읽으면 안되니 떼제베로 읽어야 한다느니, ICE가 독일의 것이니 아이씨이로 읽으면 안되니 이체로 읽어야 한다느니 하는 것을 보면 참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영어식으로 읽든지 말든지 그것은 그 어휘를 수용하는 국가의 국내언어환경을 따르면 되는 것이고, 프랑스어 표현은 프랑스어를 쓸 때 쓰면 되는 것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독일 고속철도의 약칭 ICE는 애초에 독일어 약어도 아니고 영어 약어인데 뭘 독일어 타령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칸센(新幹線)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칸센이 세계 최초의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속철도의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보니 사실상 일반명사화되어 있는데, 이것을 반드시 신칸센으로만 읽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어서 신간선이라고 해도 되는 일이고, 원래 신칸센 계획이 탄환열차계획의 연장선이다 보니 영어권에서는 Shinkansen 이외에도 Bullet Train이라고도 쓰니까 그렇게 쓰면 됩니다. 즉 신칸센이 일본의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칸센이라고만 써야 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입니다.
한번 이것을 볼까요?
신칸센 규격이 아닌 기존의 철도를 재래선(在来線)이라고 하며, 일본어 발음은 자이라이센. 그런데 일본의 그 재래선을 일본의 문물이라고 자이라이센으로 읽어야 옳다는 주장은,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여태 본 적이 없습니다.

TGV를 프랑스어로, ICE를 독일어로 읽어야만 한다는 주장이 그래도 옳다면, 저는 반례를 3개 더 제시하고 싶습니다.
스위스연방철도는 스위스의 주요 공용어가 독일어, 프랑스어 및 이탈리아어인 이유로 약어가 3개입니다.
스위스연방철도에서는 차량 측면에 로고 및 각 언어 약어를 표기하는데 SBB CFF FFS입니다. 각각 독일어 Schweizerische Bundesbahnen, 프랑스어 Chemins de fer fédéraux suisses, 이탈리아어 Ferrovie federali svizzere. 이것을 각각 독일어, 프랑스어 및 이탈리아어 알파벳 독음을 배워서 읽어야 할까요? 어차피 한국인은 스위스연방철도라고 표기하면 되고 제1외국어로서 영어를 채택한 이상 Swiss Federal Railways라고 해도 무방하며, 스위스 현지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표시하고 싶으면 SBB CFF FFS로 쓰면 그만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미 결론은 났습니다.

그래도 아직 불충분하다면 이것이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연방철도는 독일어 풀네임이 Österreichische Bundesbahnen, 약칭 ÖBB입니다. 그러면 이걸 독일어 알파벳으로 외베베라고 읽을까요? ICE가 독일의 고속철도니까 이체로 읽어야 한다면 이 경우에도 당연히 외베베로 읽어야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무슨 득이 있을까요. 외베베 하는 소리가 어버버 하는 것으로 오해되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입니다. 게다가, ICE는 분명 알파벳 3개인데 정 발음을 옮기면 이체에에 가까운데.

러시아 국유철도까지 보자면 더욱 가관일 것입니다.
러시아 국유철도의 러시아어 표기는 Российские железные дороги로 약칭 РЖД. 약칭을 러시아어 알파벳 독음으로 읽으면 에르줴데가 되는데 누가 이렇게 표기하는지는 아직은 못 봤습니다.


주장은 자유이지만 그 주장의 근거는 언어생활의 원리와 현실에 맞게 일관적이면 좋겠습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18-09-21 23:13:56

사케를 일본식 술이라고 부르든 사케라고 부르든 그것은 사람 마음대로, 어느 한쪽이 옳다는 주장은 옳지 못하죠.

스시가 초밥이든 스시든 그것도 마찬가지고요. 그것을 굳이 한쪽으로만 불러야 한다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죠.

SiteOwner

2018-09-22 23:14:30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 어떤 용도로 쓰는가이지 그 자체의 현지에서 부르는 이름은 아닙니다.

독일의 철도를 지칭하는 데에 반드시 철도의 독일어인 아이젠반(Eisenbahn)으로 지칭할 필요가 없고, 그것을 한국어 화자에게 설명하는 데에는 독일의 철도, 영어 화자에게 설명하는 데에 저먼 레일웨이(German Railway) 등의 용어를 쓰면 되는 것이고, 아이젠반이라는 단어는 그것을 독일어로 말하는 데에 쓰여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독일의 철도를 아이젠반으로만 써야 한다면, 독일어를 모르면 독일의 철도는 아예 인식밖의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이전에 쓴 글인 여러 현안의 의외의 접점 - 6. 미키타카, 냐루코 그리고 쿵쯔를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24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53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64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2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56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58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95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67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1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0
3424

추석연휴를 잘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

4
SiteOwner 2018-09-22 145
3423

일본제 물품 배격 주장 덕분에 광복은 가짜가 되었네요

4
마드리갈 2018-09-21 182
3422

평양공동선언 분석

2
SiteOwner 2018-09-20 140
3421

차량한계 관련의 간단한 정리

2
  • file
마드리갈 2018-09-19 231
3420

철도의 날에 제기하는 TGV, ICE 등의 표기에의 의문

2
SiteOwner 2018-09-18 166
3419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가는 레트로 게임기

6
  • file
마키 2018-09-17 265
3418

철도의 궤간과 속도의 상호관계와 파생된 설정

2
마드리갈 2018-09-17 248
3417

All your data are belong to us

6
  • file
마키 2018-09-16 222
3416

일본산 창작물의 영어제목 문제와 개선안 몇 가지

4
마드리갈 2018-09-15 191
3415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전반의 옛 전화사기

10
SiteOwner 2018-09-14 427
3414

여행의 즐거움을 찾는 포인트 몇 가지

4
SiteOwner 2018-09-13 145
3413

통신사의 장광설에 불만

2
마드리갈 2018-09-12 127
3412

여러 현안의 의외의 접점 - 6. 미키타카, 냐루코 그리고 쿵쯔

4
SiteOwner 2018-09-11 238
3411

가벼운 마음으로 입사한 곳이 생각외로 장난아냐?!

3
조커 2018-09-10 147
3410

양보와 특권에 대한 10대 시절의 교훈

4
SiteOwner 2018-09-09 275
3409

비 오는 날에는 애절한 노래가 끌립니다

7
앨매리 2018-09-08 229
3408

동북아시아의 자연은 혼란스럽다

7
마드리갈 2018-09-07 227
3407

시계를 거꾸로 매달아놔도 국방부의 시간은 돈다.

6
카멜 2018-09-06 158
3406

미국의 역사는 짧기만 할까

4
SiteOwner 2018-09-06 173
3405

[신카리온] 닥터옐로, 드디어 등장.

4
  • file
마키 2018-09-05 151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