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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창작물을 능가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정도로, 창작물에서 상정한 온갖 기괴한 이야기가 평범하게 보일 정도로 현실에서는 별별 괴상한 일이 다 일어나는데, 오늘 본 뉴스가 그야말로 저 담론을 만족시키는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일본제품 안 써야 진짜 광복… 서울 공공기관 전수조사하라" (조선닷컴 2018년 9월 21일 기사)
간단하게 사실을 요약해 보자면, 한 서울시의원이 저렇게 주장했고, 그래서 서울시청, 서울시 내의 각 구청 및 공립학교에 일본제 물품사용현황의 전수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죠. 어떻게 그럭저럭 물품 전수조사가 완료되었고, 결과에 대해서 저 의원 왈, 전수조사가 허술했으니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여 추가조사를 추진하겠다고. 그리고, 일본제 물품을 안 써야 진정한 광복이라는데...
발상의 저열함은 차치한다 치더라도, 문제가 아주 많네요.
현장 업무에도 바쁜 공무원들은 무슨 죄인가요? 저런 데에 야근까지 강요당하게.
또, 우리나라가 맞이한 광복은 그럼 가짜 광복이 된 거네요. 주장을 어떻게 하든 그건 자유인데, 그 주장이 초래하는 결과에서조차 자유롭다고 생각하면 안되겠죠.
기회가 된다면 저 의원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카메라 쓰지 마시고, 자동차나 비행기는 일절 타지 마시길.
카메라는 대부분 일본의 기업이 관여하고 있거든요. 캐논, 소니, 니콘, 펜탁스, 파나소닉, 후지 등...
자동차의 점화플러그나 터보차저, 변속기 등에도 일본기업의 생산품은 많거든요.
비행기 및 공항설비에도 일본기업이 제조한 제품이 아주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를테면 탄소섬유는 도레이, 아라미드섬유는 테이진, 제트엔진의 점화플러그는 NGK, 공항의 탑승구 설비는 신메이와 제품이 많이 쓰이고 있어요.
뭐 멀리 갈 것도 없네요.
일본과 단교하자고 정부에 건의하면 일사천리로 일본제를 쓰고 싶어도 못 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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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18-09-21 23:02:07
일단 우리나라가 몇 나라에게 지배당하고 있는지 묻고 싶네요. 저 주장대로 일본제 안 써야 광복일 거 같으면 우리나라는 중국의 일부나 다름없지 않나요? 우리나라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얼마나 많은데...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도 있고 그게 외국에서 쓰이는 경우도 있으니, 우리나라 또한 지배국이나 다름없게 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는... 이젠 이게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주장인건지...
마드리갈
2018-09-22 00:23:21
이미 대왕고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자체로도 저 시의원의 논리는 근거를 잃었어요.
게다가 더욱 무서운 것은, 그의 주장이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을 결과적으로 허사로 만들고 그 주장의 관철을 위해 아무 잘못 없는 공무원들을 혹사시켰던 것. 이런 게 갑질이 아니면 대체 뭐가 갑질인가 싶기도 해요.
한 사람의 치기로 족한 것이 여러모로 안 좋은 결론을 내 버렸어요.
앨매리
2018-09-26 16:38:41
전 세계에서 일본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논리를 적용하면 일본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을 지배하는 셈일텐데 참 참신한 주장이네요. 애꿎은 공무원들만 고생하는군요...
마드리갈
2018-09-27 12:47:00
저 시의원의 주장이 얼마나 어이없는 결론을 내는지가 바로 보이죠. 생각을 해보고 말을 해봐도 결코 늦지도 않고, 말을 신중히 한다고 누가 뭐라 흠잡지도 않을텐데요.
저런 식의 억지가 발생할 것을, 예전에 쓴 글인 우익몰이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으로 귀결될 때에서 예측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 버렸어요.
공무원들에게 이 나라를 누구도 존경할만한 멋진 나라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지는 못할망정, 저렇게 공무원들을 고생하게 만드니, 저런 시의원은 결과적으로 나라를 좀먹는 것밖에 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