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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로 발행된 펀드에는 가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마드리갈, 2020-09-04 13:28:53

조회 수
157

작년 9월에 썼던 간접투자상품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제하의 글 이래로, 국내에서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사건이 연이어 터졌어요. 게다가 불완전판매같은 것은 물론이고, 펀드가 아예 설계단계에서부터 부실하거나 아예 작정하고 사기를 칠 목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경우까지 드러났다 보니, 간접투자상품이 내세우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담지 않는다" 라는 문구로 상징되는 리스크분산과 안정적 수익추구가 무의미하게 전락해 있어요.

구체적인 상품의 거래이든 금융거래이든, 결과에 대해서 자신이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으려면 무조건, 그리고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있어요. 최소한의 신뢰. 즉 거래의 당사자들이 "이 금융회사는 확실히 약속을 지킨다" 라고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금융회사의 본분. 이것이 지켜지지 않고 예금이 마구 없어지거나, 송금이 엉뚱한 곳으로 이루어지거나 중간에 가로채이거나, 대출계약이 계약서를 쓸 때와 변제시점의 도래에 부당하게 돌연 변경되거나 한다면 이런 금융회사는 버려지기 마련이예요.
그렇게 볼때, 최근 문제가 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사태에 대해 판매사들인 시중 은행 및 증권사들의 주장인, "우리도 라임에 속았는데 100% 배상은 과하다" 운운은 헛소리 그 자체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져요.

쟁점은 3개로 요약가능하네요.
첫째, 최소한의 신뢰도 확보되지 않은 금융상품의 판매에서 과연 판매사는 피해자이기만 할까.
둘째, 정말 판매사가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하면 왜 자산운용사에의 대응책은 말하지 않을까.
셋째, "과하다" 라는 주장은 정당한가.

첫째 쟁점은 판매사가 펀드의 판매에서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판매사와 자산운용사가 사실상의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보면 간단히 논파되어요.
딜레마논법으로 접근해 보죠. 판매사가 펀드의 진상을 미리 알았을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알고도 수수료를 받고 금융상품을 판매했으니까 금융사기의 공범이 될 수밖에 없어요. 판매사가 펀드의 진상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면책은 불가능한데, 상품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것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정당할까요? 모르는 분야에 나서서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결국 부실판매의 책임은 피할 수 없어요. 즉 어느 경우라도 판매사가 피해자일 수만은 없고, 최소한 부실판매의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죠.

둘째 쟁점도, 행위와 책임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미 결론은 나 있어요.
누군가의 행위로 손실을 입었다면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행위를 한 자에게 물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요. 즉, 그런 엉터리 펀드를 만든 자산운용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지, 고객에게 배상을 덜 하는 방법으로 전가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즉, 판매사들의 논리대로라면 자산운용사에의 책임추궁은 온데간데없고 엉뚱하게 고객에게 책임지라고 말하는 것. 일상생활에서 이런 논리를 펼치는 사람이 얼마나 잘 대접받을 수 있을지는 상상에 맡길께요.

셋째 쟁점은 사실 재론의 가치조차 없지만, 특별히 설명을 부가할께요.
처음부터 원천무효인 행위에 대한 취소는 과하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당연해요. 게다가 금융거래의 경우는 결국 금전이 오가는 것이니까 원상회복도 쉬워요. 금융상품의 금액 전부와 판매수수료를 모두 반환하면 끝. 최소한 신체, 유형의 자산이나 명예 등에 큰 손상이 가서 금전으로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다른 행위에 비해 금융거래문제의 원상회복은 가장 쉬운 레벨인데, 이게 부당하다면 판매사들은 금융거래 대신에 범죄에 손을 대는 게 더욱 좋을 거예요.

그래서, 사기로 발행된 펀드에 대해 가입자에의 책임전가를 해봤자 금융회사는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림은 물론 존립기반도 허물어뜨려요. 게다가 세상에 금융회사는 많아요. 고객은 옮겨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게 시장에서 내쳐진 금융회사를 걱정할 정도로까지 마음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0-09-06 00:16:40

몰랐는데 그랬으면 더 심한 거 아닌가 싶네요. 당연히 아니까 금융상품을 팔았을텐데... 오히려 몰랐다고 하는 게 더 심한 거 아닌가 싶어요.

알고 팔았으면 사기꾼인데, 모르고 팔았다면 이건 그냥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자기들은 그냥 면책으로 말한 거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들 이미지를 떨어트린 거 같은데...

마드리갈

2020-09-06 00:23:06

사실 이미지만 떨어뜨린 게 아니라 실정법 위반의 여지도 꽤 있어요.

은행, 증권사 등에서 간접투자상품에 대해서 판매할 때 원금보장이 사실상 가능하다 어쩌고 하면서 고객을 안심시키려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자본시장법(정식명칭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제55조에 저촉되죠. 그러니 여러모로 좋은 행동일 수가 없어요.


결국, 금융회사가 소탐대실하는 중이죠. 이런 미래가 밝을 리가 없어요. 게다가 그렇게 퇴장한 금융회사는 누구도 그리워하지 않아요.

Lester

2020-09-10 10:35:06

또 "검은 사기"에 나오는 금융사기가 언급되는군요. 해당 작품에선 '투자고문 사기'라고 나오는데 "투자고문이라는 사람들이 온갖 전문용어를 들먹이며 이득을 운운하는데 안 넘어갈 초보자가 어디 있겠는가, FX든 뭐든 결국엔 다 도박이다"라며 초보자라면 아예 투자에 관여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어요.


그런가 하면 소규모 사모채를 이용해 가볍게 투자하길 권유하는 '사기'에 대해서도 설명하는 에피소드(극장형 사기)도 있는데, 소규모 사모채 자체는 사기가 아니지만 '요즘 주목받는 사모채가 있으니 구입하면 우리가 비싸게 사주겠다'라고 여러 사람이 짜고 애를 태우지만, 사모채를 구입하는 순간 연락이 두절되는 수법이죠.


위 두 가지 수법의 공통점은 초보자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구워삶는다는 것. 작품 특성상 악의적으로 초보자를 속인다는 점에서 더 말할 것이 없으나 법정에서 '우린 우리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라며 버티면 증거가 없어서 범죄로 인정받기 힘들고, 그마저도 두 분이서 말씀하셨듯이 사기가 아니라면 더욱 위험할 수가 있죠. 선의 운운하면서 지인을 알거지로 만드는 다단계 판매와 다를 게 뭔지...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돈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아지는데 정말 걱정입니다. 떳떳하게 돈벌기도 어려운데 뜯어가는 사람은 많으니...

마드리갈

2020-09-10 13:17:11

돈 되는 어쩌고 담론이 공통적으로 숨기는 것이 있어요.

하나는, "누구에게",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걸 왜 나에게?" 라는 의문.

즉 그런 금융사기는 투자가가 돈을 버는 게 아니죠. 사기꾼이 돈을 벌 뿐. 게다가 그렇게 진짜 돈이 될 것 같으면 자기가 선점하지 남에게 소개하고 할 이유도 없어요. 금융사기는 이 두 사안에 전혀 답하지 못하는데다 어떻게든 극력 회피하려 들겠죠.


검은 사기는 정말 금융사기의 천태만상을 다루는 작품같네요.

소개해 주신 두 수법은 아무래도 이렇게 보여요.

투자고문 사기의 경우, 어차피 투자라는 행위는 투자가의 책임으로 귀속되며, 또한 투자고문의 의견이 투자를 권유했을 뿐 수익률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 보니 합법적으로 빠져나갈 구석은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각종 주식, 채권, 금융상품 등의 것이 공모인가 사모인가는 공시의무가 문제되는데, 공모되는 것은 불특정의 투자자를 시장에서 모집하기에 각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해요. 즉 투자종목, 수탁자산의 예치은행, 운용보수 등의 법령으로 공개가 규정된 정보는 모두 공개되어야 하는 것. 사모의 것은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도 없어요. 의무가 없고, 대체로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된다" 라는 법언이 철저히 활용되기 마련이죠.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그 자체는 사기가 아니지만 사실상 사기인.

게다가 악의를 입증하는 데에는 입증책임은 주장하는 쪽에 있어요. 이것은 형법같이 국가기관인 검찰이 피해자를 대위해서 국가에 전속된 법률전문가들인 검사를 동원해서 전력을 다하는 경우라도 절대 쉽지 않은데, 민법, 상법 등의 사법(私法)의 영역에서 원고가 부담해야 할 입증책임은 피고가 작정하고 모든 정보를 숨기는 상황하에서는 답이 없어요.


확실한 것은 잃지 않도록 지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돈 되는 아이템을 말하는 자에게 이 2가지를 물어봐야 해요.

위에서 말했던, "누구에게", 그리고 "그걸 왜 나에게?" 를. 아무리 거부해도 집요하게 달라붙는 사람은 이 두 질문에는 절대로 대답할 수 없어요. 그리고 자기가 알아서 포기하기 마련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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