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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사태에서 생각하는 권력관계

마드리갈, 2021-10-06 16:08:43

조회 수
123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가운데에 사건사고도 일어났죠.
장면 속에 등장하는 명함에 기재된 전화번호가 실제로 쓰이는 것이었고 그 번호의 사용자가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 번호에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속출한 것은 물론 이 사태에 대해서 넷플릭스도 제작사도 유미의한 보상에는 나서고 있지 않고 있어요. 어제부터는 입장이 약간 후퇴해서 화면 속에 등장한 전화번호는 지우겠다고 했지만 보상 이야기는 유독 더 나오는 게 없네요.

이것에 대해서는 대왕고래님이 쓰신 글인 무책임한 미디어가 사건을 저질렀어요를 같이 읽어보시면 좋아요.

저는 여기에서 권력관계를 생각해 봤어요.
대략 4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예의 권력관계란.
첫째 권력관계는, 배급 및 제작사의 사물에 대한 인식.
둘째 권력관계는, 유도된 편향.
셋째 권력관계는, 권력의 비대칭적인 상황.
넷째 권력관계는, 약속된 침묵의 카르텔.

첫째 권력관계를 살펴보죠.
영상물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가지가 필요하죠. 등장하는 배우는 고용하고, 필요한 기자재 중 촬영, 편집 등을 위한 것들은 대여하고, 작중에 사용되는 각종 소도구는 대여하든지 구입하든지 직접 제작하든지 해서 조달하는 것. 그리고 등장하는 배우는 고용하는 것이죠. 이렇게 인간이든 실체있는 사물이든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확보하죠. 물론 사용되는 음악, 효과음 같은 실체없는 지식재산도 그렇게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쓰고 출처를 명시하는 것인데 전화번호는 배우나 기자재나 음원 같은 게 아니니 그런 사고가 적용될 여지가 없었나 보네요. 그러니 처음에 소액의 보상금을 줄테니 전화번호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전화번호 삭제는 할 수 없다고 버틴 게 아닌가 싶어요.
만일, 그렇게 무단으로 쓴 게 유명 뮤지션의 음악이고 그 뮤지션이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조 단위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이 벌어졌어도 똑같이 대응할 수 있었을까요?

둘째 권력관계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글을 인용해 볼께요.
2019년에 쓴 갑질의 예비공동정범은 도처에 있다가 바로 그것. 갑의 횡포니 어쩌니 하지만 그건 그냥 말뿐이고 상황만 달라지면 그저 갑이 되고 싶어하는 저열한 심리 자체가 폐기된 게 아니니 상황이 바뀌면, 특히 특정방향으로 유도되면 어김없이 벌어질 뿐이죠. 시청자들은 영상에 나온 그 번호로 전화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생긴 흥미를 그 전화번호에 투사하는 것일 뿐. 자신은 연못의 개구리가 아니고 연못 밖의 사람이니까 개구리에 돌을 던져 그 개구리가 맞고 몸이 터져 죽는 모습이 보고 싶을 것이죠. 놀랍게도 이것은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참가자들간의 각축전 양상과 다를 바가 없어요. 정작 그 상황을 만든 자에 대한 분노는 없고.

셋째 권력관계에서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는 심각성이 있어요.
사실 영상물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그 전화번호는 그냥 8자리 수에 불과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그 번호를 채택하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도 들지 않았겠죠. 그리고 문제가 커지자 편집은 말했지만 그걸 넘어서는 말하지 않아요. 그냥 그 정도 의미밖에 없는 사물을 영상에서 배제했으니 할 건 다 했다고 생각했을테니.
그런데 피해자는 그게 아니죠. 게다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피해자가 소송을 한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상대로 소송할 것이며 또 피해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 것인가도 문제가 되어요. 게다가 피소된 측이 빠져나갈 구멍은 많아요. 그것도 제도화된. 이런 비대칭적인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얼마든지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고 사태의 수습도 여기서 별로 달라지지 않겠죠.

넷째 권력관계까지 생각해 보자면 이 사회가 과연 건전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심까지 생각이 닫게 되어요.
일단 알려진 것만을 토대로 판단하자면 이 사태에 대해서는 황동혁 감독이 이 사태에 대해서 피해를 예상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은 했지만 그 수준은 못 벗어나고 있어요. 넷플릭스 측에서는 확실히 밝힌 것이 전화번호 편집 정도. 배우들은 왜 여기에 대해서 침묵할까요. 게다가, 장난전화를 걸었던 사람들이 전화번호 노출의 피해자에게 사과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뭐랄까, 그것 같네요. 대를 위해서 소가 희생하라는 것처럼 들리면 이건 제 생각이 꼬인 것인지.

이런 일, 또다시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다, 한류 컨텐츠가 세계적으로 신장하고 있으니 이 정도는 국민으로서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올 법하네요. 이런 말을 직접 하면 비난을 받을 거니 못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다음번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하필이면 아주 높은 권력자나 세계 유수의 자산가를 건드리는 사태가 되면 어떨지도 예상해 보고 있어요. 지금의 그 태도가 정말 진실하다면 지금과 똑같이 대응해 보길.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마키

2021-10-06 20:43:30

사회의 부조리를 다룬다는 드라마가 또 다른 사회의 부조리를 저지르는 기막힌 상황을 보면 블랙유머도 수준급이에요.

마드리갈

2021-10-06 21:18:22

정말 이 현실 자체가 필연적으로 부조리를 수반하는 것인지 부조리에는 현실도 자유롭지 못한 것인지...

그래서 이 사태를 보면서 실소할 수밖에 없는 건가 보네요.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보니 시즌2 이야기도 나오는데, 과연 그 시즌2도 이렇게 현실 속에 부조리를 투사할 것인지, 그것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 문제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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