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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중수교일인 1992년 8월 24일로부터 정확히 3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일으킨 2022년 2월 24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한중수교 당시 저는 중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중수교에 대해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단교당한 대만 측 사람들의 오열하는 장면을 보면서 과연 이게 정답일까 하는 생각도 같이 했습니다. 더 큰 중국시장을 위해서, 그리고 소련 해체후의 탈냉전시대를 맞아서 새로이 중국을 인정해야 한다는 온갖 담론으로 미화된 한중수교 그리고 자유진영의 주요국 중 우리나라에게조차 버림받은 대만의 비극을 보면서, 한중수교에 대해 비판이나 우려는 조금도 없었던 당시의 세태를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소년이었던 저의 우려는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불혹에서 지천명으로 하루하루 가고 있는 저는 30년 전의 희망찬 전망을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1992년 당시 이미 인구 10억명을 크게 초과해 있던 중국에 대해 또래의 아이들조차도, 중국인 한 사람에 과자를 하나씩만 팔아도 10억개를 팔 수 있다고, 우리나라는 그냥 그거로 아주 쉽게 부자가 될 수 있었다는 말을 쉽게 내뱉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국이 인해전술로 6.25 전쟁에 개입해서 통일의 꿈을 유린한 데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조용했습니다.
이제는 어떻습니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의 지위를 놓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코로나19 판데믹과 각종 인플레이션 덕분에 고물가에의 압박이 심화되다 보니 중국산 제품에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집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격감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협박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사드(THAAD)에 대해 대놓고 3불 1한을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산 컨텐츠를 제한하는 한한령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서 문화공정이 가해지는 것은 물론, 6.25 전쟁의 가해자 역할을 영웅적으로 미화까지 하는가 하면 전적지의 이름을 바꿀 것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행보에 대해 정파에 상관없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운운하는 전략적 모호성이 금과옥조인 양 신봉하고 있으니 이것은 또 무슨 국공합작의 화신인지 모를 일입니다. 중국의 이런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개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우습게 볼 수 없는 나라가 되는가, 중국이 마음껏 조종하는 나라가 되는가.
2022년 최대의 사건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대다수의 판단을 뒤엎고 장기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6개월입니다. 당장 저조차도 우크라이나가 길어야 몇주 내에 함락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했을 정도였는데 그 예상을 뒤엎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해 항전중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동서가 다른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동부의 경우는 사실상 제2의 러시아였다 보니 정치상황의 주요 쟁점이 친러인가 반러인가가 지상의 과제였던 시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침략자 러시아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어디가 친러이고 어디가 반러인지는 알 바가 아닙니다. 즉 친러도 반러도 우크라이나인이니까 그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면 될 일입니다.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자 친러지역 우크라이나인들도 마구잡이로 학살당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제4대 대통령으로 2014년에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야누코비치(Виктор Янукович, 1950년생)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미 말살대상으로 간주된 사실 자체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에도 선택지가 2개밖에 없습니다. 러시아군에 맞서 싸울 것인가, 러시아군에 살해당할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적으로 돌린 러시아는 수일 내지는 수주 안에 우크라이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낙관을 이미 포기했습니다.
낙관은 빗나가기 쉽고 침략자는 먼저 바뀌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침략자를 비호하든 반대하든 그 누구도 침략자의 눈에는 말살대상으로 보이기 마련입니다.
과연 이런 현실을 바로 볼 용기는 얼마나 있으며 그 용기를 행동의 변화에 투영할 의사는 얼마나 있는지, 이렇게 29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두 사건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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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2-08-24 22:14:30
관련 뉴스 영상 몇 개를 유튜브에서 보고 댓글들을 확인했는데... 선동이나 분란 조장이 목적인 사람들은 그렇다쳐도 참 단순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얕보이면 안 된다는 옳은 말을 하면서도 어째 '자주국방' 같은 뻔한 소리를 하지를 않나, 해당 영상에서 언급되지도 않은 일본을 같이 걸고 넘어지지 않나... (어디까지나 맥락상의 문제에 대한 지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의 저자와 주진우가 대담한 기사도 있는데, 둘 다 간단히 요약하면 "중국 "사람들"은 한국이 좋다 하는데 왜 그러냐, 우리도 언제까지 미국만 믿고 갈 순 없다"라는 논리입니다. 물론 해당 기사의 댓글에서 누가 말했듯이 '이용해먹기 좋다, 한국은 싫지만 한류는 (나중에 베끼기 위해서라도) 좋다'는 반응을 이상하게 곡해했다고 보는 게 더 옳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추천했으니 권장도서라는 참 쉽게 쓴 서평들은 덤) 뭣보다 저 논리의 가장 큰 허점은 "도대체 중국에게서 배우거나 받을 수 있는 게 뭔가"입니다. 인건비 말고 대체 뭐가 더 있나요? 설령 배울 만한 게 있더라도 공산주의 특성상 일방적으로 흘러가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게 '자유경쟁'에 비해서 메리트가 있나요? 중립외교라는 빛 좋은 개살구에 속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SiteOwner
2022-08-28 19:38:06
선동이나 분란조장에는 엄격한 사실 자체가 필요없습니다. 궤변이라도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특히 역설법이나 논점일탈은 아주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그 유명한 "시저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해서 시저를 죽였다" 라는 식의. 그러니 자주국방이 사실상 실현불가능하든 전혀 뜬금없는 제3국인 일본을 거론하든 그들은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선동에 효과적이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요즘 유튜브에 넘쳐나는 속칭 "사이버렉카" 니 "국뽕유튜버" 같은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을 싸움 붙이고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조회수에 비례한 광고수입을 챙기고...사실 그들이 보이스피싱범과 다를 게 없습니다. 불특정상대를 물색하다 특정상대로 좁히는 것이 그런 사기범들의 전속적인 속성이라는 차이 정도만 있는.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에 대해서는 읽어본 적은 없다 보니 직접 비판은 못 하겠지만, 일단 알려진 세평과 Lester님의 요약으로 판단가능한 문제점은 확실히 보입니다. 중국의 반한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중국의 반한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사람들의 한국선호를 강조하는 것에서 이미 논점일탈이 있고, 또한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람들을 말하지 않으면서 미국이라는 국가만 말하는 더블 스탠다드가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지도층이 정당한 권원 없이 무력을 독점한 공산당 폭압체제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중국인들이 아무리 개인 레벨에서 선량하더라도 그게 국가에 영향을 끼치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20세기에는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노동개조, 천안문 대학살이, 21세기에는 홍콩사태, 위구르 강제수용소 등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중국은 인건비에서도 불리합니다. 이제 소득수준 자체가 더욱 높아져서 인건비가 중시되는 업종의 경우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로의 이동이 이미 수년 전부터 많아졌고, 생산설비를 선진국 본국으로 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의 경우에는 인건비 문제를 고부가가치 상품 제조나 로봇 등을 이용한 생산자동화 등으로 해결하는 경향도 늘어납니다. 중국의 인건비 수준이 높아졌긴 하지만 그렇다고 노무관리가 좋은 것도 아니고 개인의 역량도 좋지 않아서 이제는 메리트도 없습니다.
자주, 중립, 균형 등의 듣기 좋은 말에 속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지요.
게다가 80-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이 그때의 환상에 취한 채 장년층이 된 지금은 오히려 그 환상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봅니다. 그 전성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