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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자꾸 그렇게 되는 걸 어쩌라고!”
슬레인의 핀잔에도 준후는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마치 자신은 아무 책임도 없다는 듯한, 또는 오히려 짜증이 더욱 나는 듯한 목소리다. 그걸 보고, 슬레인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바로 준후를 보고 말한다.
“너, 잘 들어. 이제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뭘 네가 하라는 대로 해?”
“그게 뭐냐면...”
하지만, 슬레인이 막 뭐라고 말하려는 그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슬레인과 준후의 사이를 지나가다가, 딱 멈춰선다. 마치, 무언가 잡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오! 어딘가 궁금했는데 여기였네!”
슬레인에게는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치히로가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올리버와 다른 히어로 동아리 부원들, 그리고 의상 가방을 들고 있는 언주와 알리야, 다른 메이드 연구회 부원들도 있다.
“아무리 컨셉을 그렇게 잡았다고는 해도 소리가 좀 큰 거 아닌가?”
치히로는 일부러 다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한다. 당연히 슬레인과 준후를 비롯한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은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한숨만 내쉬며 겨우겨우 억지로 참는다. 그런 침묵 속의 대치가 약 30초간 이어지다가, 준후가 어렵게 입을 연다.
“저기, 선배님, 그건 우리가 틀려고 해서 튼 게 아니었다고요! 단순히 사고가 난 건데 그걸 그렇게 들춰내거나 하면 저희는 어떡하자는 거죠?”
“다 알아, 다 안다니까.”
하지만 준후의 그런 호소 아닌 호소에도 불구하고, 치히로는 오히려 준후의 바람과는 반대되는 말을 한다.
“네 생각, 다 읽힌다니까? 마치 네가 내 귀에다가 소곤소곤 말해 주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헛된 기대는 버려두고, 다음부터는 좀 조용히 하자, 알겠지?”
“......”
준후가 그렇게 나오려던 말을 도로 못 하고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을 즈음, 옆에서 보고 있던 루카스가 나오더니, 마치 자신이 구원자라도 되겠다는 듯 말한다.
“저기, 선배님들? 이런 건 저한테 맡기시죠. 이런 상황 정리는...”
그렇게 말하는 루카스를 가로막는 건, 다름아닌 슬레인.
“야, 루카스, 네가 뭘 안다고. 확실하지 않으면 좀 비켜 있어.”
하지만 슬레인의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루카스는 마치 자신감이 충만한 듯, 치히로와 언주를 돌아보며 말한다. 물론, 자기 능력을 발동하면서 말이다.
“저기, 타이라 선배님, 저하고 뭐라도 한판 하죠? 언주, 너도.”
“흐-음?”
하지만, 루카스의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치히로와 언주는 마치 소 닭 보듯 루카스를 보더니, 이윽고 그런 데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루카스의 바람과는 상반되는 말을 한다.
“뭘 한 판 하자고? 주어도 없고, 우리가 신청한 적도 없는데.”
“그러니까... 하자고요...”
“그러니까, 뭘?”
그러더니, 치히로는 멈춰 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며 말한다. 마치 루카스의 바람은 바람에 흘려 듣기라도 한 것처럼.
“다음부터 나한테 도전하고 싶으면 확실히 준비해 가지고 올래? 그렇게 어색한 상황 만들지 말고. 얘들아! 가자!”
그렇게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을 그곳에 놔둔 채, 치히로와 히어로 동아리가 거기를 벗어나고, 언주와 알리야를 비롯한 메이드 연구회 부원들도 그 자리를 벗어난다. 가기 전, 언주가 마치? 한마디 한다.
“이거, 다들 <자가발전 전대>에 나오는 ‘메카단’ 같은데요? 다들 또 보자고요. 루카스, 또 봐!”
루카스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메카단은, 약체 시절의 자가발전 전대에게도 처절하게 져 버린, 빌런 집단 중에도 최약으로 꼽힌다. 당연히, 그 말을 들은 루카스는 어떻게든 한판의 승부를 걸어 무조건 이기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언주는 이미, 보이지 않는다.
“아으... 내가 저 녀석들을 아주 그냥...”
하지만 그렇게 이를 가는 루카스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승부를 보고 싶어서 아주 몸에 불이라도 붙으려는 것처럼 열을 내려고 한다. 그런 루카스를 막는 건 다름 아닌 슬레인.“야, 루카스, 자꾸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할래? 그러다가 나도 여기 준후도 일을 그르친 적이 얼마나 많은데! 좀 진정하고...”
그러자 마치 땅바닥에서 저절로 생겨나기라도 한 것처럼, 끈적한 액체 같은 것들이 루카스의 두 발을 잡는다. 루카스는 꽤 당황했는지, 발버둥을 쳐 가며 뭐라고 하려고 하지만, 슬레인은 그런 루카스를 가만히 둔 채, 준후를 돌아본다. 준후는 슬레인이 자신을 돌아보자마자 크게 숨을 한번 내쉬고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자, 자! 아까 네가 하려는 말이 뭐였지?”
“그래, 이제 정말 말할 거라고! 잘 들어봐.”
그리고 슬레인의 다음 말을 듣자마자, 준후가 마치 막혔던 속이 뻥 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뜨인다.
그리고 그날 오후 7시, 미린역 지하통로에 있는 즉석사진방. 며칠 전에 새로 생겨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곳으로, 미린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학교 학생들도 한 번씩 와서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미린중, 미린고 교복을 입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야, 이런 데서 사진을 찍고 싶나?”
마침 여기를 지나던 민과 유, 코니를 비롯한 친구들은 그 사진방 앞에 줄을 선 광경을 보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마디씩 한다.
“그러게, 민이 네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사진을 찍으려면 그냥 적당한 데서 찍지.”
“그러니까 말이지. 굳이 기다려 가면서 찍거나 할 곳은 아닌 것 같은데...”
“글쎄. 저것도 다 추억일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아니지만.”
한편 그런 친구들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료가 불쑥 한마디 한다.
“뭐가 있으니까 저런 데서 찍는 거 아니야? 나는 괜찮겠는데.”
사진을 매우 찍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눈치 좀 챙기라’는 듯한 친구들의 반응을 확인하자, 마치 주인의 버럭 하는 말에 꼬리를 내리는 개라도 된 것처럼, 료는 뭔가 더 하려는 말을 그만두고 조용히 친구들을 따라간다.
한편 그 시간, 즉석사진방 앞에 늘어선 긴 줄 중에는 미린중, 미린고 교복을 입은 4명의 여학생이 보인다. 각각 아멜리와 루리, 도나텔라, 니라차다.
“이야, 학교생활 하면서 이런 데도 와 보고 해야지. 안 그래?”
아멜리가 마치 이런 즉석사진은 한번도 찍어 본 적 없다는 듯 말하자 도나텔라는 아멜리가 그렇게 말하기를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말한다.
“저기 선배님... 저희 한 20분 넘게 기다린 것 같은데... 줄이 안 줄어드는데요.”
“그러게요. 이건 무슨... 저희 뒤에도 엄청 길다랗게 늘어서 있고요.”
그런 후배들의 말을 듣는 건지 마는 건지, 아멜리는 태연히 말한다.
“이런 것도 추억이지. 다 그런 것 아니겠어? 조금 기다리면 줄은 금방 줄어들 테니 기다려 보자고.”
“하아, 선배님...”
하지만, 바로 그때, 마치 아멜리의 바람을 들어 주기라도 하듯, 몇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오고, 곧이어 줄이 확 줄어든다. 그리고, 아멜리와 일행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때 들어가는 사람들 중에, 도나텔라의 눈에 익숙한 얼굴이 몇 명 보인다.
“어? 저 애들...”
“왜 그래?”
“우리 학교 애들 같은데...”
“어디, 어디?”
도나텔라의 말을 따라 나머지 일행이 도나텔라가 가리킨 쪽을 보니, 과연 미린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몇 명 보이는데, 누구인지는 뒷모습만 보여서 잘 분간이 어렵다. 그냥 ‘우리 학교 애들이 왔구나’ 할 정도다.
“누구지... 잘 안 보이는데.”
“그러게요.”
아멜리를 비롯한 다른 일행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이내 그 지나간 남학생들에게서는 관심이 멀어진다.
“아무튼, 들어가서 찍어 보자고.”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아멜리와 일행도 즉석사진방에서 나와서, 10분 넘게 찍은 사진들을 확인해 본다. 그런데...
“야! 얘 누구냐?”
4명이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면 찍은 사진들 중 하나에, 아멜리와 루리, 도나텔라, 니라차 말고도 다른 한 명이 사진에 찍혀 있는 게 아닌가. 거기에다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조차도 분간이 안 간다. 그나마 코와 입 정도는 나오기는 했지만.
“어떤 녀석이 사진에다가 장난을 해 놓은 거지?”
“음... 사진에 찍힌 걸 봐서는 우리 학교 남자애인 것 같은데요.”
니라차가 후드 사이로 삐져나온 교복을 보더니 대뜸 말한다. 초록색의 칼라라면 미린중학교 학생일 터다. 사진만 보고 상대방을 조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니라차의 능력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아멜리는 잘 나온 사진들은 후배들에게 주고, 그 문제의 이상한 사람이 찍힌 사진들은 전부 자신이 가져간다. 그리고 푸념이 섞인 한마디를 한다.
“아, 이런 거 가지고 방송을 하면 안 되는데.”
그냥 아멜리의 입에서 별 생각없이 나온 말이겠지만, 다른 후배들은 그 말에 기겁한다. 도나텔라가 얼른 한마디 한다.
“네,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거 가지고 방송까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만큼 열이 받는다는 말이지.”
아멜리는 그렇게 말하며,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이런 거라면 환장하는 애들이 있지. 가서 보여 줘야겠어. 너희들은 크게 신경 안 써도 돼.”
그리고 그런 이상한 사진을 찍은 건 근처에서 밥을 먹던 중인 민과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인증사진을 막 찍은 코니가 민과 다른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 주는데...
“야,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는데?”
“어, 누구?”
코니가 가리킨 사진 구석에, 아까 아멜리 일행이 찍은 것과 마찬가지의 후드를 쓴 이상한 남학생이 한 명 있다. 얼른 뒤를 돌아봐도, 그런 사람은커녕 후드를 쓴 여자도, 중년이나 노년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분명히 사진에는 그런 사람이 찍혀 있다.
“이거 흔히 말하는 귀신 사진 아닌가?”
“아닌데. 이렇게 선명한 게 무슨 귀신이냐? 외계인이나 초능력자의 능력이라면 모를까.”
유의 말에 민을 비롯한 다른 일행의 시선이 집중된다.
“잠깐... 초능력자?”
“아니, 나는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유는 그렇게 말하지만, 민이 듣기에는 그건 그냥 넘겨들을 것 같지는 않다. 요즘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말이다.
“잠깐...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 같은 데 실시간으로 보면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한번 봐야겠는데.”
그리고 그날 저녁, 윤진의 집. 윤진은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팝업으로 올라온 ‘실시간 HOT’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고는 한숨을 푹 쉰다.?
“에이, 또 우리 학교야? 정말 가지가지 하는데.”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3-07 22:08:21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네요. 그리고 동아리 교류행사의 둘째날도 여전히 소란한...
언주의 뼈 있는 말, 정말 이상한 일을 꾸미는 빌런들에게는 아주 날카롭게 박히네요. 빌런집단 중에서도 최약체의, 속칭 잡몹 취급을 받은 루카스는 분통이 터져서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끙끙 앓을 수밖에 없네요.
그런데 갑자기 무서워지네요. 사진에 이상한 장난질이라니...시어하트어택
2023-03-18 09:56:16
뭐, 루카스는 저 말에 울컥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힘을 키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사진에 저렇게 하는 것도 또 누군가의 능력일 텐데...
SiteOwner
2023-03-26 16:45:05
그야말로 대환장파티 상황이군요. 사실 좋은 목적을 위해서 결성한 단체라도 구성원들이 대립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나쁜 목적을 위해 결성한 단체 내에서 내홍이 안 일어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겠습니다.
치히로와 언주 모두 네임 앤드 셰임(Name and shame)을 잘 보여줬습니다. 저렇게 누군가 보고 있고 그 보는 눈이 빌런을 놓치고 있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줘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날뛰면 그때는 내일이 없겠지요.
사진에 찍힌 불청객이 있군요. 정말 가지가지 합니다.
그리고 역시 또 미린고등학교는 화제를 불러일으키는군요. 마계학교라는 별칭이 붙는 게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3-26 22:21:44
원래부터 결성 목적이 그렇고 그렇다 보니 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물론 저렇게 모여 있어야 관리가 좀더 잘되는 법이고, 또 저런 상황에서도 누가 날뛴다면 바로 조치할 수 있죠.
저 사진에 찍힌 불청객 역시, 자신이 '찍혔다'는 건 알 리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