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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95화 - 동아리 교류행사 5일차(1)

시어하트어택, 2023-06-14 19:33:31

조회 수
111

민이 돌아보니, 민을 보고서 손을 흔드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론. 그라고 아론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아론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애써 민의 시선을 피하려고 한다.
“아니, 똑바로 봐도 되는데? 아론 형, 죄지었어?”
“뭐... 그렇지. 그건 오해였고...”
아론은 떨떠름하게 말한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어색하게 지내면 안 되지.”
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치 정수리를 쿡 찌르듯 한마디를 꺼낸다.
“오늘도 설마, 구석에서 자고 있을 건 아니겠지!”
“아니지, 설마! 오늘 교류 행사도 딱 우리가 좋아할 만한 건데, 당연히 안 그러지!”
“설마 교류 행사 때만 깨어 있고 이거 끝나면 또 구석에서 자고 있거나 그러는 거 아니야?”
“아, 아니라니까!”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아론의 눈에, 무언가 이상한 게 보인다.
“잠깐, 민아! 저기 뭐냐? 뭐가 춤추고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아, 그래, 보이네. 저기 왜 또 화단에 돌들하고 표지판이 제멋대로 춤추고 있는 거지?”
아론의 말대로다. 마치 의지라도 생긴 것처럼, 메추리 알 정도 크기의 둥그런 돌과 표지판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 아론은 별로 긴 생각을 하지도 않고 말한다.
“에이, 꽤 귀찮은걸! 다 이쪽으로 가져오면 좀 잠잠해지겠지.”
아론이 그렇게 말한 순간, 그 화단의 표지판과 돌들이 자석이 된 듯, 모조리 아론에게 이끌려 오더니, 아론의 앞에 떨어진다.
“좋아! 이제 성가시게 하지 말라고.”
하지만 상황은 아론의 뜻대로 되지는 않으려는 모양이다. 잠시 가만히 있던 돌들과 표지판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아론의 주위를 둘러싸고 빙빙 춤을 추기 시작한다.
“뭐, 뭐, 뭐야, 이것들! 왜 이러는 건데!”
아론은 겁에 질린 건지, 그 춤추는 돌들과 표지판을 피하려고 몸을 움츠리더니, 이윽고 민을 놔두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난다. 그 돌멩이들과 표지판은 아론을 뒤따라가더니, 아론이 보이지 않자 이윽고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춘다. 마치 배터리가 다 떨어진 기계가 작동을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왜 저래...”
민은 중얼거리다가, 이윽고 무언가를 떠올린다. 토요일에 본 적 있는, 그 춤추는 과자 말이다. 그 움직임은 꽤 다르지만, 주위에서 느껴지는 묘한 아우라도 그렇고, 또 그 돌멩이들이 언제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뛰어올 것 같은 태세를 취한 것 같은 예감도, 역시나 그 사람이 떠오른다.
“이것도 설마, 그 로니라는 형이 한 건가?”
물론 민의 예상 그대로다. 로니는 화단 근처에 숨어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자기딴에는 모습을 감추느라 위장막 같은 것을 펴고서, 조용히 웅크려 있는 모양이지만, 그게 좀 많이 허술한 모양인지, 민의 눈에도 바로 보인다.
“이번에도 꽤 재미있게 됐는데? 그런데... 저 형은 왜 또 거기 있는 거야? 에이, 다른 데나 가서 놀아야겠다.”

그렇게 조금 걸어가다 보니, 어느 동아리인지는 몰라도 동아리방에 다 모여서 교류 행사를 막 시작하려는 게 보인다. 한눈에 봐도, 내부 인테리어나 장식품 등이, 어느 카페 안에 들어온 것같이 해 놓은 것도 범상치 않아 보인다.
“흐음... 홈카페 동아리가 맞는 건가?”
민도 그 동아리 이름은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동아리 주제 역시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민의 입장에서는 좀 많이 끌리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동아리의 구성원 중에 민이 그렇게까지 잘 아는 사람은 없어서, 아직 민의 입장에서는 신비에 싸인 동아리기도 하다. 마침 이번에 교류 행사도 하는데, 지금까지 행사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궁금하다.
“그래, 맞아. 내 예상이 맞다면...”
그러고서 슬며시 그 동아리방에 붙은 표지판을 보니, 커피잔 모양의 로고가 그려진 게 한눈에 봐도 멀리서도 눈에 띈다. 예상은 맞았던 것이다. 그렇게 보니, 이 홈카페 동아리라는 곳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야, 안에서는 뭘 하길래...”
잠시 더 들여다보니, 민의 예상 그대로, 음료수와 디저트가 테이블 한가운데 놓여 있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디저트를 하나씩 맛보고 있는 건 누군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나는 알겠다. 테이블 위에 RC카가 놓여져 있는 걸 보니 RC브라더스가 맞기는 한데, 트랙도 안 깐 동아리방 안을 잘만 돌아다니는 걸 빼면, 민이 흔히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보던 카페와 다를 게 없다.
“홈카페 동아리라고 했지... 저기 가면 특이한 걸 많이 먹을 수 있는 건가?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럼, 이제 슬슬 가 볼까...”

그리고 그 시간, 자동차 연구 모임 동아리방.
“아무튼, 선배님, 저희 동아리방은 마음에 드시나요?”
“어, 그래. 너희 만들어진 지 며칠 안 됐다며?”
“네... 그렇죠!”
슬레인이 마치 귀빈을 맞이하는 호텔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말한다.
“선배님이 창립 멤버가 되지 않은 게 아쉽네요! 조금 더 빨리 오시지... 그래도, 동아리방은 꽤 잘 꾸며 놨지요. 어때요, 마음에 드시는지요?”
“그래. 꽤 잘 꾸며 놨네.”
슬레인과 준후는 셰릴에게 동아리방 여기저기를 보여 주던 참이다. 셰릴은 마치 자신이 이곳의 여왕이라도 된 것처럼, 약간은 거만하게도 보이는 자세로 음료수 빨대를 입에 물고서 말하고 있다.
“오늘 동아리 교류 행사 상대는 어디래?”
“아, 오늘이요? MI스터리래요.”
“아니, 왜 그런 데하고 교류 행사를 해? 으스스하게.”
슬레인의 말에 셰릴이 되묻자, 준후가 바로 말한다.
“매니저들이 모여서 뽑기를 하든 지목을 하든 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교류 대상은 그 동아리가 된 것 있죠.”
“뭐, 그래, 그건 그렇고, 우리 동아리는... 다 온 건가?”
셰릴이 막 그렇게 묻고, 슬레인이 거기에 대답을 하려는데...
“짜잔!”
갑자기 자동차 연구 모임 동아리방 안이 다 울리도록,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하고서 들어온다. 동아리방 안에 틀어 놓은 엔진음이 순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누구야, 거기...”
막 그렇게 말하고서, 슬레인이 뒤쪽을 돌아보는데...
맨 앞에는 MI스터리의 매니저 차논이 서 있다. 분명히 이 큰 소리는 차논이 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다른 MI스터리 부원들이, 마치 식당에 줄을 선 단체 손님이라도 되는 듯 줄줄이 들어온다. 차논의 얼굴을 보자마자, 셰릴은 잔뜩 긴장했던 게 싹 빠지기라도 한 건지, 막혀 있던 숨을 턱 하고 내쉬며 말한다.
“후, 차논, 의외야. 나는 또 너하고 너희 후배들이 요즘 흔히 보이는 고딕풍의 이상한 복장을 하고 오기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야, 셰릴. 네가 하도 그런 걸 자주 봐서 그렇지. 그런 애들은 저기 메이드 연구회나 코스프레 모임에 가면 볼 수 있어.”
“아... 그랬나.”
“어디, 이 동아리는 나도 처음인데, 다들 예사롭지는 않아 보이는 얼굴이네.”
차논은 마치 자신이 관상쟁이라도 된다는 듯 말하더니, 이윽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고서, 잠시 멀뚱멀뚱 자신을 보고 있는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을 보며 말한다.
“이런 동아리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를 준비해 왔는데...”
“저, 선배님...”
슬레인이 뭐라고 해 보려고 하지만, 타이밍을 놓쳤다. 이미 차논의 입은 벌어지고, 모두의 이목은 차논에게로 쏠린다. 그리고 그걸 기다린 듯, 차논은 입을 연다.

그리고, 이곳은 레디 길드 원의 동아리방. 레디 길드 원은 7명 정도의 소규모의 동아리지만 동아리방 규모는 교실 하나 정도 크기로, 인원이 4배는 넘는 만화부실의 반 정도는 된다. 물론 그 이유야 이곳이 프로게이머를 지향하는 곳이다 보니 거기에 맞는 각종 장비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큰 동아리방을 얻은 것이고, 실제로도 동아리방 뒤쪽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우와, 뭐 이렇게 많이 왔지? 이거, 다 들어가려나?”
레디 길드 원의 매니저 레오네가 막 동아리방 안에 들어오고 있는 만화부원들을 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한 듯 말한다.
“이거 가지고는 다 안될 텐데...”
“아니, 다 들어갈 것 같은데.”
막 들어온 윤진이 레오네를 보더니 말한다.
“예전에 우리는 이것보다 반은 더 작은 곳에 20명도 족히 들어갔다고.”
“아, 그런가요...”
레오네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윤진의 그 말이 별로 믿기지는 않지만, 한번 보기로 한다. 과연 윤진의 말대로 레디 길드 원의 동아리방 안에는 두 동아리를 다 합쳐 40명 가까이의 인원들이 다 들어가고도 남는다. 물론 의자는 얼마 없어서 상당수의 만화부원들은 서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민 역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서 있다.
“어디, <레디 플레이어 원>은 많이 해 본 적이 없는데, 나도 여기서 구경하고 있으면 좀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되려나.”
그렇게 민이 중얼거리자, 그걸 듣기라도 했는지, 민의 옆에서 같이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토마가 마치 준비라도 한 듯한 말을 한다.
“그 점에 있어서는 너나 나나 똑같지 않냐? <트리플 버스터즈>는 꽤 많이 해 봐서 알겠는데, 저건 아무리 봐도 모르겠더라.”
“야, 어떻게 몰라? 나는 저 게임 공식 가이드북만 봐도 딱 감이 오던데.”
옆에서 듣고 있던 유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말하자, 민과 토마가 입을 모아서 거짓말 하지 말라는 듯 말한다.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누가 공식 가이드북만 보고 공략을 하냐?”
“거짓말 아니라니까? 봐봐. 이거 작가가 누구인지.”
유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 안에서 만화책 크기의 책자 한 권을 꺼내서 민에게 건네준다. <레디 플레이어 원 공식 가이드북>이라고 되어 있는 그 책은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그림체를 보니 아무리 봐도 <그린 마스크드 파이터>의 그 작가가 맞다. 내용은 꽤 괜찮게 되어 있기는 하지만, 민은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인다.
“에이, 이거 보고 마스터했으면 나는 뭐 <트리플 버스터즈> 랭킹 1위는 단숨에 찍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렇게 민이 다시 그 가이드북을 유에게 도로 건네주려는데, 레오네가 그걸 들은 모양인지, 민과 친구들 쪽을 돌아보고는 말한다.
“얘들아, 그 가이드북을 너무 과소평가하지는 마. 내가 바로 그 가이드북을 보고 입문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어... 정말요?”
“그래, 맞아. 거기 봐봐. 얼마나 재미있게 설명해 놨는지 몰라.”
레오네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만화로 되어 있으니 잘 읽히는 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레오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민에게 말한다.
“이왕 그렇게 이야기했으니, 민이 네가 이번 동아리 대항전에 만화부 대표 중 하나로 앉아 줘야겠는데?”
“네... 네? 저는, 이 게임을 별로 해 본 적도 없는데?”
물론, 레오네는 민이 말하는 그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6-15 00:24:33

사물이 갑자기 춤추고 또한 특정인을 따라가다니...

정말 끔찍하네요. 이런 상황을 겪으면 진짜 패닉해 버릴 듯하네요. 그런데 그 짓을 저지르는 로니가 숨은 모양이 참 엉성하네요. 저런 짓을 다른 누구에게 저질렀다가 잡혀서 경을 치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또 볼만하겠어요.


교류행사에는 레오네가 민을 집요하게 노리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어하트어택

2023-06-18 22:11:47

꼭 큰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무언가가 마치 귀신에 들린 듯이 움직인다면 무섭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로니는 아무래도 자기 재미가 우선이니 저렇게 허술하게 숨어도 별로 개의치 않을 겁니다. 아직 공개적인 망신을 당한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레오네도 나름 노리는 게 있습니다만, 아직은 봐야 알곘죠.

SiteOwner

2023-06-18 14:14:31

확실히 이상한 상황이군요. 게다가 범인도 시야가 닿는 데에서 이상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듯하고.

그 장난질은 아론을 정신없이 도망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민의 눈을 벗어나지는 못했고, 참으로 한심합니다. 로니는 자신이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고...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실 상황이 재미있군요. 여왕같은 셰릴, 그리고 그 분위기를 깨고 난입한 MI스터리의 차논...

민이 레오네의 술수에 말려든 게 참 순식간입니다. 저런 능력은 무섭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6-18 22:17:46

로니는 자기 즐거움이 우선이니까 그렇습니다. 숨는 게 부실하다고 하더라도, 즐거움이 우선이니 위장 따위는 뒷전이었을 겁니다.


셰릴은 아무래도 매니저인 슬레인의 선배이기는 하지만, 형식상으로는 부원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더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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