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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업자 - The Smuggler] 22화 - 양동작전

시어하트어택, 2019-10-16 23:02:57

조회 수
139

호렌이 호텔 지하 카페에서 헤매고 있는 그때. 겉에 얇은 코트를 걸친 에제타노는 호텔 정문을 나서서, 길가를 걸으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그쪽은 어떻게 되고 있나, 야마모토?”
“일단 두 명은 저희가 상대하고 있는데, 어제 상대했던 그 여자는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야마모토라는 부하는 당혹감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뭐야, 그 여자가 없어? 중간에 사라진 거야,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거야?”
“처음부터 그 카페에 없었습니다.”
“하... 어쨌든 알았다. 그들에게서 최대한 정보를 얻어내라. 나와 이반은 그 브라운과 로렌이라는 자들을 해치우러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얻어낼 건 확실히 얻어내라. 네 실수를 만회할 기회이니.”
에제타노는 전화를 끊고, 호텔 정문을 나선다. 호텔 정문 앞에 택시가 한 대 기다리고 있다. 그 택시를 탄다.
“손님, 어디로 갈까요?”
아무도 없는 택시 운전대에서 기계음이 들린다.
“딜라이트 빌딩으로 데려다주세요.”
“10분 뒤면 도착합니다. 요금은 12,000리라입니다.”
인공지능이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택시가 출발한다. 에제타노는 가만히 앉아, 밖을 내다보며 말한다.
“호렌, 이제 네놈에게, 내 어린 시절에 당한 것과 같은 절망과 굴욕을 선사해 줄 때가 왔다. 목숨만 빼고 그야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게 해 주겠다.”
차창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문득 에제타노의 눈에 뭔가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이 보이는 것 같다. 그는 눈을 비빈다. 다시 앞을 보고 앉는다.

EP22.jpg



수민과 카르토는 눈을 뜬다. 처음 보는 공간이다. 웬 동화에나 나올 만한 성이 보이고, 둘의 앞에는 흰 벽돌로 된 긴 길이 펼쳐져 있고, 양옆으로 길게 분수대가 뻗어 있다. 그 주변은 온통 울긋불긋한 꽃으로 덮인 정원이다. 이곳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왔군. 물론 한 명이 오지는 않았지만.”
“누구냐? 빨리 얼굴을 드러내라!”
수민의 말에, 목소리의 주인공은 의외로 순순히 나온다.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은 다름 아닌 그 동화에나 나올 법한 성. 잠시 후, 정장을 입은 검은 머리의 미청년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 녀석인가?”
“맞아... 아이샤에게 들었지. 갑자기 자신만의 이상한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녀석이 있다고. 그 녀석인 것 같아.”
수민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가리키며 말한다.
“너 말이야! 지금은 또 무슨 수작을 쓰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제 아이샤와 같은 수법은 안 통할 것이다.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
검은 머리의 미청년은 수민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에 온화한 웃음을 띠며 걸어온다.
“하하하, 제가 어떻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거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마라!”
이번에는 카르토가 앞에 나서서 검은 머리의 미청년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이샤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우리에게 이상한 수작을 부리려는 순간, 네놈은 곧장 나의 공간 속에 집어 삼켜질 줄 알아라!”
“하하하, 그렇게 될지 한 번 보죠.”
수민과 카르토 모두, 공격 태세를 취한다. 그런데 검은 머리의 미청년은, 카르토가 말한 대로 성문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수민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가 호기롭게 웃으며 말한다.
“저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 움직이지 않으면 남은 건...”
수민이 뭔가 더 말하려는 그때, AI폰이 울린다. 카르토가 수민 대신 앞으로 나서고, 수민은 전화를 받는다.

한편 그 시각, 호텔 지하 카페. 호렌은 카페 한쪽 구석에 앉아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여보세요?”
“아, 호렌. 너 지금 어디야?”
“네가 말한 카페인데... 너희들이 안 보여서. 거기 어디야?”
“몰라. 여기는 무슨 성 같은 곳인데... 나하고 카르토가 있어. 아이샤는?”
“메스키타가... 거기 없어?”
“맞아. 어제 새벽부터 안 보였는데...”
“뭐야, 새벽부터라고?”
“그래. 확실한 건 지금 여기에는 카르토하고 나밖에 없다는 거야.”
“뭐... 좋아. 어쨌든, 고마워.”
호렌은 전화를 끊는다.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더니, 이내 소리를 지른다.
“너 메스키타, 설마아아아!”
호렌은 그 길로 카페를 나와서, 빠른 걸음으로 호텔 로비로 향한다. 다시 AI폰을 꺼내들고 어딘가로 전화한다.
“여보세요...”
“예, 술타나 라이더스입니다.”
“거기, 술타나 라이더스죠? 레드 카디널 호텔 정문 앞에 택시 한 대 대기시켜 주세요.”
“네? 손님 성함과 행선지는...”
“딜라이트 빌딩이요. 이름은 택시 타면 말할 테니, 최대한, 최대한 빨리 와 주세요!”

“거기서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뭘 하겠다는 거지?”
수민이 전화를 받는 사이, 카르토가 검은 머리의 미청년을 도발한다.
“가만 보니, 염동력을 쓸 것 같지는 않게 생겼군.”
“그렇습니다. 제 능력은 염동력같이 강대한 능력도 아닙니다. 제가 보여 줄 것은 다 보여 줬다는 겁니다.”
검은 머리의 미청년은 얼굴 가득 여유로운 웃음을 띠며 말한다.
“어차피 다들 들어서 아시는 것 같으니, 말씀드리죠. 저는 야마모토라고 합니다. 저 아이샤라는 여자에게는 다른 이름으로 소개했죠. 능력은 보다시피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이게 전부입니다.”
“그래? 그럼 좋다. 이제 네놈은 내 공간으로 들어갈 일만 남았군.”
카르토 역시 지지 않겠다는 듯 이를 내보이며 말한다.
“아니오.”
야마모토는 카르토가 위협적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웃음을 가득 섞어 말한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그 입, 다물게 해 주겠다!”
마침 전화를 끊은 수민이 오른손을 뻗어 능력을 발동할 태세를 갖춘다.
“김수민 씨라고 했지요?”
그때,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 누구냐!”
“당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지요.”
“재미있군. 부질없는 짓이라니?”
그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야마모토와는 확연히 다른, 선글라스를 쓰고 티셔츠 위에 조끼를 받쳐입은 근육질의 남자다. 수민은 능력을 발동하려 한다.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온다. 막 능력을 발동하려는데...
“어... 이게 뭐야?”

한편 그때. 에제타노는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린다. 그의 눈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은 외관의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딜라이트 빌딩이었지...”
에제타노는 바로 딜라이트 빌딩으로 들어선다. 브라운과 로렌이 있을 장소는, 그가 파악하기로는 2층에 있는 카페 ‘루비콘’이다. 그의 예상이 맞는다면, 그들은 창가 쪽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계단으로 가, 한발 한발 발을 옮긴다. 그의 발이 점점 2층에 가까워질 때마다, 두근거림도 커진다. 이제, 몇 계단 안 남았다... 마침내, 2층! 눈 바로 앞에 루비콘 카페가 보인다. 곧장 카페로 들어가려는 그때.
퍽-
뭔가 에제타노의 다리 뒤쪽에서 에제타노의 다리를 강하게 후려친다. 
“큭...”
에제타노는 순간 몸이 기우뚱하고 앞으로 넘어지려는 것을 간신히 바닥에 손을 짚는다.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아무도 안 보인다.
“누구냐? 내 뒤에 있는 걸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안 보인다. 그의 뒤쪽 계단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하다... 가까이에 있다!
“빨리 나오지 않으면...”
“나는 너한테 얼굴을 보이지 않을 거다.”
방금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목소리! 그렇다면 이건 분명히... 확실하다. 그 여자다! 에제타노는 직감한다. 그림자... 그림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에제타노는 손을 든다. 그리고 내려친다. 자신의 그림자를.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또 그 여자의 목소리다... 하지만 그의 그림자가 아니다... 그 여자는 그의 그림자 안에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꽤 놀랐어. 나보다 미리 와서 매복하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거대한 파도와 같은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가?”
“천만에. 내가 바보인 줄 아나?”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뭔가가 또 날아온다. 분명히 주먹 아니면 발차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 근처의 구석이다!
“그리고 나도 바보는 아니거든.”
에제타노는 자신의 뒤에서 날아오는 뭔가를 잽싸게 피하고, 오히려 그것을 낚아챈다. 쿵 하는 소리가 들리며, 바닥에 뭔가가 패대기쳐진다. 맞다. 확실하다! 아이샤, 그 여자다!
“그냥 조용히 받아들이면 지나가 주었을 텐데...”
에제타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샤를 향해 다가온다. 아이샤는 에제타노를 보고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에제타노가 다가오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한편, 수민은 지금 믿지 못할 일을 겪고 있다. 오른손이 자기 손이 아닌 것 같다... 뭔가가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강하게 사로잡고, 그의 손을 수민을 향해 겨누고 있다... 이건 분명히 수민의 능력일 텐데... 어째서?
“저항을 하려나 본데, 무의미한 짓이지요.”
근육질의 남자는 수민을 보고 여유롭게 웃으며 말한다.
“당신이 보유한 능력이 무엇인지는 제게 상관없습니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카르토가 근육질의 남자에게 주먹을 쥔 채 곧장 달려든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어딘가에서, 마치 절벽을 만난 듯 뚝 끊긴다. 그의 몸이 갑자기 아래로 떨어진다.
‘어... 어째서...“
카르토가 간신히 땅을 짚고 밑을 내려다보니, 암청색 공간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것과 같은...
”두 분 다 깨달으셨지요. 이게 제 능력입니다. 당신들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든, 제게는 상관없다 이 말입니다!“
”이... 이 자식!“
”흐흐흐... 어떠신지요? 자기가 놓은 덫에 자기가 걸린 기분, 자기가 든 총으로 자기를 겨누고 있는 이 기분은!“
근육질의 남자는 수민과 카르토를 마치 장난감 다루듯, 가볍게 밀쳐내며 말한다.
”자, 그럼 이제 어디 말해 보실까요? 베라네가 있는 곳을!“
”내가 그런다고 말할 것 같으냐? 말할까 보냐!“
수민의 말을 듣자마자, 근육질의 남자는 수민의 손을 조종해 수민의 입을 세게 후려친다.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한 꼴을 보게 될 테니!“

한편, 딜라이트 빌딩 앞. 한 대의 택시가 딜라이트 빌딩 앞에 다다른다. 거기서 내리는 건 다름 아닌 호렌. 2층, 루비콘이었지... 가만히 빌딩의 2층을 올려다본다. 두 사람이 창가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어딘가 좀 익숙해 보이기도 하는데...
곧장 호렌은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계단으로 발을 옮기기도 전, 뭔가가 자신을 붙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다! 뭔가가 붙들고 있다. 호렌의 발목을! 순간 호렌은 직감한다. 위험하다! 로렌 씨와 브라운 씨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그는 즉시 AI폰을 꺼내 든다. 하지만 또다시 뭔가가 강하게 호렌의 손을 붙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SiteOwner

2019-10-17 20:03:17

같은 수의 적이라도, 일제히 같은 방향에서 등장하는 것보다는 처음에 상정하지 않은 적이 예상밖의 위치에서 나타내서 협공하는 것이 무섭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이게 확실히 잘 드러나는군요. 그래서 양동작전...

이전 회차에서 아이샤가 만났던 그 의문의 남자의 정체는 야마모토였군요. 의문이 풀렸습니다.

게다가 호렌에의 끝갈 데 모를 증오를 불태우는 에제타노의 눈앞이 살짝 흐려지는 것을 보니 에제타노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호렌도 남말할 처지는 아닌 듯합니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목적을 이루는 것이겠지요.

마드리갈

2019-10-18 22:17:31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었네요.

게다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적이 나타나는 것은 아무래도 무서울 수밖에 없겠어요.


그런데, 압박감에 짓눌려 있거나 복수심에 눈이 멀거나 상대를 얕보게 되면 결과는 별로 좋지 않죠. 전력을 다해 싸우더라도 도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판에, 무엇인가에 사로잡혀 있거나 방심하고 있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효과적일 확률은 아무래도 많이 떨어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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