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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24.jpg (327.9KB)
“제길... 그 여자! 여자를 어디 숨긴 거냐!”
에제타노는 애꿎은 호렌에게 소리지른다.
“잘 찾아 보시지. 나도 어디 갔는지 모르니까.”
“너 이 자식, 반드시... 반드시 무릎 꿇게 해 줄 테다!”
♩♪♬♩♪♬♩♪♬
그때, 에제타노의 AI폰이 울린다. 에제타노는 호렌을 노려보면서 전화를 받는다.
“무슨 일인가, 야마모토?”
“베라네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그래? 어딘데?”
야마모토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에제타노의 목소리가 금세 밝아진다.
“확실히 알아낸 건가?”
“아이샤... 그 아이샤라는 여자를 족쳐야 합니다!”
“뜬금없이 그 여자는 왜!”
야마모토의 전화를 받고 잠시 밝아졌던 에제타노가 다시 짜증 섞인 고성을 낸다.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베라네가 어디 있는지나 이야기해!”
“저... 그게... 그 김수민이라는 자에게서 나온 증언입니다. 그러니까 그 아이샤라는 여자를 심문해서 베라네의 위치를 알아내야...”
“시끄러! 빨리 베라네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아봐!”
에제타노는 전화를 끊는다. 한숨을 푹 내쉰다. 그리고 로렌과 브라운을 향해 다가가는 이반을 초조하게 바라본다. 이반은 커피잔 안에 손가락을 넣어 보고는, 에제타노에게 신호를 보낸다. 이번에는 진짜다! 환각이 아니다! 에제타노의 신호가 떨어진다. 로렌과 브라운을 죽여라! 이반은 우선 파마머리의 남자의 옆으로 다가간다. 이 사람이 분명 로렌이다! 슈트 한쪽에서 슬며시 나이프를 하나 꺼낸다. 됐다... 지금이다!
쾅-
다음 순간, 이반은 바닥에 나자빠져 있다. 잘 있던 테이블이 갑자기 이반을 덮친 것이다!
“뭐... 뭐지... 이게 어떻게 된...”
로렌과 브라운 역시, 별안간 벌어진, 테이블이 난데없이 엎어진 이 상황에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다. 그것보다도, 이반은 뭔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그 로렌과 브라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다! 급히 슈트를 만져 본다. 커피와 깨진 잔 조각이 슈트 여기저기에 묻어 있다!
“이 녀석이 이반이라는 녀석인가 보군요.”
“맞습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녀석이라고 했죠.”
이반은 일어나서 뭐라도 해 보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이반은 구석에 몰렸다...
루비콘 밖에 서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는 에제타노는 이제 다리에 힘이 점점 풀린다. 입안은 바짝 말랐고, 눈에도 이미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너... 호렌, 이 자식...”
에제타노는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내며, 앞에 서 있는 호렌의 목을 잡은 다음 벽에다 밀친다. 아까의 여유 있던 그 표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두 눈에서는 눈물이 마치 폭포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왜 또 네놈인 거냐아아아아아아!”
에제타노의 절규에 가까운 고함에는 그가 살면서 겪어 왔던 고통과 좌절, 분노가 다 함축된 듯하다. 호렌은 금방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에제타노의 살의 섞인 얼굴에도 무덤덤한 표정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이기라도 하려고? 아니면, 기억을 지우기라도 하게?”
호렌의 말을 듣자마자 에제타노의 눈은 곧바로 흰자위를 보이더니, 두 손이 호렌의 목을 더욱 강하게 움켜잡는다.
“오냐,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바로 그때, 에제타노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옆으로 쿵 하고 쓰러진다. 에제타노가 쓰러지자마자, 브라운이 호렌에게 다가와 말한다.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괜찮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요?”
“전기충격을 좀 주었습니다. 치명상은 안 주었습니다.”
브라운의 손에는 전기충격기가 들려 있다. 호렌이 얼핏 보니, 카페 한구석에 갈색 슈트를 입은 이반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건 그렇고, 그보다도 그 이반이라는 자는 도대체...”
“아, 이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림자 안에 숨어 있어서 저희도 예상은 못 했는데...”
브라운이 가리키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샤. 아이샤를 보자마자 치밀어오르는 그런 감정이, 이번에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야, 너 말이야, 너...”
“응? 내가 왜?”
“아, 아니야. 이따가 말할 테니까, 지금은 수민하고 카르토한테 좀 전화나 해 봐.”
“아, 전화는 제가 하지요.”
로렌이 뒤에서 말한다. 그런데 로렌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많이 듣던 목소리 같다... 며칠 전에 들었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니겠지. 잘못 들은 거겠지.
호렌은 자기 앞에 쓰러진 에제타노를 본다. 에제타노는 전기충격에서 깨어난 건지, 몸을 비틀거리며 천천히 일어서고 있다. 눈은 살의를 띠고, 입꼬리는 기분나쁘게 올린 채 호렌을 노려보고 있다.
“흐흐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따위 전기충격에 쓰러질 줄 알고? 나와 이반은 이 꼴을 당했지만, 아직 3명이나 남아 있다!”
이 말을 하며, 에제타노는 호렌의 목을 다시 한번 꽉 쥔다.?
바로 그 시간, 수민과 카르토는 택시를 타고 딜라이트 빌딩으로 향하고 있다. 이곳은 술타나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오전 시간대라, 차는 그렇게 밀리지는 않는다.
“잠시 후 딜라이트 빌딩 앞에 도착합니다.”
택시 인공지능의 기계음이 들린다. 수민과 카르토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내릴 준비를 한다.
“잠깐...”
카르토가 딜라이트 빌딩을 보더니, 심각한 얼굴을 하며 말한다.
“딜라이트 빌딩 앞에 택시가 한 대 이미 서 있어. 거기에다가 녀석들은 이미 택시에서 내려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고!”
과연, 택시에서는 야마모토, 시몬, 젱킨스가 차례대로 내리고 있다. 거기에다, 딜라이트 빌딩으로 바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그 녀석들이로군. 하지만 택시에서 내려서 저 녀석들을 막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해.”
수민이 딱 봐도 세 사람과의 거리는 20m는 족히 넘는다.
“잠깐, 내 능력이라면 되려나 모르겠는데.”
카르토는 말과 동시에 시트를 손으로 쳐서, 암청색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르토는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는다. 수민은 가만히 앉아 딜라이트 빌딩 입구를 주시한다. 잠시 후, 3명이 모여 딜라이트 빌딩으로 들어서는 바로 그때, 3명이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다. 마치 빌딩 입구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있었다는 듯. 3명을 삼킨 암청색의 그 구멍은, 3명을 모두 삼키자마자 사라진다.
“이걸로 3명은 된 것 같군... 위에는 어떻게 됐으려나...”
수민은 AI폰을 들어 로렌에게 전화를 건다.
한편, 딜라이트 빌딩 2층.?
“흐흐흐... 호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란 말이다!”
에제타노가 호렌의 목을 잡고 조르려는 바로 그때, 로렌이 에제타노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면서, 호렌에게 말한다.
“김수민 씨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딜라이트 빌딩 1층에서 야마모토, 시몬, 젱킨스라는 사람들을 포박하는 데 성공했다는군요.”
그 말에 에제타노의 온몸에 힘이 풀리더니, 쥐었던 손을 풀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는다.
“하... 다행입니다.”
호렌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럼 우리도 내려가 보죠.”
호렌의 말에 따라 아이샤, 로렌, 브라운은 계단으로 향한다.
“흐흐흐...”
문득, 에제타노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호렌은 주저앉아 있는 에제타노를 돌아본다. 에제타노는 호렌을 보고서도, 달려들기는커녕,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만 할 뿐이다.
“왜 그렇게 웃는 거지, 에제타노?”
호렌은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에제타노에게 묻는다.
“흐흐흐... 이번에도 나는 네놈에게 졌군. 하지만 봐라, 언젠가 나는 네놈과 다시 만날 거다. 그리고 기대하라고. 그때는 절망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가르쳐 줄 테니. 흐흐흐...”
“내가 네놈과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하나?”
“흐흐흐... 그렇고말고. 네놈의 인생의 절정의 순간에서, 나는 기다리고 있을 거다. 기대해도 좋아. 흐흐흐...”
“갑시다.”
브라운이 호렌을 재촉한다. 호렌은 에제타노를 한 번 노려보고는, 로렌과 브라운, 아이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그로부터 약 1시간 후, 레드 카디널 호텔 로비.
“그나저나 다행이군요. 저희가 조금만 늦었어도 만나지 못할 뻔했으니까요.”
수민이 선글라스를 쓴 로렌과 브라운에게 말한다.
“두 분 만나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아 참, 두 분 오늘 하루는 숙소를 구하셔야 할 텐데, 구하셨는지요?”
이번에는 카르토가 로렌과 브라운에게 묻는다.
“아, 오늘은 저희도 여기서 하루 묵을 겁니다.”
로렌이 호텔 키를 들어 보이며 말한다.
“내일 얼리버드 호 수리가 다 끝나면 출발 예정이죠?”
“네, 그건 맞는데...”
수민이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로렌을 돌아보며 말한다.
“그런 건 다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거죠?”
수민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건 그것 말고도 또 있다. 목소리가 익숙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그런 목소리다... 거기에 파마머리까지... 분명 짚이는 건 있는데, 얼굴 모양은 한눈에 봐도 많이 다르고... 이상하다.
“네 분, 이제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레스토랑에서 식사나 하고 들어가시죠.”
브라운이 수민 일행을 돌아보며 말한다. 수민은 고개를 끄덕인다.
호텔 1층의 레스토랑 ‘향원’. 창가 쪽 테이블에 수민 일행과 로렌, 브라운 6명이 앉아 있다. 수민은 로렌과 브라운을 유심히 지켜본다. 로렌이 조용히 선글라스를 벗는다. 그다음, 뒤통수로 손을 가져가서 뭔가를 만지작거리더니, 얼굴을 잡아 뜯는다. 가면으로 위장한 로렌과 브라운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그 순간, 수민과 카르토, 호렌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특히 수민은 더더욱.
“사... 삼촌, 여기에는 어떻게...”
“그래. 로렌이라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 네가 걱정돼서 와 봤다. 속여서 미안하구나.”
로렌, 아니 주경은 얼굴에 미안함이 담긴 웃음을 띠며 말한다.
“그런데... 못 본 얼굴도 하나 있는 것 같은데...”
“아, 주경 씨. 이 여자가 누군지 알면 놀랄 겁니다.”
호렌이 아이샤를 가리키며,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말한다. 주경은 아이샤보다도, 우선은 아직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브라운을가리키며, 수민을 바로 보며 말한다.
“아, 그런가? 다들, 이 사람이 누군지 알면 더 놀랄 거다.”
“네? 더 놀랄 거라니요. 이 분은 처음 보는 분이고, 이름은 브라운인데...”
바로 그때, 브라운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수민에게 손을 내민다.
“아흐마드 카림이라고 하네. 김수민 군이었나? 만나서 반갑네.”
수민은 악수를 하면서도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아흐마드 카림? 설마...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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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30 20:31:09
로렌, 브라운 모두 실제의 신분이 아니었군요.
게다가 로렌의 실체는 수민의 삼촌인 주경이고, 브라운의 실체는 아흐마드 카림인데 그 카림은 생면부지의 인물은 아닌 듯하고...이런 반전이 있다니, 솔직히 안 놀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적은 예상했다는 것보다는 적다는 사실이 드러나는군요. 이래서 일보 전진인가 싶습니다.
마드리갈
2019-10-30 23:44:02
에제타노에게는 호렌이 불구대천의 원수같은 존재이고, 삼국지연의에서 주유가 제갈량 탓을 하는 것 같은 것도 느껴지네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이네요.
그런데, 역시 안심할 수 없네요. 문제의 로렌과 브라운은 적이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는데, 주인공 팀의 사람들 중에 적과 내통하는 자가 없다고도 단언은 할 수 없고...
일단 한발 나아갔지만, 여전히 불안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