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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가 누운 밤의 들판에는

柔夜, 2020-03-02 22:47:38

조회 수
185

*워드로 쓴 글을 그대로 옮겨왔기에 가독성이 낮을 수 있습니다. 줄간격 200%를 써서 어떻게 해보려 했지만 적당할지 모르겠네요.
(추가) 글꼴 크기를 늘리니 조금 볼만한 것 같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 읽는데 눈까지 아프다면 엄청난 손해 아니겠습니까. :)

?“너는 그래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
?Y는 내 말에 평상에 두 손바닥을 대고 살짝 뒤로 기댄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로등이나 간판의 불빛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이라 그런지, 도시에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힘든 숫자의 별이 오만 군데에서 총총 빛나고 있었다. Y의 왼손께 엎어져 있는 휴대전화에서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Y가 좋아하는 가수는 참 많고도 다양했다. 이야기를 듣고서 음악에 관심이 있는 내 친구에게 고스란히 물어보면, 꽤나 관심이 많은 사람 같다는 대답을 들을 정도로 듣는 폭이 넓고 또한 달랐다. 음악에 있어 서로가 관심을 가진 곳이 많이 다르지만 겹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잔잔하게 슬퍼 계속 듣다 보면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 그런 음악을 좋아한다는 거.
?Y는 계속 하늘을 보고 있었다. 두 눈에 보이는 밤하늘에, 좋아하는 별의 위치를 기억해두고 매일 그걸 찾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음악이 끝나고, 다른 하나가 재생된다. 이번 거는 다행히도 어떤 가수 곡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스타세일러라고 했었나. 직역하면 별을 항해하는 선원들. 지금 저렇게 하늘을 보고 있는 Y를 가리켜 부르는 말인 것 같았다. 한 소절이 더 끝나고, 마침내 찾았는지 Y가 입을 뗐다. 입술이 바짝 말라 말을 하기 전에 혀로 입술을 살며시 적시고서.
?“평범한 사람.”
?무덤덤한 말끝에 Y는 별을 찾는 눈빛을 거두고, 휴대전화를 살짝 흘겨본 다음 다시 내게 말했다.
?“평범한 사람이 되려면, 평범하게 살면 되는 거 같아. 고장 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그렇게 말하고 Y는 다시 별을 찾기 시작했다. 별빛이 불규칙하지만 절묘하게 모이거나 흩어져 모양을 이루고 있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 모양을 볼 때마다 Y는 입꼬리를 살짝 들썩인다. 올라가는 모양새가 신화에 나오는 돌에 꽂힌 칼을 뽑으려 할 때, 칼이 살짝 움찔했다 다시 돌아가 뽑히지 않는 걸 생각나게 했다. Y는 그리 미소를 짓는다. 마음에 드는 모양을 찾은 건지 다시 그렇게 웃었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Y가 별을 보며 내게 물었다. 나도 따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 눈에는 그저 별만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눈에 띄는 모양 비스름한 것이 있나 애써 찾아보며 생각하다 대답했다.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는 사람. ……그리고 가까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별의 항해자 노래가 다시 한 번 나오고 있었다. 이 곡은 제목도 기억한다. <Way to fall>. 어떤 뜻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뭔가 우리말로 바꿔보기에는 영어 실력이 어중간해서 힘겹다. 조금 지나서 코러스가 나올 때쯤 Y가 내게 말했다.
?“너무 서두르진 마. 넘어지니까. 넘어지다 보면 고장 나고 고장 나면, ……슬슬 가볼게. 늦으면 뭐라고 하셔.”
?그는 휴대전화를 챙겨 들고서 한쪽 이어폰만 귀에 꽂았다. 그러곤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도 따라서 일어섰다. 평상 위는 금세 비었고, 늦은 밤 거리에는 간다고 말하는 사람과 조심히 들어가라고 하는 사람 딱 둘만 있었다. 그렇게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로등 불빛이 양옆에 쭉 늘어서선, 아래를 향해 꺾여 내려가는 언덕길이 보였다. 겨울에는 자칫 잘못하면 굴러가는 거 아닐까 싶어, 기어가다시피 발걸음을 옮기는 그런 길이었다. 아직 겨울은 한참 멀었으니 주머니에 손을 넣지는 않고서 걸었다. 수평선에 있는 공원과 거기 나 있는 나무의 정수리가 보였다. 언젠가 Y와 같이 걸었을 때 별과 나무가 만나는 곳이라고 했었다. 헤아릴 수 없는 옛날로부터 가늠하기 힘든 시간을 달려온 별빛이 지금 푸르게 살아있는 나무와 만나는 장소라고.
?Y와 나는 서로 거의 같은 시기에 글공부를 시작했지만, 종종 그가 나보다 훨씬 앞서서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무와 별에 대한 말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 흘러도 Y가 상을 받았다거나 출판 계약을 했다든가 하는 소식은 하나도 없었다. 그걸 깨닫고 나서 나는 한창 다니고 있던 대학에서 전과를 했다. Y가 문학상을 못 타고 있다면 난 더더욱 못 타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같이 별을 보고 꿈을 꾸다가 이루고 싶은데 이루지 못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던 순간은 이제 옛날이라 부를 정도로 꽤 오래 되었다. 그로부터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이야기도 생겼다. 하지만 시간은 달리기를 쉬지 않았고, 그렇기에 자동차가 달리는 불빛은 하루에 만이 넘는 숫자가 무리 지어 하루를 넘기고 받아오기를 수백 번 반복했기에 나는 그를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펜을 잡았다. 별이 너무 아름답게 떠있는 밤을 봤기 때문에. 그래서 Y 생각이 나서. 그를 이야기를 해볼까 싶어서.

Y가 누운 밤의 들판에는

?‘돈 좀 빌려줘. 미안해.’
?초봄, 내용은 좋지만 졸음이 쏟아지는 강의가 끝나고 가방을 싸며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Y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5분 전.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가방에 책과 펜을 집어넣다 답장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문자를 보냈다.
?‘얼마 정도?’
?보내자마자 읽음 표시가 나타났다. 하지만 답장이 바로 오진 않아, 한 손으로 전화를 들고 화면을 보며 가방을 싸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가려니, 그제야 답장이 왔다.
?‘……7만 원. 2주 안에 갚을게. 진짜 미안해.’
?어디에 필요한지 대충 짐작이 갔다. 금방 보내준다 하고선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비밀번호를 누른 다음 보낼 금액을 입력하고 다시 한번 연락했다. 전에 알려준 그 계좌냐고. 그렇다는 답장을 확인한 후 돈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1층에 발을 딛고 있었다. 이따 집 근처에서 커피 마시기로 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걱정이 들었다. 송금하면서 눈에 띄었던 계좌 잔액이 떠올랐다. 아직 여유가 조금 있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자주 도와줬고 무엇보다도 걔가 안 갚은 적은 없으니까. 게다가 Y는 정말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빌려준 돈에 대해서 돈이라는 것 이외에 별다른 감정이나 생각이 들지 않게끔 머리에 힘을 조금 주고 버스를 타러 갔다.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잘 해결한 거야?”
?소파가 푹신한 카페 구석 자리. 약속 시간을 지키려 뛰어서 왔는지, Y가 조금은 들뜬 숨을 애써 눌러가며 말했다.
?“응. 덕분에. 고마워. 돈 내고 오느라 늦을 뻔했어.”
?“어디? 구청?”
?Y가 고개를 끄덕이곤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진동벨을 보다 말했다.
?“응. 이번 달 계산을 잘못해서 밀려있는 돈 하나를 확인을 못 했어. 주문한 거야?”
?“평소에 마시던 걸로 시켜놨어. 아메리카노.”
?내 말에 Y는 두 손바닥을 위아래로 마주 보게 해놓고 조금 간격을 벌렸다. 큰 거로 시켰냐는 뜻이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Y는 진동이 울리면 자기가 가져온다고 말한 다음 소파에 파묻히듯이 기댔다. 얼마 전 만났을 때, 내가 무언가를 사주거나 돈을 빌려줄 때면 고맙다는 말 굳이 안 해도 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고마워하는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기도 했고, 요새 쓰는 말로는 권력 관계가 생기거나 거기에 더해 Y가 매번 의식하거나 부담을 가질까 싶어서. 물론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말로 하며 마음에 쌓이는 짐은 덜어주고 싶어서 그랬다. 오늘은 그대로 말 끝에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이 붙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음료가 나왔다고 알리는 진동이 울리자 Y가 일어서서 카운터로 갔다. 두 손에 커피를 들고서 돌아와 내게 하나를 건넨 다음, 소파에 다시 기대앉고서 빨대를 입에 물었다. 나도 내 걸 가까이 가져와 한 모금 마시고, 모이기로 한 주제를 꺼냈다.
?“공모전에 낼 글 봐달라고 했지?”
?Y는 그 말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앉은 자리 옆에 놓아뒀던 어깨가방을 뒤적였다. 거기서 구석을 집어 놓은 종이 한 뭉텅이를 꺼내 내게 내밀곤 말했다.
?“이거야. 부탁 좀 할게. 너 말고 딱히 보여줄 만한 사람도 없어. 다들 그냥 칭찬만 하고, 느낀 점이나 어색한 건 얘기 안 하거나 아니면 못 하거나. 그래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종이를 받아 들고 읽기 시작했다.
?Y의 글에는 항상 나오는 주제나 인물이 있다. 하나만 나오거나 대부분은 그 중 몇몇만. 가끔은 전부 나오기도 한다. 자기 주변 사람을 요소 몇 가지만 비틀어서 글에 쓰고 또 비틀어서 다른 글에 쓰고 그런 식이다. 소위 말하는 신변잡기가 조금 강한 편이다. 그래도 적지 않은 주제와 인물이 있어서 심하게 티가 나지는 않지만. 이번엔 이별과 상실, 제일 주된 것으로 가난을 썼다. 나를 모티프로 한 인물은 회사 동료로 나왔다. 다른 글에선 친한 친구 혹은 편집자로 종종 나왔는데, ……같이 술 마시는 장면이 왜 이리 많지? 술이 고픈 건가 싶었다.
?내가 글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Y는 말 없이 기다리며 음료를 마시거나, 빨대를 빤히 바라보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보기도 하고. 하지만 대부분은 소파에 몸이 잠기나 싶을 정도로 파묻혀가며 안락함을 즐기는 것이었다.
?읽다 보니 얼마 전에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을 봤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잉그리드 버그만이 나오는 동명의 영화를 봤던지. 둘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비디오로 보고 있는 걸 써놓았길래.
?주인공과 그 애인이 나오고, Y가 여태 써온 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으로 연인관계와 사랑이라는 감정이 쓰여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보이는, 불처럼 뜨겁지만 대신 서로를 상처 입히거나 배려하지 않는 그런 느낌의 사랑이 아닌,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다칠까 말 한마디 하기 힘들어하는 그런 사랑을 Y는 쓰곤 한다. 인물들은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까 고민하고. 그러면서 가난이나 사고 아니면 정말 드물게 다른 인물이 만드는 갈등으로 인해서 오해가 쌓이고.
?결국 사소한 오해가 말뚝 박는 점이 차차 늘어나 이어져선 금으로 번져 깨지고. 사실 Y의 글은 그런 갈등이 주가 되기보다는, 그 이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 당연하게 여겼던 존재의 빈 자리를 사람들은 어떻게 아파하고 어떻게 울먹일까. 어떻게 힘들어하고 어떤 마음을 먹고 애써 웃으며 일상을 보낼까. Y가 직접 말했었다. 그게 궁금하고, 제일 관심이 가서 그런 글을 쓴다고.
?그런 글이었다.
?글에서 눈을 떼 Y를 보았다. 커피가 반이나 줄어있는 것이 보였다. 작은 게 아닌데. 내가 너무 오래 읽었나 싶었고 Y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나를 보며 말했다.
?“어때?”
?기대와 걱정이 섞여 마치 수면에 풀어놓은 유성 물감처럼 보이는 눈빛이 한 아름 쏟아졌다. 나는 글을 내려놓고서 음료로 목과 입술을 축이고 말했다.
?“이번엔 꽤 길게 썼네. 평소에 단편 말고는 못 쓰잖아.”
?Y는 곧바로 카페를 지하 일 층으로 만들 것 같은 한숨을 내쉬곤,
?“그니깐. 평소에 입맛에 맞는 것만 썼으니까, 이번 건 계속 걱정돼 죽겠어. 단편 여러 개를 붙여놓은 것 같은 느낌만 들고. 잘 썼나 계속 읽어봐도 어색하고 성에 안 차.”
?여러 생각이 뒤엉킨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대답할 말을 찾느라 잠시 고민하는 사이 Y가 곧장 말을 이었다.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가 봐. 글에 나오는 사람의 직업이나 상황 같은 거에 대해서는, 다 보고 듣고 겪어봐야만 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데, 정작 어딜 돌아다닐 돈이 없으니까. 욕심을 버리고 쓰는 연습을 할까 싶어. ……”
?Y는 고민해 봐야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면 여느 때보다 더 시름 깊은 표정이 되곤 했다. 그동안 봐온 대로라면, 하나는 돈에 대한 고민이고, 다른 건 글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금은 둘 다 떠올리고 있는 것 같고. Y는 시름을 조금 풀고, 자조하며 말했다.
?“……정신병하고 창작 활동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거 때문일까 싶은 생각도 들고. 근데 약을 먹어도 나아지질 않으니까. 이미 고장 난 거 아닐까 싶고. 상담을 받으면 좀 나아지려나 싶은데, 병원 상담은 전에 얘기했다시피 비싸잖아. 그렇다고 센터 같은 곳 가면 신뢰하기 힘든, 뭐더라…….”
?Y는 잠시 무언가의 이름을 떠올리느라 천장을 살짝 시선으로만 올려다보았다. 집안이 어려워진 뒤로 기억력이 안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고 스스로 말해왔고,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는 더더욱 그렇다고 했었다. 마침내 떠올린 모양인지 다시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에니어그램? 그런 거 검사하고 이상한 말만 하는 데 말고는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긴 넋두리를 듣고 나서야 할 말이 생겨 답했다.
?“약값은……네 처지 잘 알고, 여유도 있으니까 도와줄 수 있어. 예전에 네가 했던 말대로면, 그 뭐냐, 그래. 나는 꽃밭에서 살고 있으니까.”
?그 말에 Y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지만 눈동자는 정반대로 서글피 보였다.
?“다른 사람이 했으면 기분 나쁠 뻔한 말이네. 고마워.”
?고맙다는 말에 아주 잠깐, 예전에 같이 술을 마시면서 얘기했던 게 생각났다. Y는 아버지가 매번 집에 돌아와서 술을 마시고, 사람이 흐트러지고 더욱 생각 없어지는 게 싫어서 술을 취하도록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미움만 가득한 건 아닌지라, 그래도 가족이니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매일 낡고 녹슬어가는 게 눈에 보이고, 술이 점점 늘어가는 걸 볼 때면 속상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그랬었다. 그랬던 애가 그날은 이상하리만치 잔뜩 취해서 속에 아주 단단히 뭉쳐있던 진한 응어리를 풀어냈었다.
?‘가난한 거 진짜 개 싫고 개 짜증나. 싫은 이유는 말이야, 하고 싶은 걸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하지 못하는 게 싫은 게 아니야! 나는 작아지기 싫은데 작아져야 하는 게 싫은 거야! 돈만 있으면 미안할 일이 아닌데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해야 할 일만 잔뜩 있고, 돈이 있으면 비굴하게 고맙다고 말할 일이 없는데 그럴 일이 수두룩해서! 싫은 거야……. 고맙다고 안 하면 개새끼가 되는 거고. 아무리 친해도 밥 한 끼 얻어먹는 거, 그냥 내가 다음에 사주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나는 그게 정말 미안하고, 신세를 지면 내가 다음에 신세를 갚아야 할 때 내 지갑에 돈이 있을까 할 생각에 두렵고 힘들고. 그런 고민 하기 싫어. 그런 고민 안 하게 되려면 사람을 안 만나면 되는데, 그건 살아있는 게 아니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고. 만날 일도 많고! 그러다 보면 내가 망가지는 걸 느껴. 망가져서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긴 기분이 든다고. 뭐였지? 고무줄 얘기하면서 배우던 거……아, 역치값! 그래, 역치값을 이미 넘긴 기분이 들 때면 한없이 비참해져…….’
?Y는 그렇게 길게, 반은 울다시피 반은 화가 치밀어 말하면서 평소에는 그리 싫어하던 소주를 다섯 잔은 더 입에 부어 넣었다. 나는 조용히, 잔이 빌 때마다 채워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게 전부였다. 힘들겠다는 말이나 힘내라는 말조차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그게 Y에게,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나 자신이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짐작해본 이후로는.
?“멍 다 때렸어?”
?Y는 턱을 괴고서 탁자에 놓인 자신의 글을 보다 내게 넌지시 물었다. 나는 다시 카페에 앉아있었고, 잠깐 감각을 갈무리하고서 말했다.
?“어. 글 얘기나 하자. 공모전 언제까지랬지?”
?내 말에 Y는 휴대전화를 꺼내 살펴보았다. 달력이나 할 일 목록을 보는 것 같았다. 잠깐 눈으로 훑다가 주머니에 집어넣고 말했다.
?“다음 주 월요일. 우편이니까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보내야 할 거 같아. 월요일에 찍힌 소인도 받아주긴 하는데 혹시 모르니까.”
?“발표는?”
?그러자 Y가 거칠게 숨 한 움큼을 내뱉으며 웃고선 말했다.
?“김칫국 마시긴 싫은데. 삼 주 정도 지나서 발표한대. 백만 원이었나. 탔으면 좋겠다. 당선작 없이 가작 나오면 오십이고.”
?“그럼 돈 타먹을 수 있게 글 얘기 마저 하자.”
?Y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주 앉은 서로가 같이 볼 수 있게끔 글이 적힌 종이를 가로로 뉘여 문장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내게 어떤지를 물었다. 그날은 그렇게 글 얘기를 했었다.

?“여보세요?”
?글을 봐준 날로부터 일주일 남짓 지난 화요일.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Y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성격대로 침착한 목소리였지만 끄트머리에 조금 당황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어. 무슨 일 있어?”
?그렇게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잠깐 정적이 흐르더니, Y가 말했다. 무언가 부탁할 때면, 미안함에 짓눌려선 조금 기어들어 가려고 하면서도 애써 감추려 드는 목소리로.
?“집 정리하는 것 좀 도와줄래?”
?“갑자기 웬 정리?”
?“어, 그게. ……하. 딱지 붙이는 사람들이 와서 좀 난장판을 피워놔서.”
?“……다친 데는 없고?”
?다시금 잠깐의 정적. 아마 팔다리를 살펴보는 중인 것 같았다. 그러곤 말을 이었다.
?“다친 데는 없네. 다쳐도 아파할 새도 없었겠지만.”
?살짝 자조하는 헛웃음이 들려왔고, 나는 컴퓨터를 끄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으며 말했다.
?“십 분 안에 갈게.”
?“천천히 와.”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 Y는 셔츠와 검은 운동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지의 허벅지 부분에 상자가 쓸려 먼지가 묻은 것 같은 얼룩이 보였다. 나는 현관에 들어섰고, 안을 둘러봤다. 다리 두 개가 부러진 의자가 보였고 식탁 위에 있었을 약 봉투는 죄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Y가 방으로 쓰는 거실의 탁자 위의 책과 유인물도. 컴퓨터 모니터는 아예 엎어져 있었다.
?“……짐작했던 대로네. 딱지는 붙었어?”
?“아니. 지지난 주에 법률구조공단 들렀었잖아. 거기서 알게 된 변호사님한테 전화했더니 바꿔 달래서 바꿔주니깐 갔어.”
?“일단 정리 좀 하자. 바닥 닦을 걸레 하나만 짜서 갖다줘.”
?Y의 아버지가 먹는 약 봉투를 전부 정리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넘어져 있는 스탠드형 헹거를 일으켜 세웠고, 책을 주워 표지를 덜고 구겨진 곳을 폈다. 몇몇은 표지에 구둣발이 찍혀 있었다. 매트리스에도 군데군데 찍혀있었고, 일단 베란다로 향하는 창문을 열고선 선풍기를 그쪽으로 향하게 틀었다. 매트리스와 이불을 손으로 때려가며 먼지를 털었다. 모니터를 일으켜 세웠고, 컴퓨터 전원을 눌러 액정이 깨졌는지 확인했다. Y는 내게 걸레를 하나 꽉 짜서 가져왔고, 여러 모양의 발자국이 찍혀있는 바닥을 닦았다. 부러진 의자는 가지고 나가서, 경비실에 말해둔 다음 일단은 쓰레기장에 놓아두었다.
?그렇게 한참을 정리하고, Y는 매트리스에 걸터앉았다. 나는 식탁 옆에 성히 남아있는 의자 하나를 꺼내 앉았다.
?“예전에 그거 때문에 온 사람들이야?”
?“응. 아버지 것도 있고, 내 것도 있고.”
?Y는 그렇게 말하고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하루에 수십 번씩이나 서울 국번으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무음으로 해놓지 않은 적이 없었다.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는 건 오후 여섯 시가 지날 때나 가능했고, 그 외의 시간에는 따로, 십 년 된 작은 MP3로 듣곤 했다.
?내 것도 있다는 말에는 Y가 자신의 명의로 진 빚도 있다는 의미였다. 작게는 통신비. 크게는 예전에 일하던 때에 빌린 돈. 도서관에서 언젠가 이런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가난은 결핍을 만들고 그 결핍은 충동으로 이어져 다시 가난을 부른다고. Y는 보험이 들어가는 일을 하지 못한다. 내용이 조회되면 수급자 자격이 끊기기 때문에. 그래서 매 학기 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에 의존해 여러 공과금을 처리하고, 통신비를 내고 나서는 평소 변변치 않은 밥을 먹는 게 싫어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시켜 먹곤 한다. 그렇게 돌고 돈다.
?금전 감각에 대해 따로 나무랄 마음은 없었다. 내가 나무랄 만한 것도 아니고. 가난하면 아껴서 쓰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고 욕심부리지 말고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하라는 말을 그토록 싫어하는 Y였다. 빛나고 찬란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든 싫든 보이는 세상에 사는데 어떻게 순응하고 살겠냐고 한숨을 쉬며 말하곤 했다. 그러므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밥은 먹었어?”
?“아직. 얘네 지독하더라. 내가 요일마다 강의 시간이 다르잖아. 근데 버스 타기 전에 계좌로 휴대전화 교통카드 충전하는 시간대를 봤는지 어쨌는지……예전에는 한 오후 서너 시에 왔다가 가고 부재중이냐고 문자 보내고 그랬는데, 오늘은 강의 한참 전에 바로 와버려서 밥도 못 먹었어.”
?“나가서 밥이나 먹자. 담배 한 대 피우고.”
?Y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기 전에, MP3로 노래를 작은 소리로 틀었다. 아마 릴 웨인의 <Famous>였나. 그럴 것이다. Y가 가사 내용을 대충 알려준 적이 있다. 너는 유명해지고 빛날 거라고 어머니에게 항상 이야기를 들어왔고, 그런 어머니를 추억하고 감사해하고 덕분에 내가 빛나고 있다고 약간 재수 없게 자랑하는 내용이랬나. 성공한 사람의 일화가 평범한 사람 인생을 수백 망쳐놓는 그런 유의 얘기라고 그랬었다. 근데 노래가 좋아서 듣는다고.
?그렇게 말하고, 부럽다고 했었다. 빛날 거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 줘서. 빛나야 한다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대신에.
?Y는 앉아있는 맞은편의 텔레비전 액정을 멍하니 바라보며, 담배를 아주 깊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액정에는 Y가 어두우면서도 또렷하게 반사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담배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연식이 십 년은 된 텔레비전의 액정 속에서, Y는 마치 그때 평상에 앉았던 날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눈빛으로 별을 찾는 것 같았다.
?‘뭐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구원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로또도 사본 적 없고. 근데 가끔은, 좀 떨어져 줬으면 좋겠네. 별 떨어지듯이.’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 눈빛이었다.

?“그런 느낌이야. 어릴 때는 그냥, 학교에서 힘들건 집에서 힘들건 버텼어. 버티면서도 내 안에 뭔가 찬란하게 빛나면서 희망을 품고 있는 느낌이었어. 버텨보면 빛날 날이 오겠지. 근데 스물 지나고, 스물둘이 지나고, 바뀌지가 않으니까 뭔가 이제 내 안에 있던 그게 죽어버린 기분이야. 그냥 무덤덤하고. 아무 생각도 없고. 현실인가 보다 하고 살 게 되고.”
?Y는 김밥천국에 앉아서 하기에는 조금 무거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오늘 술이라도 사줘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참치김밥 두 줄, 나는 라면, Y는 만두 라면을 시켰다. 김밥은 벌써 담아져 나왔고, Y는 젓가락을 들어 김밥을 하나씩 집어 먹으면서 다 씹어 삼키고 입안이 빌 때면 말을 이었다.
?“이 얘기 한두 번 한 건 아니라 미안하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괜찮으니까 계속해. 말이라도 해야 풀지.”
?Y는 그 말에 별을 볼 때면 웃던 모양으로 웃었다.
?“고마워. 그냥. 서울에서 일할 때, 그때 그랬어. 직장이 있다는 게 증명되니까, 신용카드도 나오고 대출도 가능하더라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어. 어렴풋이 얘기를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처음 마주하니까 완전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어. 하루에 열두 시간만 죽어라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주말에는 라면만 끓여 먹고 살던 내가 양주라는 것도 마셔보고. 그렇게 마셔보고 싶었었거든. 글렌피딕 십오 년 산이었나. 제일 좋아했어.”
?Y는 그렇게 말하며 하나를 더 집어먹었다. 김밥은 한 줄은 성히 있었고 나머지 한 줄은 반이 남아 있었다. 먹다가, 입안의 것이 보이지 않도록 손으로 가리며 단무지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삼키고 다시 말했다.
?“한 여섯 달 일했었나. 갑자기 수면 장애 와서는 출근 두 번 못하니까 잘렸지, 아마. 병원에 갔는데 이유도 모르겠다고 하고 그냥 스트레스가 쌓여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만 얘기하고. 약 먹어도 못 일어나겠고. 그렇게 잘리고서 갑자기 오만 생각이 다 드는 거야. 건강한 사람들이면 그럴 수 있지 하고서 치료에 전념하고 다시 빨리 일을 구했으려나. 나는 아니었어. 뭐 때문에 그런 걸까? 무엇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걸까? 스트레스가 쌓였던 게 터진 것 같다는 말에 인생사를 돌아보기 시작하고, 그땐 괜찮다고 넘기고 버텼던 지난 일이 떠오르고, 악몽을 꾸고, 억울해서 술이랑 사람을 더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빚이 되었더라.”
?종업원이 라면을 쟁반에 받쳐 가져와 내려놓았다. Y는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모금 떠먹고, 라면 면발을 젓가락으로 집어 살짝 들었다 내리며 식히고서 먹었다. 나는 그제야 김밥을 하나 집어 국물에 살짝 적셔 먹었다. Y는 고픈 배를 채우는 동시에 말할 때를 생각하느라 애써 천천히 먹었고, 나는 먹는 것보다 이야기를 듣느라 속도를 맞추게 되었다.
?만두를 먹다 뜨거웠는지 입을 가리고서 입김을 내쉬다 삼키고서 Y가 말했다.
?“그냥, 바보 같았지. 빚 안 내고 그랬으면 다시 일자리 찾아서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잘렸어도 벌었던 돈 조금만 아껴놨으면 여유가 있었을 텐데. 그냥, 갑자기 여러 가지를 누릴 수 있게 되니까 정신없이 뒷일 생각 안 하고 누렸던 거 같아. 멍청했지. 그래서 오늘 이렇게 딱지 붙으러 온 거고. 내 빚만 있는 건 아닌데, 그렇게 말하기엔 좀 무책임하니까…….”
?“……오늘 술 마실래?”
?Y는 한창 말하다, 듣고서 휴대전화를 꺼내 바라봤다. 오늘 강의가 하나, 있었나. 잠시 생각하고선 Y가 말했다.
?“곧 강의 있는데 째지 뭐. 어디서 마시게?”
?“너희 집에서 소맥이나 말아먹지 뭐. 치킨도 시키고.”
?“돈도 많다.”
?그 말은 다른 의미 없이 장난으로 내뱉은 거로 들렸다. 하지만 Y는 곧바로 나를 잠깐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러자.”
?나는 라면 국물을 다 마셨고, Y의 라면은 국물만 가득했다. 여기 아마 삼양라면 썼었나. 구청에서 가끔 수급자 생계 지원을 위해 상자로 가져다주는 라면이 삼양이었을 거다.

?그날 저녁에는 별다른 이야깃거리는 없었다. Y는 닭 목을 먼저 집고서 먹었다. 닭다리보다 좋아한다고. 한 마리에 하나밖에 없는 거라서 좋다고 그랬었다. 맥주 세 병과 소주 두 병이 두 시간에 걸쳐 전부 비워졌다. 공모전 발표가 정확히 칠 일 남은 날이었기에, Y는 연신 상 받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상금으로 나한테 이번 학기에 빌린 돈 다 갚고, 남은 돈으론 크고 깊은 프라이팬도 사고 소금하고 설탕, 간장을 사서 요리를 좀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겨울에 Y가 심하게 아파서 간단하게 밥을 해줬었다. 달걀을 부쳐주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소금이 보이질 않았다. 냉장고에는 정체불명의 반찬통과 유리병이 구석에 여럿 박혀 있었다. 여기로 이사 온 게 고등학교 일 학년 때인데 그때부터 있던 거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Y가 기침을 하며 말했었다. 그랬었다.
?그리고 그 한 주는 서로 강의가 바빴고, 과제도 많은지라 커피 마실 시간조차 나지 않았다. 나는 Y가 타이핑해서 보내준 새 글을 보고 문자로만 평을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제목은 밤의 들판. 글을 처음 시작한 중학교 삼 학년 때부터 뭔가 그 어감이 마음에 들었다고 얘기했다. 언젠가 이 제목으로 소설을 하나 쓰고 싶었는데, 아직 실력이 안 되어 못 썼다고, 하지만 지금은 써도 될 것 같다고 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읽어본 밤의 들판에는 Y가 보고 겪어온 세상의 빛과 그림자가 전부 담겨 있었다. 에이포 용지로 쉰 장 정도였다. 나는 과제를 하며 이따금 화면을 바꿔 Y의 글을 읽었고, 읽고 또 읽었다. 가을이라 공모전이 많은데, 장편 공모전 하나가 내일모레가 마감일이란다. 이번 거는 상을 탈 수도 있겠다고 내심 생각했지만, 숨겼다. 왜 숨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마감일까지는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왔네.”
?나는 계단을 서너 칸씩 뛰어 올라오느라 가빠진 숨을 애써 몰아 쉬었다. 무릎을 짚고 몸을 숙여 호흡을 갈무리하다가, 일어서서 Y를 보았다. Y는 허리 높이의 난간을 등지고 기대 서 있었다. 옥상에서 보이는 주변 풍경은 너무나 휑했다. 땅에 발을 디디고서 걸을 때면 그렇게 빼곡해 보일 수가 없던 아파트들이 머리만 내밀고서 띄엄띄엄 늘어서 있을 뿐이었다. 그다지 맑은 날은 아니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의 능선이 보였다. 조금 삐죽이 솟아있는 건 아마 통신탑일 거다.
?나는 Y에게 말했다.
?“……내려가서 얘기하자. 너 상 탄 거 축하하려고 케이크도 사뒀어.”
?내 말에 Y는 평소 들을 수 없던 단호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달을 등지고 선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왠지, 여태껏 본 적 없는 모양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너 혼자 내려가.”
?나는 미쳤냐는 말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목구멍으로 삼켜 넘기고 답했다.
?“……내려가서 얘기하자. 부탁이야.”
?“너한테 여기 있는 걸 얘기 안 한 이유는 잘 알잖아. 비밀번호 알려주지 말 걸 그랬어.”
?Y의 신코 근처에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플라시보의 <My Sweet Prince>였나. 우울함을 감정보다도 자기 자신처럼 느낀 시기에 즐겨 듣던 곡 중 하나라고 했었다. 그때 쓴 글을 내가 읽어보기도 했었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왜? 왜 그러는데.”
?Y는 내 말에 활짝 젖혀진 옥상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관리실은 대체 왜 잠가놓질 않은 걸까 싶었다.
?“집에 유서 써놨으니까 보면 돼. 미안해. 매몰차게 대해서. 나도 이야기하고 싶긴 한데, 가까운 사람 여럿이 죽을 때 직접 봤던 사람이라 네가 그걸 보게 놔두고 싶진 않아.”
?Y의 말에 머리가 아파졌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을 알고 지낸 사이인데 말 하나 대답해주기도 싫은 건가 싶었고,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울화가 치밀었고, 그래서 말했다.
?“그런 말 하나 대답해주기도 싫은 거야?”
?그 말에 Y는 그저 가리키던 손가락을 거둘 뿐 미동조차 없었다. 그러고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는 별이 있었다. 나는 차마 시선을 거둬 머리 위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Y가 서 있는 곳 조금 위의 앞을 내다보았다. 도시 한복판에서 보는 하늘은 별이 없었다. 별처럼 보이는 건 아마 인공위성이거나, 조금은 적당한 빛을 발견하고 잠깐 보고 있자면 명멸했다. 비행기의 꼬리와 날개에서 깜빡이는 빛이었다. Y는 아무 말 없이 별을 찾았다. 하지만 별을 찾아낸 눈빛은 볼 수 없었다. 별이 없다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 귀에 들린 것 같았다. Y는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고장 난 게 감당이 안 돼. 그게 다야. 다른 특별한 이유도 없고 딱히 특별한 일도 없어. 그게 전부야.”
?그 말에 나는 그저 Y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별로 길지도 않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것만 같이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Y는 나를 보며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은 거의 끝나, 이제는 같은 가수의 <Where is my mind>가 나오고 있었다.
?“노래가 적당하네. ……내려가. 꿈에 나와. 네 마음을 나 때문에 고장 내고 싶진 않아.”
?아까부터,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말이 있었다. 해야만 하는 말도 아니고 해봤자 내 기분만 생각하는 말이라는 것도 분명했다. 그래도 만약, 정말 만약 최악의 경우를 겪게 된다면 그 전에 해야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했다.
?“죽지 마라. 제발.”
?Y는 그 말에 결국 생긋 웃었다. 웃는 눈은 달빛에 그늘져, 눈물이 흐르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나 좋을 대로, 눈물은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알잖아. 내가 왜 죽고 싶어 하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몇백 번을 죽고 싶었다고 생각했는지. 그 몇백 번 끝에 이제야 여기 서 있는지. 다 전부 잘 알잖아. 고장 난 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고 믿으며 살아왔지만 살아갈수록 내가 고장 난 건 분명한 사실이란 것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 자체가 별로 없더라. 그렇게 비교해볼수록 난 고장 난 게 분명하던걸.”
?고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치밀어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그에 대해 Y가 대답할 말을 잘 알고 있었다. 내 마음인데 스스로 진단해보니까 늦은 거 같다고 말할 것이다. 그토록 고생해오다가 이제야 하고 싶던 글로 상을 탔는데 왜 죽으려 드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깟 상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어차피 엄청난 천재가 아닌 걸 잘 아니까, 앞으로도 그냥 마감하면서 글로 밥만 빌어먹고 라면 끓여 먹다 갈 것 같아서, 그게 싫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럼 이렇게 대답할 게 분명했다.
?십칠 년씩이나 어둡고 쥐가 들끓고 아무도 없는 터널을 걸어봐. 가난이 빛을 좀먹고 갉아 먹힌 빛 뒤에 따라오는 온갖 멸시와 천대와 폭력을 겪어봐.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이 몸에 밴 냄새를 풍기고 다녀봐. 그럼 과연 그게 두고 봐야 할 일일까?
?Y는 나를 보며 웃었다.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자리를 못내 지키고, 지켰다. 내다보이는 밤하늘에 별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아파트의 정수리만 즐비했다. 저 멀리 커다란 영화관 건물 하나가 보였고, 강 건너편에 새로 지어진 세련된 아파트가 벽에 새겨진 건물명에 색깔이 가득한 조명을 스스로 비추며 늘어서 있었다.
?나는 자리를 지켰다. Y는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왼발을 한 걸음, 아주 작게 물러섰다. Y도 밤하늘을 보았다. 그러다 내게 말했다. 너무 자세해서 미안한데, 소리가 나도 내려오지 마. 병원에서나 봐. 꿈에 나오니까. 나는 그 말에 쓰게 웃었다. 아주 쓰게 웃었다.
?오른발 한 걸음, Y는 다시 고개를 들어 별을 찾았다.
?왼발 한 걸음, ……오른발 한 걸음.
?나는 아주 천천히, 하늘에 보이는 인공위성의 불빛이 아까 있던 위치에서 확연히 티가 날 정도로 움직일 때마다 뒷걸음질 쳤다. Y는 눈을 감고 옥상에 부는 바람을 맞았다. 머리카락이 들썩였다. Y는 팔을 벌렸고, 그때 나는 옥상 문의 턱을 밟고 층계참 안으로 발을 디디고 있었다.
?바람은 어디선가 불어와서, 마중을 나왔다고 말하는 것처럼 옥상을 한 차례 쓸었다. 열린 문 너머로 바닥에 일어난 페인트 보풀이 바람결에 뜯어져 보이는 밖으로 굴러갔다. 나는 계속 뒷걸음질을 하며, 네모나게 보이는 옥상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 계단을 내려가다, 몸을 돌려 주저앉고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쥐어뜯었다. 그렇게 울었다. 사람을 잃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친 듯이 울었다. 정말 미치도록 슬퍼 울음이 나올 때는 숨이 안 쉬어진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조차 멎었는지 들려오는 건 바람 소리뿐이었다.

?Y는 생전 가졌던 재물과 같이 빈소조차 작고 조용했다. 상주를 맡을 만한 사람은 연이 끊겨있거나 몸져누워있어, 내가 대신 굴건屈巾을 썼다. 영정이 서 있는 영좌靈座에는 모조품이지만 제물이 그나마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 때, Y의 휴대전화가 주머니에서 울렸다.
?문자였다. 확인해보니, 당선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아직 부고가 가지 않았는지 시상식 일정을 안내하는 내용이었다. 조문객이 원래 뜸했지만, 조금 늦은 밤이 되고, 내 걸로 전화를 걸었다.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당선작이 매우 훌륭해서 공모전 주최 측에서 자기들 출판사에 연락했고,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까지 말해왔다. 그제야 Y의 부고를 알리니, 고인 생전에 어떤 사이셨냐고 조심스레 물어왔다.
?유서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Y의 글은 이제 내가 관리하게 되어있었다. 이런 것까지 준비하고 간 걸 보면 아마 자기도 뽑힐 걸 알았을 테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그날 글에 대해 칭찬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통화는 아직 연결되어 있었는데, 나는 소리를 죽이려 애쓰며 한참을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었어야 할 공모전 관계자에게 실례일 거란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울음이 조금 멎고서, 만약 계약된다면 책 뒤에 자그맣게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써도 되겠느냐 물었다. 그들은 그래도 된다고 했다. 분량은 상관 없다고. 계약금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하시겠느냐고,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죄송하지만, 대강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해왔다. 나는 그쪽 출판사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단체 같은 곳, 아는 데 없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있다고 대답했고, 나는 자세히 알아보고 괜찮은 곳이라면, 인세는 전액 기부금으로 쓰겠다고 했다. 고인도 그걸 바랐을 것 같다며.

?통화를 끊고 나니 소리가 머물다 비어버린 빈소는 더욱 황망했다. 마침맞게 들러주는 조문객도 없었다. Y에게 나라는 사람은 어떤 의미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었다. 나는 Y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삶에 있어 겪어본 공통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밤의 들판을 쓴 이유도 그랬으리라.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른 마음과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어버리고. 자기가 평소 말하던 대로라면 망가져서는, 그 교집합 하나 없이 외로이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일 테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울음이 치밀었다. 아주 가까운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식장이 있는 지하로 내려오는 층계참이라 천장이 뚫려 있었기에, 하늘이 보였다.
?Y가 누워있었을 밤의 들판. 이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 크고 굵어선 나뭇가지를 넓게 뻗어 이파리를 휘날리는 나무 하나가 있었을까. 잡초가 발목 높이로 우거져선 누우면 푹신했을까. ……거기 누워 밤하늘을 보면 별이 얼마나 많았을까. 아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Y는 지금도 그 들판에 누워서 밤하늘을 보고 있을까. 북극성을 보고 웃고, 닻별을 보고 웃고.
?그렇게 하늘이라도 보고 웃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는 걸까.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담배를 거의 끝까지 전부 태우고, 빈소로 돌아왔다. Y가 봤을 별들, 별자리를 생각하며 앉아있었다. 조만간 글을 써야 하니까. 글을 읽은 사람들이 Y를, 책 한 권만 남긴 사람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진 않았다.
?들판에 누워서는 별을 보고 웃을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므로 비록 Y에 비해선 한참 부족하지만, 이렇게 책 맨 끝에나마 이 글을 남긴다. Y는 어렴풋하게나마 이런 사람이었단 걸 썼다. 전부를 써놓은 건 아니지만,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이 책은 그런 사람의 글이라는 것도.

?

Y의 친구가.
20190928 22 15-23 41 / 0929 14 37- 17 12
留夜
곡 : Lil Wayne ? Famous Moby ? At least we tried, Sunday, The violent bears it away, A case for shame
Placebo ? The crawl, My sweet prince, Where is my mind Starsailor ? Way to fall
柔夜

Smoothie night

8 댓글

마드리갈

2020-03-03 21:58:11

일단 운영진으로서 레이아웃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어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현재의 상태로도 문제는 없어요.

포럼에서 레이아웃 관련의 명문의 규제는 2020년 3월 3일 현재 이용규칙 회원 제3조 및 제4조, 게시판 제8조 및 제12조와 각 조항의 추가사항이 해당되어요. 현재의 본문의 상태는 열거된 조항에 대해 어떠한 위반도 없기에 이 상태로도 문제가 없어요.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코멘트를 작성할께요.

柔夜

2020-03-04 01:03:16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독성이 별로라 이리저리 만져봤던 거에 대해 주저리주저리한 거였어서, 이용규칙을 통해 괜찮다고 말씀하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번거롭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해지네요...

마드리갈

2020-03-04 12:50:02

이렇게 포럼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사안에 대해서 이용규칙을 토대로 유권해석을 하는 것도 엄연히 운영진의 업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성문화된 규범에 따라 일관되게 합리적인 방향으로 운영진이 일해야 회원이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거니까, 죄송해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 또한 이것이 운영진의 의무이기에 수고롭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까, 안심해 주시길 당부드려요.

柔夜

2020-03-04 14:43:37

알겠습니다.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

마드리갈

2020-03-06 23:32:19

그럼 이제는 감상평을...


읽고 나서 울었어요. 목이 타 들어가는 듯한 답답함으로, 여전히 목과 눈이 아픈 상태...

최근에 즐겨보는 애니인 런웨이에서 웃어줘에서 주인공 츠무라 이쿠토가 "좋아서 가난뱅이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고교생인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라고 절규하는 게 겹쳐 보였어요. 어머니의 장기입원, 이미 저축액은 거의 소진되어 10만엔도 안 남은 잔고에 밀린 병원비는 46만엔, 그리고 생활비 및 학비에의 고정지출은 약속되어 있고...

그런데, Y에게는 그렇게 세상에 절규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네요. 당선의 소식마저 고인이 된 그에게는 전해지지 못했고...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를 사후에나마 남길 수 있었던 게 Y에게 겨우 허락된 것이었나, 이것이 세상의 섭리 같은 건가에 여러모로 야속함이 많이 느껴지네요. 

柔夜

2020-03-08 00:08:28

남겨주신 감상평을 읽고 일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스쳤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글로 움직인 게 얼마만일까 하는 생각(당사자로부터 직접 그랬다는 반응을 받은 것을 포함해서요)도 들었고요. 중간중간 앞뒤가 안 맞는 점이 있지 않나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모자란 글임에도 깊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작품의 해석에 개입할 만한 여지가 있는 사족을 잘 붙이지 않는 편이지만, 몇 가지 짧은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저를 스쳐 지나간 많은 사람들에 대한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묘사했어요. 글을 적으면서 그 사람들이 제각각 제게 남긴 마지막 풍경들을 생각하면서, 최대한 무덤덤하려 애쓰며 쓴 기억이 나네요. 오래된 아파트 옥상, 페인트가 거스러미처럼 일어난 바닥. 옥상으로 향하는 층계. 밤하늘을 즐겨 보던 습관 등등. 작중 Y가 겪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가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세상을 원망하며 망가져갈 때(지금도 진행형이긴 하지만) 과연 내가 죽는다면 어떻게 기억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쓰게 되었어요. 나도 Y의 친구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에요. 더러는 연이 끊기고 더러는 육체적인 이유를 포함한 여러 이유 때문에 세상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가져다가 말이죠.


그래도, 아무런 노력도 할 수 없을 만큼 늪에 잠겨있어도 살아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어떻게든 좋은 일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면서 작년 여름의 저는 올해 늦겨울까지 살아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 글을 읽고 울었다는 반응을 보게 되었네요. 반 년 전의 제게 돌아가서 반 년 동안 겪을 고통에 비해 눈꼽처럼 작을지는 몰라도 살아있기로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일이 생긴다고 전해주고 싶어졌어요. 노력파도 아니고 오히려 아주 게을러서는 1년에 글을 몇 편 쓸까 말까 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올해는 조금 더 자주 써봐야겠다 싶네요. 적고 나서 읽어보니 두서가 없어 혼란스러운 글이네요. 여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들뜬 글쓴이의 넋두리라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SiteOwner

2020-03-07 15:19:14

천당과 지옥이라는 게 별도의 공간에 있는 게 아니지요.

자신의 의도가 아무 문제 없이 제도권 내에 관철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도출된다면 그곳이 천당이고, 그렇게 되지 못하면 같은 하늘 아래도 지옥이 되는 법입니다. 그것이 떠오르면서, 여러모로 목이 메입니다. 어제 밤에 동생이 그렇게 감정이 격해진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3년 전에, 당시 눈을 떴다 감으면 다시 병실 천장을 볼 확신이 없을 정도로 사경을 헤메었습니다.

그리고, 깨어 있는 몇 안되는 시간에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9년 좀 넘게 살아온 나는 여기까지인가, 내가 죽고 나면 홀로 남겨진 동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가 세상에 있었다는 것은 기억되기는 할까 등...


Y가 세계에 있었고, 그 Y를 기억시키고 싶은 그 마음을 가진 소설의 화자는 정말 진정한 친구입니다.

길지 않았던 Y의 삶이 절대 의미없는 게 아니었다는 그 뜻을 말하는...


참고로 이 글을 같이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전재]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마키님 작성)

柔夜

2020-03-08 00:14:50

감사합니다. 링크해주신 글을 읽어보고 곡도 들어보았습니다. 제 글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매칭하는 데 조금 버거움이 있었지만(요새 직관적인 음악만을 선호해서요) 듣다보니 Y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이 시간이 흘러 때가 타다보면 곡의 도입부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짐작했습니다. 과거에 힘드셨던 일을 꺼내어 적어주셔서 감사하고 뭔가 송구하고 그렇답니다. 스스로 언급해주셨기에 지금은 떨쳐내거나 이겨내신 것일 수 있고 그렇기에 지레짐작일 가능성이 높지만, 제 글이 공연히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 건 아닐까 싶어서요. 여하튼 뭐랄까, 감사드리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제 글을 깊이 읽어주시고 적어주신 댓글 덕분에 저도 한 번 더 글을 읽어보았어요. 길지 않았던 삶이 의미 없진 않았다는 말씀을 생각하며,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어요. 갈수록 댓글에 두서가 더 없어지네요. 양해 부탁드리며, 좋은 밤 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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