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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36화 - 다가오는 시간

시어하트어택, 2020-03-20 17:13:17

조회 수
124

“그러니까... 그러니까 박사님...”
다시, 행사장 바깥의 복도. 세훈과 엘더 박사가 나란히 걷고 있고, 뒤에 메이링과 앨런이 뒤따라 걷고 있다. 세훈은 조금은 말을 더듬거리면서 말을 꺼낸다.
“클라인에 대해서 말인데요...”
“말해 보게, 세훈 군.”
“혹시, 지금까지 클라인의 능력에 대해서 취합한 정보가 있나요?”
“아니... 나도 유의미한 정보가 있으면 좋겠지만, 클라인 군의 데이터는 아직 많이 모이지 않았다네. 오늘 클라인 군이 왔다면 그의 데이터를 모을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지.”
“데이터가... 많이 모이지 않았다니요?”
“클라인 군은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아 우리가 찾던 ‘강력한 초능력자’로 보이지만, 그는 자기 능력을 웬만해서는 보여 주려 하지 않았네. 미린재단 안의 우리 조사원들도 그의 능력을 좀처럼 알 수가 없었지. 기껏해야 자네처럼 ‘손으로 뭔가를 가까이 끌어온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을 뿐...”
“하지만 메이링 씨는 그게 별 능력이 아니라고 하던데요...”
“메이링 양이 교내에서 활동하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는 거지.”
어느새, 두 사람은 중앙 로비까지 나와 있다. 1시간 전만 해도 한산했던 로비는 어느새 행사 참가자들로 붐빈다. 엘더 박사는 세훈을 돌아보며 말한다.
“참...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 클라인 군이 자네를 만나자고 했다며?”
“클라인은 오늘 저녁에 저한테 미린 중앙공원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전에 제 친구를 불러냈던 곳도 거기였고요. 제 친구는... 거기서 클라인의 능력에 무자비하게 당했고, 지금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어요.”
“그 앤드루 카슨이라는 친구 말이지?”
“네... 맞아요.”
세훈의 머리가 지끈거린다. 앤드루라는 말을 들으니, 괴롭다. 죄책감이 자꾸 든다... 엘더 박사는 그런 세훈을 잠시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입을 연다.
“앤드루 카슨은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을 했지.”
“네... 그렇죠.”
엘더 박사가 앤드루를 어떻게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세훈은 머리를 끄덕인다. 잠시 후, 세훈은 머리를 흔들고는 다시 엘더 박사에게 묻는다.
“클라인이,,, 자꾸 저를 노리는 이유는 뭘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말이죠...”
“표면적으로는 자네를 굴복시키기 위해서라고 했나? 내 생각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네. 클라인 군의 진짜 목적이 궁금해지는군.”
“네? 진짜 목적이라니요.”
“자네를 굴복시키려면 클라인 군이 직접 처음에 자기 능력을 보여 주기만 해도 해결될 텐데, 왜 굳이 자기 부하들을 그렇게 보내 가면서 그렇게까지 하는지...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걸세.”
“그 다른 이유라는 건 뭘까요, 도대체...”
“우리가 그걸 먼저 알아내면 좋겠지. 하지만 그 이유를 밝혀내는 건, 자네의 몫이어야 하네. 우리는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입장이야,”
“네, 알고 있죠.”
세훈은 굳은 표정으로 말한다. 엘더 박사는 세훈의 얼굴을 옆에서 유심히 바라본다. 옆얼굴도 보고, 위로도, 아래로도 훑어본다. 잠시 후, 엘더 박사가 말을 꺼낸다.
“자네, 얼굴이 굳어 있군.”
“아... 아니오.”
“아니, 굳어 있어. 하지만, 그 굳어 있다는 건 두려움이나 절망 같은 데에서 나왔다는 게 아니야.”
엘더 박사는 마치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처럼, 온화한 목소리로 말한다.
“자네는, 각오하고 있지?”
“네? 각오라니...”
“나는 잘 알고 있지.”
“하긴... 박사님은 오랜 세월의 경험이 있으시죠.”
엘더 박사는 껄껄 웃는다. 세훈은 박사가 왜 웃는지를,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왜 엘더 박사가 지금껏 VP재단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알 것 같다. 초능력자는 아니지만, 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다. 초능력에 다가가기 위한 재능이라든가, 아니면 그게 아니라도 그에 필적할 만한 통찰력이라든가... 아마도 그런 거겠지. 그런 게 있으니 내 말을 이렇게 이해해 주는 거겠지... 세훈은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새, 오후 4시다.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다. 그 가운데, 세훈과 주리, 나타샤도 끼어 있다. 주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고, 세훈과 나타샤는 걸어가고 있다.
“너... 저녁에, 어떻게 할 거야?”
나타샤의 질문에 세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안 도와줘도 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주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세훈에게 묻는다.
“내가 말했잖아.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지 말라고. 그런데도... 그 녀석을 혼자 상대하겠다고?”
세훈의 눈은 주리의 말에 잠시 흔들린다. 그러나 이내 세훈은 입을 연다.?
“내가 혼자서 그 녀석을 상대하겠다는 건, 나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결단코 그런 의미는 아니야.”
세훈도 모르는 사이, 세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조금 무거워져 있다.
“아니, 내가 볼 때는 맞는데. 내가 하는 말에 정말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음... 그건...”
세훈은 잠시 망설이더니 대답한다.
“맞아. 나 혼자 짊어지겠다고 한 건 맞지. 하지만,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거야. 몇 번이고 말했지만, 나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나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정말 싫어. 설령 그게 너라도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는 공원에 오지 마. 알았어?”
주리는 말없이 조용히 세훈의 얼굴을 본다. 2주쯤 전에 예준을 만나러 갔을 때의 그 얼굴이다. 주리가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허락을 해 줄 얼굴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2주 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거기에다가, 앤드루의 일도 있다. 어떻게든 말이라도 해 봐야 할 것 같다.
“세훈아, 내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가 말했잖아? 네가 말려들게 하기는 싫다고.”
세훈의 어조는 한층 더 단호해졌다.
“나하고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그 누구도. 나 때문에 피해를 보게 하기는 싫어. 그러니까, 안 왔으면 좋겠어. 알겠지?”
세훈은 소리를 높여 가며 말한다. 주리는 크게 한숨을 쉰다. 고개를 돌리려다가 문득 세훈의 왼팔을 스쳐 지나가듯 본다. 세훈의 AI시계가 깜박거리고 있다. 세훈이 딱히 뭔가 조작을 한 게 아닌데도.
한편 바로 그때, 세훈과 주리의 뒤에서 누군가 걸어가고 있다. 다름 아닌 첼시. 첼시는 불안한 눈빛으로 세훈, 주리와 다른 사람들을 번갈아 본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려다, 입을 가린다.

그날 오후 7시쯤, RZ백화점 지하 식당가. 세훈은 빵집 ‘쇼콜라’의 한쪽에 혼자 앉아 있다. 테이블에는 아메리카노 커피가 놓여 있고, 옆에는 쇼핑백 하나가 놓여 있다. 세훈은 AI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화면에 *나라의 메시지가 뜬다.

너무 무모하지 않아요? 혼자서 그 사람에게 맞서겠다는 건.

*나라의 메시지를 본 세훈은 잠깐 망설이는 눈빛으로 화면을 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입력한다.

말했잖아? 다른 사람들이 나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싫다고 말이야.

세훈의 메시지가 끝나기가 무섭게, *나라의 메시지가 다시 나타난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그렇게 말씀하실 상황이 아니에요.

세훈은 크게 한숨을 내쉰다. 앞에 놓인 커피잔을, 가만히 응시한다. 손에 쥐고 있는 AI폰의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을 끈다. *나라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거나 답변이 충분치 못하다거나 화난다거나 해서 그런 게 아니다. *나라는 최선의 답변을 했다. 분명 그랬을 거라고 세훈은 믿는다. 다만, 세훈은 *나라의 말대로 도망가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온몸이 점점 무거워져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치 등에 1톤짜리 쇳덩이를 짊어진 듯하다. 분명, 주리는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떨쳐내고 싶지는 않다. 남에게 이 고통을 주고 싶지는 않다...
세훈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바로 그때. 세훈의 테이블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하다. 뒤를 돌아본다. 야구모자를 쓰고 빨간 점퍼, 핫팬츠를 입은 사람이 세훈의 바로 앞에 서 있다. 얼굴을 훑어보니... 메이링이 아닌가? 어째서 여기에??
“어... 메이링 씨, 여기는 왜...”
“어? 메이링 씨라고? 우리 누나 친구? 여기 안 왔는데?”
어? 메이링 씨가 아니야? 잠깐... 맞아. 아까도 봤었는데... 메이링 씨와 아주 닮은 사람... 그래, 민이었지.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민의 친구는 유였고.
“너희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야?”
“아... 우리는 그냥 저녁 식사하고 놀러 온 건데.”
“놀러 왔는데 왜 여기로 와? 위에 테마파크나 워터파크 같은 데 가지.”
“거기는 언제든 갈 수 있잖아.”
“오늘은 후식이나 좀 실컷 먹어 보려고.”
‘언제든’이라고? 참, 여기 RZ타워는 하야토네 집안의 소유였지.
“그건 그렇고 세훈이 형.”
민이 목소리를 낮추고 말한다.
“저녁에 중앙공원에 누구 만나러 간다며?”
“응... 맞아.”
“반디 누나가 그러더라. 세훈이 형을 누구라도 도와야 한다고 말이야.”
이번에는 유가 말한다.
“언제?”
“어... 그러니까, 점심 때 말이지...”
세훈은 민과 유를 잠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번갈아 보다가, 이내 단호한 표정으로 말한다.
“너희의 도움은 필요 없어.”
“왜? 그 형도 내 능력은 무서워할 텐데.”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0-03-20 22:42:02

그렇죠. 그냥 굴복시킬 것 같으면 클라인 본인이 등판해서 초능력으로 굴복시키든지 할 일이죠.

게다가, 초능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물리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욱 손쉬운 선택지가 될 수 있고, 물리력으로 특정인을 찍어누르는 일은 세계의 도처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니까 이것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이상할 거예요.

역시 특별한 목적이 있고, 그래서 끊임없이 자객들을 보내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봐야겠죠. 마치 디오가 여러 스탠드 능력자들을 매수, 협박, 세뇌 등의 방법으로 손에 넣은 뒤에 죠스타 일족과 그들의 일행을 공격해 온 것처럼...

SiteOwner

2020-03-21 19:02:54

엘더 박사같은 인물이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든든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이 바로 관록의 힘.

사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어릴 때 고민했던 것들이 정작 조금 떨어진 미래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더라 하는 게 느껴지기 마련이고 그렇습니다. 그런 훌륭한 멘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크게 앞서 있다고 봐야겠지요.


*나라 또한 훌륭한 멘토인 게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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