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한점 들지 않는 작업실에서 ‘그’는 오늘도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어둠과 혼돈이 뭉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것과 같은 형상을 한 손. 그 손에는 정체 모를 짐승의 뼈로 만든 정체불명의 필기구가 들려 있었다.
그 필기구는 화폭 위에서 쉬지 않고 춤췄다.
그것이 춤추는 곳 아래에 놓인 종이 역시 범상치는 않았다. 마치 진주나 밀랍을 녹여 내린 것처럼 창백하기 그지없는 종이. 아니 그것의 질감으로 보아 종이가 아닌 짐승의 가죽일지도 모른다.
슥-. 슥-.
칼날이 움직일 때마다, 선이 새겨졌다. 처음에는 그저 얇은 균열에 가까웠던 그 선은, 내부에서부터 스며 나오는 푸르고 걸쭉한 액체와 만나 그 형태가 선명해졌다.
일부뿐이긴 하나, 그 선이 이루고 있는 문양은 회로. 이미 새겨진 일부만으로도 어지간한 고위 마도구에 들어가는 것보다 복잡한 그것은 어지간한 연금술사들도 감탄할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경탄할 위업을 달성하고 있는데도,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그’는 심드렁해 보였다. 가면에 가려진 얼굴은 그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곳에서 느껴지는 안광만큼은 퍽 지루해 보였다.
그렇게 끊임없이 작업을 계속하던 가면의 사내. 멈출 것 같지 않던 그의 손은 갑작스럽게 느껴진 기척에 예고 없이 정지했다.
가죽에만 고정되어 있던 가면 속 두 안광이 텅 빈 허공을 향했다. 그곳에서는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으며, 그저 순수한 어둠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
[어인 일로 이런 누추한 곳에 왕림하셨나이까?]
?
가면을 쓴 사내는 허공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자세와 목소리에는 약간의 무례함도 없었으나, 어째서인지 그 안에 공경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검은 점액질이 터져 나왔다. 꼭 늪을 흐르는 진흙탕처럼 보이는 그 액체는, 처음에는 바닥을 흐르더니 이윽고 뭉쳐서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그 자리에는 기괴한 형상이 자리 잡았다.
그것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이를 본 순간 대다수가 가장 먼저 떠올릴 짐승은 두꺼비일 것이다. 하나, 그것을 보고 그저 두꺼비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
‘없겠지.’
?
지성을 지닌, 아니 최소한의 생존본능을 지닌 이 중 누구도 이를 두꺼비라 여기지 않으리라.
‘그것’은 두꺼비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불길하고, 또한 모독적이었다.
그 존재의 피부에는 생명이라면 마땅히 품고 있어야 할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진흙으로 빚어낸 토우처럼 당장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생김새였다.
그것의 형상은 일그러져 있었다.
분명 두꺼비라는 것을 알 수는 있는데, 세세한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피부의 돌기처럼 보이는 것은 들여다보면 종양이었고, 미세한 갈기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촉수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길한 것은 그 두 눈이었다.
그 안구, 검게 물들어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두 구멍은 끝없는 늪처럼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
[……왜 그러한 짓을 했지?]
?
두꺼비를 닮은 것의 입이 열리며, 기관지가 망가진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음성은 듣기에 거북했지만, 어째서인지 그것이 뜻하는 의미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
[무엇을 말하는 게요?]
[시치미 떼지 마라. 왜 내게 와야 할 ‘상품’을 빼돌린 거지?]
[빼돌려, 내가? 무슨 헛소리요?]
?
가면을 쓴 사내는 어깨를 으쓱하며 두꺼비에게 대답했다. 제삼자가 보기에 사내의 태도는 정말 상황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
[그걸 가지고 있는 건 꿈의 마녀의 사도. 내가 그와 적대 중이라는 건 위대하신 은카이의 수면자, 차토구아 공께서도 아시리라 여깁니다만?]
[하! 진심으로 그쪽에 상품이 넘어간 게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은 게냐? 네놈의 사냥개가 움직인 결과이건만!]
[하하하. 우리 사냥개는 버릇이 없어서 말이요. 내 말도 잘 듣지 않지.]
[네놈!]
?
두꺼비, 차토구아의 분노한 음성이 울리자 공간 자체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부글거렸다. 그 기괴한 광경은 분명 공포 그 자체건만, 가면을 쓴 이의 눈에는 어떠한 감정조차 읽히지 않았다.
그리 오래지 않아, 공간의 떨림이 멈췄다. 그것이 노기를 떨쳐냈기 때문인지, 아니면 분노하며 위협해봐야 어떤 결과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인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그간 네놈과의 거래를 생각해 지금은 넘어가 주도록 하마.]
?
차토구아의 선언이 들린 후 점액질로 된 그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갔다.
?
[하지만 명심해라.]
?
하지만 무너져가는 형상과는 다르게 여전히 차토구아의 가래 끓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분명하게 가면을 쓴 이의 뇌를 파고들었다.
?
[네놈이 반쯤 신위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너는 우리 진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명심하고 있나이다.]
?
차토구아의 모습과 기척은 그것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여전히 가면을 쓴 이의 눈은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았다.
?
[그렇기에 내가 지금 움직이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
멈췄던 그의 손이 다시 움직인다. 날카로운 필기구가 가죽을 베어내고, 복잡한 회로가 하나하나 완성되어 간다.
?
[너의 놀이가 예상보다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러니 잠든 상태라도 기뻐하도록 해라, 나의 작품, 나의 사냥개…….]
?
그는 자신의 작품이 새겨지고 있는 벗겨진 가죽과 그 끝에 있는 살가죽이 벗겨진 사람을 향해 가면 속에서 미소 지었다.
?
[블레어.]
?
?
*** ***
?
?
보어헤스 백작 가문의 저택은 내 생각과는 다른 곳이었다.
이미 나는 소여 가문의 저택을 보았고, 그곳이 얼마나 살풍경하고 생기 없는 공간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거기에 보어헤스 가문의 치부 역시 알고 있으니, 그곳의 저택 역시 소여 가문의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살풍경한 광경을 기대했다.
하나,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것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
“우와!”
?
빅토리아의 탄성이 들려왔다. 그녀의 두 눈이 반짝거리는 걸 보아 단순히 예의상 지른 것은 아닌 모양이다.
?
‘하긴 대단하긴 하네.’
?
눈앞에 설원이 있었다.
아직 나뭇잎조차 붉게 물들 계절이 아니건만, 그 하얗게 물든 벌판은 모든 더러움을 거절하는 것과 같았다.
그 눈으로 뒤덮인 땅은 단순히 죽어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위에는 고산토끼처럼 평범한 동물뿐만이 아니라, 북방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동물 또한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넓은 동토의 땅이 어지간한 군대의 주둔지 크기. 그리고 그곳 중앙에는 멋들어진 겨울 숲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충 보아도 어지간한 탑보다 높은 저 나무는 하루아침에 길러낸 것은 아니리라.
실로 멋진 광경. 그것만으로도 카다스의 빈민가 외의 풍경은 보지 못한 빅토리아에게는 놀라운 선물이리라.
나 역시 이 풍경이 멋지기는 하지만.
?
‘그 이상으로 여기에 들였을 돈 때문에 기가 죽을 것 같네.’
?
저 나무나 동물들은 대체 얼마나 비쌀까? 애초에 산 채로 카다스까지 데리고 올 수는 있는 것이었을까? 거기에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얼마나 큰 비용이 들지? 단순히 마법진을 설계하는 데만 하더라도 내가 10번 정도 삶을 반복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을 지급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단순히 관상용으로 만들어두기만 한 것만 아니고…….’
“하하하하!”
?
설원과 숲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들려왔다. 아니, 단순히 소리만 들려오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눈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그 아이들 곁에는 다른 사람들 역시 있었다.
덩치가 큰 근육질의 남성 그리고 그와 함께 하는 여성.
아마도 둘 중 하나는 보어헤스 가의 후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짝이리라.
?
‘가족끼리 야영이라도 나온 걸까?’
?
저렇게 즐겁게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돈 낭비 이야기를 하는 건, 아무래도 조금 마음에 걸렸다.
?
“……정말로 변했군.”
?
그렇게 흐뭇하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어느새 거기에 섞여 있는 빅토리아를 보며 웃기를 한참. 귓가에 에스텔의 음성이 들려왔다.
?
“변했다고요?”
‘설마 이 공간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는 걸까?’
?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랐지만, 이내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돈을 쓴다고 해도 이런 생태계 조성은 단시간에 할 수 없다.
?
“풍경이 변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숲 자체야 이전부터 있었지. 하지만 바뀐 건 분위기다.”
“분위기요?”
“일전에 보어헤스 가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 아이들 따위는 없었다. 거기에 있는 건 그저 예비 전사들이었을 뿐. 맹수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녔고, 아이들은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리고 여인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
에스텔이 뒷말을 흐렸지만,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눈살을 찌푸렸다.
?
‘그래,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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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보어헤스 백작가는 최고의 ‘타고난 전사’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가축처럼 다루던 곳이었다.
?
‘그렇다면 이건 역시 그 녀석이 한 짓일까?’
?
나랑 싸운 이후 가문이 바뀌었다고 말한 보어헤스 백작의 모습이 문득 뇌리에 떠올랐다.
?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던 걸까?’
“그러니까 말했잖습니까? 변했다고요.”
?
생각하게 무섭게 모습을 보어헤스 백작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들의 대화가 들렸는지, 그에 대한 답변은 덤이다.
?
“언제부터 여기에 있던 거냐?”
“얼마 안 되었습니다. 한참을 지나도 오질 않길래 당신들이 길을 잃었나 해서요. 그런데…….”
?
녀석은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하다, 잠시 표정을 굳히고 손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
“이건, ……그녀입니까?”
“……그래.”
?
녀석이 가리키고 있는 건 내가 등에 짊어진 거대한 통. 그 안에는 지금 얼어붙은 오드리가 들어가 있었다.
?
‘꼭 이렇게 해야 했을까?’
?
문득 그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어젯밤, 에스텔의 내상은 자연치유로 충분했지만 빅토리아의 다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개방골절. 절대로 단기간 내에 회복할 수 있는 부상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선택한 방법이 융합 변이. 그렇게 빅토리아의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건만, 하필 오드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그때는 정말 놀랐지.’
?
솔직히 당시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곧잘 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분명 제압하긴 해야 하는데, 무슨 수로 사도를 완벽하게 잡아둘 수 있겠는가?
그 상황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나와 융합한 빅토리아였다.
내 손이 저절로 움직이자 오드리는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에 살아있는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평범한 빙결계 마법이라면 그저 동사한 시체가 될 뿐이지만, 신의 권능이기에 봉인으로 그칠 수 있었다.
?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
?
봉인이란 결국 깨지기 마련. 언젠가는 오드리를 깨워야만 한다.
?
‘그러니 빠르게 해결해야 해.’
?
나는 표정을 굳히며 통과 연결된 어깨끈 바짝 조였다.
혹시나 보어헤스 백작이 오드리를 데리고 가는 걸 거부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더 서두르기 시작했을 뿐.
?
“그건 그렇고 이미 모두 모여있는 건가?”
?
쉼 없이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나는 그에게 회의의 다른 참가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다.
?
“한 분, 정확하게 말하면 쿠엔틴 회장은 오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는 오지 못했다고 해야겠군요.”
“이유는?”
“심각한 부상, 이라고 하면 될까요?”
“부상?”
‘그 영감이랑 스테파니 씨가?’
?
영감이야 나이가 나이나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스테파니 씨가 심각하게 다쳤다니…….
?
‘상상조차 되지 않아.’
?
빅토리아가 만났을 때도 다친 것처럼 보였다고 했는데, 설마 그 정도로 심각했던 건가?
아니, 그 이전에.
?
“그렇다면 회의는?”
?
설마 이대로 파투가 나는 걸까?
?
“그분은 무조건 당신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데 찬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길.”
?
다행히도 그렇진 않은 모양이다.
?
“그건 다행이군.”
?
나는 진심으로 안도하면서,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겨울 숲 사이의 놓인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저택의 모습이 보였다. 눈이 덮인 숲속 건물은 언뜻 보기에 동화 속 정경처럼 멋져 보였다.
그 저택의 입구에서 보어헤스 백작은 잠시 멈춰서더니 몸을 돌려 우리에게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 주의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주의?”
?
여기에 뭐가 위험한 것이라도 있는 걸까?
?
“마이어스와 크루거의 사도는 소여와 보어헤스 쪽과는 제법 다르다는 겁니다.”
“그거야 당연한 얘기지.”
?
애초에 가문의 특색조차 다르지 않은가?
?
“그러니까 단순히 다르다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은 우리와는 가문에서의 지위가 달라요.”
“……그게 무슨 의미지?”
“소여와 보어헤스는 무가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강하고 명예로운 이가 전장에 나가죠. 사도 역시 가문의 중역이 맡게 됩니다.”
?
확실히 보어헤스 백작은 본인이 가주였고, 본래 사도가 돼야 했을 에스텔은 가문의 후계자였다.
?
“하지만 마이어스와 크루거는 다릅니다. 그 둘은 애초에 무가가 아닌 만큼, 오히려 중역은 전장에 나서질 않죠. 전장에 나서도 되는 건, 가문에서도 이단이나 다름없는 이들뿐입니다.”
“이단이라고?”
“요컨대 뭔가 이상한 사람뿐이라는 겁니다. 에스텔 씨라면 이해하시겠죠?”
?
에스텔을 바라보니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
‘이상한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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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상상을 해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
“어찌 되었든 제가 드릴 말씀은 놀라지 말라는 겁니다.”
?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열자 눈에 들어온 것은…….
?
“흡! 흡! 흡!”
?
거대한 근육의 벽이 보였다.
한 사내가 등에 기묘한 물건을 짊어진 채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물건의 형상은 양쪽 끝에 추를 단 철봉에 가까웠는데, 추 하나의 무게가 대충 보아도 어지간한 사람보다 무거워 보였다.
?
‘저건 뭐야?’
?
사내의 모습은 솔직히 좀 기묘했다.
근육질이긴 한데……뭐라고 해야 할까? 보어헤스 백작이 조각상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육체라면, 저건 그냥 거대한 무언가였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보어헤스 백작이 호랑이라면, 저 사람은 대형 멧돼지라고 할까?
그리고 한 편 그 옆에 있는 건.
?
‘뭐야 저거?’
?
그곳에는 젊은 여자가 누워 있었고, 그 옆에 기묘한 판 형태의 마도구가 [일어나!]라는 단어를 띄워놓고 있었다.
여성의 외모는 굳이 따지자면 미인이었다. 화장기는 없지만 오밀조밀한 얼굴에, 긴 머리, 그리고 살집이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몸매였다.
그래, 저 상태만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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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
?
잠이 들었는지 코에서는 커다란 코골이가 울렸다. 눈가에 짙은 기미를 보아 오랫동안 편히 잠들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머리카락은 언제 감았는지 모를 정도로 기름이 흐르고 있었고, 얼굴에 화장기라고는 보이질 않았다. 거기에 옷은 속옷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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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르?”
“형씨?”
‘이크!’
?
서둘러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뒤에서 나를 보는 두 여인의 눈초리가 따갑다.
어찌 되었든 저 여자는 지금 속옷만 입은 채 씻지도 않고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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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렸다시피 두 분은 조금……특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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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내 귓가에 보어헤스 백작의 쓴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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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마이어스 가문의 존 마이어스 공자와 크루거 가문의 티나 크루거 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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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다른 가문의 두 사도와 오늘 처음으로 만났다.
영 보기 좋지 않은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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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설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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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드디어 크루거 가문의 티나와 마이어스 가문의 존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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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는 몇 화전에 등장한 인간에 가까운 자동인형을 제작하는 제작자입니다. 그리고 현실의 기업 소속 개발자가 그렇듯이,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합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잠들어 있지요. 그녀랑 가장 외모가 닮은 캐릭터는 “Fate/Grand Order”의 오사카베히메(이미지 링크 #)입니다. 대충 오사카베히메가 사흘 정도 씻지 않고, 좀 더 살이 찐 데다가 얼굴에 짙은 다크 서클이 생긴 채로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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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마이어스는 보어헤스 백작보다 더한 거한입니다만, 균형 잡힌 근육질인 보어헤스 백작과는 달리 부담스러울 정도의 거구입니다. “덤벨 몇 킬로까지 들 수 있어?”의 마치오 나루조(이미지 링크 #)랑 비슷한 느낌의 외모지요. 학자 가문인 마이어스 가문에서 이런 인물이 나온 것 역시 이유가 있습니다. 참고로 거대한 덩치와는 달리 사도의 힘을 제외한 전투력은 평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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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마드리갈
2021-08-29 20:02:57
끔찍한 묘사에 한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오늘 몸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피로해서 갑자기 토할 뻔했던 적이 있었던 터라, 차토구아의 형상과 음성의 끔찍함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있어요.
살가죽이 벗겨진 그 사람은 블레어인가요...결국 잔혹한 것을 좋아하는 그도 그 행위의 주체의 입장은 물론이고 객체의 입장도 되어 보네요. 두 상황을 다 경험했으니 행복한 건지.
보어헤스 백작 가문의 저택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귀족의 생활거점의 이미지에 부합하네요.
그리고 보어헤스 백작은 그레고르와의 일전 이후 달라졌고, 그것은 풍경 속에도 나타나나 있네요. 좋은 변화네요.
일단 오드리는 봉인되어 그레고르가 멘 통 속에 수납되어 있지만,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겠죠. 귀멸의 칼날의 카마도 네즈코가 생각나기도 하고...
소여, 보어헤스 가문과는 완전히 다른 크루거, 마이어스 가문의 속성...
역시 소여 가문 출신인 에스텔은 알고 있지만 그레고르는 거기까지 정보가 있는 건 아니었네요.
이상하다는 의미, 펼쳐진 장면을 보고 정말 제대로 알았네요. 진짜 저 사람들이 사도인 건가 싶은 강한 의문과 함께. 티나 크루거는 일에 찌든 여성 엔지니어, 그리고 존 마이어스는 밸런스감이 없는 근육돼지같은 거한...Papillon
2021-09-16 01:40:59
보어헤스 백작의 저택은 전형적인 귀족 저택의 이미지지요. 굳이 따지자면 일반적인 저택보다는 별장에 가까운 형태지만요. 물론 보어헤스 백작이 바뀌기 이전까지는 밖에서는 맨 vs 와일드를 찍고, 안에서는 인간 공장이 돌아가던 장소였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티나도 존도 특이한 인물이지요. 다만, 겉모습과는 다른 면도 있을 예정입니다.
SiteOwner
2021-09-17 21:29:11
굉장히 끔찍한 것을 접했다가 아름다운 것을 접하니 확실히 살 것 같습니다.
보어헤스 백작의 저택은 외형은 오래전부터 저랬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근래부터 달라진 것이군요. 역시 그레고르가 보어헤스 백작을 크게 변화시킨 계기를 제공해 준 것 같습니다.
티나 크루거와 존 마이어스는 확실히 특이한 사람들인데, 개성이 강하다는 것으로 정당화될 사람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다가 티나 크루거는 타인에 대한 배려 자체가 없는 사람같습니다.Papillon
2021-09-20 21:01:49
티나 크루거도 존 마이어스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죠. 다음 화에서는 그것이 더 세세하게 밝혀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