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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에필로그 - 다시, 학교의 그녀석

시어하트어택, 2020-03-30 19:58:01

조회 수
110

몇 주가 지난 후, 미린고등학교의 점심시간. 햇살은 따스하게 내리쬐고, 바람은 선선하게 분다. 어느덧, 교정의 화단, 정원, 분수대는 푸른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점심시간의 미린고등학교는,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매우 활기차다. 교실 안과 복도 할 것 없이,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자기들끼리 재잘거린다.
1학년 G반 교실. 창가에, 세훈이 서 있다. 세훈은 친구들이 떠드는 소리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듯, 조용히 창가에 기대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축구나 농구를 하는 모습, 몇 명씩 모여서 웃고 떠드는 모습, 간식거리를 사러 매점에 줄 서 있는 모습... 참 보기 좋다. 세훈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짓는다. 이런 여유가 생긴 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너 또 왜 그러고 있어.”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목소리는 분명 주리의 목소리.
“설마, 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겨서 걱정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아니라니까.”
세훈은 실실 웃으며 말한다.
“그럼 뭔데.”
“그냥. 밖에 좀 구경하면 안 돼?”

그러고 보니,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어쩌면, 세훈 정도 되는 연령대가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성인일지라도 좀처럼 겪기 힘든 일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긴 터널을 지나온 듯한 경험들이, 지금의 세훈을 있게 해 주었다. 파라가 저번 주 모임에서도 했던 말처럼, 세훈은 몇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그때만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세훈을 강하게 성장시켜 주었다는 건, 동의할 수밖에 없다. 클라인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위화감’도, 지금은 세훈 자신의 것이라도 된 것처럼 익숙하다. 거기에다 몸도 약간 가벼워진 것 같다. 느낌이겠지만... 이 모든 게, 두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났다는 게 세훈으로서는 놀랍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니까...”
주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네 옆에만 가면 뭐라고 할까... 내 능력이 좀 세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느낌이 그래.”
“아, 그래? 레아하고 사이도 그러던데. 내가 옆에 가기만 하면, 쇠붙이가 꽉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고.”
“아...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야, 세훈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세훈이 뒤를 돌아보니, 미셸과 디아나가 서 있다.
“누가 너 보러 왔는데.”
“교실 뒷문 앞에 있어.”
세훈은 몸을 돌려 교실 뒷문으로 간다.
“아, 왔구나.”
“칭칭? 네가 여긴 웬일이야.”
누군가 했더니, 도서관에서 마주쳤던 궈칭칭이다.
“빈센트 선배가 너 보고 싶다고 해서.”
“아니, 그러면 그 녀석이 직접 오라고 해야지. 안 그래? 몇 주 동안 안 보여서 버릇을 좀 고쳐서 오나 했는데,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네.”
세훈은 칭칭을 한심하다는 듯 보며 말한다.
“너는 왜 아직도 그 녀석의 전령이나 하는 거야?”
“아니, 전령이 아니고, 사실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
“무슨 이유? 말해 봐.”
“아! 바로 왔네.”
칭칭은 옆으로 비켜선다. 세훈의 눈앞에는, 클라인이 서 있다. 처음 만났을 적에는 키가 세훈의 머리 하나 정도는 더 크게 보였는데, 지금 다시 보니 세훈보다 더 작아 보인다. 분명 실제 키는 더 크기는 하지만. 클라인은, 세훈의 눈을 살살 피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그녀석’이 오셨네.”
세훈은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한다.
“왜 부른 거야?”
“아... 다른 건 아니고... 그간 많이 힘들었어.”
“힘들었다니? 그게 네가 할 소리냐?”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네게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괴롭힘당하고 했는지 생각해 보면, 네가 겪는 고통은 쌀 한 톨만큼도 되지 않아. 속죄한다고 생각해.”
“아... 아니... 그게 아닌데... 내가 하려는 말은...”
세훈은 더 듣지도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교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 이봐! 잠깐만... 내 이야기 좀...”
클라인은 다급하게 세훈을 불러 보지만, 세훈은 이미 교실 문을 닫아 버린 뒤. 클라인은 큰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기 교실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해는 이제 서서히 하늘 저편으로 내려가고, 햇빛은 점점 금빛을 띤다. 길거리는 하교하는 학생들로 활기가 가득하다. 세훈, 주리, 미셸, 디아나 네 명은 교문을 나와, 나란히 주택가를 걷고 있다.
“아까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세훈이 입을 연다.
“클라인 그 녀석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3주 동안 안 나온 거지? 크게 다치거나 한 것도 아니고, 탤리도 저번 주부터 목발 짚고 걸어 다니는데 말이야.”
“글쎄. 무슨 일이 있었나?”
“그러게. 나를 보고 눈을 맞추기를 꺼리는 듯한 것도 있고...”
“너를 보고 눈 맞추기를 꺼린다고?”
세훈은 주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세훈은 생각에 잠긴다. 클라인이 아까 왜 저렇게 저자세로 나온 건지, 궁금하다. 진짜로 사과하려고 했다면 자기가 직접 와서 무릎을 꿇고 그랬을 것이고, 흉내만 내는 것이라고 해도 직접 문 앞에 서서 미안하다고 한다거나 했을 텐데... 그런데 세훈을 보자마자 살살 피하려고 한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아무리 생각해도 클라인이 왜 그랬는지, 세훈은 궁금하다. 아까 클라인이 자기 이야기 들어 보라고 했을 때 들어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 그리고 참, 들었어?”
디아나가 목소리를 낮추며 장난스럽게 말한다.
“뭐?”
“우리 반에 내일 전학생이 온다는데...”
“전학생? 전학생이야 뭐, 올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런 걸 가지고 새삼스럽게...”
바로 그때, 세훈은 주리를 돌아본다. 주리는 세훈이 돌아보자, 얼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응? 너 왜 그래?”
“아, 아니야, 아니야.”
“그 전학생에 대해 알고 있어, 혹시?”
“아... 아니라니까! 내일 온다는 전학생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럼... 내가 방금 눈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건 뭐야?”
“야, 눈에 무슨 엔진이 달렸냐?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게.”
“참, 그건 그렇네.”
네 명 모두 큰 소리로 깔깔깔 웃는다. 세훈은 흐뭇하게 웃는다. 마치, 하늘에 뜬 황금빛 해의, 따스한 손결 같은, 부드러운 햇살과도 같이.

?- <학교의 그녀석은 초능력자>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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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정판 연재를 마칩니다. 전에 연재했던 것이기는 합니다만 다시 한번 연재하고 끝내 보니 그 감회가 또 남다릅니다.

이야기 자체는 후속작에서 또 이어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2 댓글

마드리갈

2020-04-01 22:40:21

다시금 평온한 나날이 찾아왔네요.

요즘 코로나19 판데믹이 아직 기세등등한지라 평온한 일상을 다시 가져서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도 즐겨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만큼, 이렇게 소설 속에서라도 펼쳐진 평온한 일상에 위로를 받기도 하네요.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는 없겠지만...


그 기세등등했던 클라인이 저렇게 비굴해진 게 정말 가관인데다, 탤리는 목발을 짚고 다니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닌 말로, 안 죽을 만큼 맞고 돌아온 것인지...

후속작에서 이 이야기가 이어지는군요. 그럼 전학생 이야기가 후속작에서 펼쳐지는 거군요. 기대되어요.


이번에도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었어요. 연재에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기원할께요.

SiteOwner

2020-04-02 23:00:02

이렇게 완결하셨군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완결을 축하드립니다.


문제의 클라인이 저 꼴이 난 이상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새로이 등장할 캐릭터가 파란을 몰고 올 것이 예상되다 보니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다음 작품을 기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 미래사회라도 사회의 빈 틈은 있고, 인간의 성격은 비열하게도 멋지게도 발현될 수 있으며, 인공지능 또한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흥미진진하게 묘사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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