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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H] 14화 - 어쩐지 이상한 하루

시어하트어택, 2020-05-22 07:03:40

조회 수
137

“어이- 남궁현애-”
또 그 남자 목소리다. 이번에는 현애를 콕 집어서 지목했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 누구조차도. 여전히. 누구란 말인가, 현애의 만화 감상을 방해한 그 사람은?
“아이, 도대체, 누구야...”
현애가 신경질을 내며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안녕?”
여학생 두 명이 서 있다. 둘 다 키는 현애와 비슷해 보인다. 한 명은 검은 머리를 뒤로 묶었고, 또 한 명은 갈색 머리에 안경을 썼다. 얼핏 보니, 등하굣길에 한두 번씩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잠시 본 끝에, 생각이 난다.
“그래, 너희들! ‘궈칭칭’하고, ‘첼시 오쇼네시’라고 했나?”
“아, 맞아.”
그중 뒤로 묶은 검은 머리의 여학생, 궈칭칭이 입을 연다.
“너, 며칠 전에 전학 왔지. 조세훈하고 같이 다니고.”
“그래,”
칭칭과 첼시 두 사람의 태도가, 현애는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뭔가가 남을 깔보는 듯한 말투도 그렇고, 둘이서 다니며 저들끼리 뭔지 모를 웃음을 짓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하지만, 이왕 여기 온 김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아, 하나만 좀 물어볼까?”
“뭔데?”
첼시는 조금 귀찮다는 듯한 말투다.
“빨리 용건만 말해. 우리는 너한테 쏟을 시간까지는 없으니까.”
“너희들, 혹시 조금 낮으면서 부드러운 남자애 목소리 혹시 못 들었어?”
“에에엥?”
칭칭이 일부러 큰 소리로 추임새를 넣는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칭칭과 첼시 모두, 피식피식 웃는다. 현애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흔들거나 다리를 까딱까딱거린다. 역시나, 세훈과 주리에게 들은 그대로다.
“귀 기울이고 들어 보라고. 웬 남자애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르니까.”
“응? 환청 들리는 거 아니야, 너?”
“글쎄, 꿈에서도 그런 소리가 들리려나.”
여전히, 칭칭과 첼시는 건성건성 말한다. 현애는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한 대씩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쪽이 먼저 물어본 입장이니 거기에 또 토를 달기도 뭣하다.
“아, 그래, 아무튼, 대답해 줘서 고맙고.”
“또 보자고.”
칭칭과 첼시는 또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어디론가 간다. 칭칭과 첼시가 시야에서 멀어져 가자, 현애는 맥이 빠진 듯 풀석 하고 벤치에 앉는다. 그러고 보니, 남학생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AI폰을 들고는 다시 만화를 보기 시작하지만, 잘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흐으... 최상의 컨디션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다 망쳐 버렸잖아.”
현애는 그 길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로 향한다. 왜인지는 몰라도, 뭔가 기운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날 오후, 미린고등학교 근처 주택가. 현애와 세훈, 주리가 지하철역을 향해 나란히 걷고 있다. 걸음걸이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평소보다 밝고 가볍다. 왜냐하면, 금요일이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났네. 아까 진언이 오빠가 했다는 이야기가 뭐였지?”
“아, 맞다. 새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러니까... 이 근처에서 폭발물 같은 거로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니까 조심하라는 거였어. 진언이 형 말로는 최근에 순찰하다 보면 주택가에 쓰레기통이나 고양이집 같은 게 산산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하고, 또 최근에 미린구와 동구의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이상한 폭발 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많이 늘었다더라.”
“하, 그래?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잡히기만 해봐라.”
세훈의 말에 주리가 주먹을 꽉 쥐며 말한다.
그렇게 1분여를 또 걷다가, 세훈이 주리에게 말을 건다.
“아참, 주리 너 오토바이 안 가져왔지?”
“어. 오늘은 안 가져왔어.”
“그럼 우리, 오늘 어디라도 좀 놀러 갈래?”
“음, 오늘?”
“좋아. 너희들이 추천해 주는 데로 가지.”
현애가 막 들뜬 기분으로 말하려는 그즈음.

히히히-

또 그 목소리다! 아까 점심시간에 만화 보는 즐거움을 망쳐 버린 그 남학생의 목소리! 현애는 급히 돌아본다. 하지만 주위에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은, 세훈과 주리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인가, 도대체?
“너희... 방금 이상한 소리 못 들었어?”
“엉? 무슨 소리?”
“무슨 소리가 들렸다고 하는 거야.”
세훈과 주리 모두, 현애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반응이다.
“히히히- 거리면서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
현애가 식은땀을 흘릴 듯 한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그래? 나는 못 들었는데.”
“나도. 하나도 못 들었어, 그런 소리는.”
“하... 그래? 아까 점심시간에도 그 이상한 남자애의 목소리가 들렸어. 주변에 남학생이나 다른 남자들은 아무도 없었는데.”
“그래? 네가 너무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 건 아니야?”
“아니면 잘못 들은 걸 수도 있고.”
“그런 걸까... 그런 거면 좋겠는데 말이야.”
세훈과 주리의 말에 현애는 또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말한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점점 힘이 붙기 시작한다.
“뭐, 어쨌든, 가 보자. 좀 놀고 오면 나아지겠지.”

미린고등학교 남쪽의 주택가에서 더 남쪽으로 가면, 빌라와 카페, 호텔, 음식점 등이 밀집한 거리가 나오고, 그다음은 6차선 도로와 고가 경전철 ‘미린 라이트레일’ 미린 시사이드센터역이 나온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산책로와 놀이기구, 식물원 등이 조성된 해변공원 한가운데에 조금은 작은 규모의 전시장 ‘미린 시사이드센터’가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요트가 정박한 마리나도 있다. 해변공원에서 보는 저녁의 바다는 세라토시 전체에서도 명물 중 하나다.

미린 시사이드센터역 앞 삼거리의 횡단보도는, 각양각색의 외출복을 입은 사람들로 꽉꽉 차 있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현애와 세훈, 주리 역시 인파 사이에 껴서, 그 사이를 건넌다.
“내일은 어디를 가 볼까?”
“아, 내일?”
주리의 말에 현애가 잠시 앞을 보며 뜸을 들이다가, 세훈과 주리를 돌아보며 말한다.
“거기 가자... 그... 세라토역 북쪽에 있는 ‘황궁대로’ 번화가였나?”
“에, 거기?”
세훈과 주리 모두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다.
“뭐, 거기도 번화가이기는 하지. 세라토역을 가운데에 두고 북쪽으로는 황궁, 남쪽으로는 강변에 세라토시청까지 이어지는 데 말이야. 그런데 거기는, 정부청사, 국회, 유명 기업 본사 같은 게 몰려 있는 곳이라서, ‘업무지구’나 ‘호화 상권’에 더 가까울 거야. 우리 같은 애들이 갈 만한 곳과는 살짝 거리가 있단 말이지.”
“호오- 그래?”
현애는 약간 실망스럽다는 듯 말한다.
“거기가 이 일대 최고의 상권이라고 해서 나름 기대했었는데...”
“그러면 인공지능한테 물어보는 게 어때?”
“아, 그래.”
현애는 곧장 AI폰을 꺼내서 인공지능 모드를 켠다.
“어... *프로도.”
“왜 그래?”
“우리가 하는 이야기 혹시 다 듣고 있었어?”
“그럼, 듣고 있었지.”
“그러면, 내일 우리가 놀러 갈 만한 곳 좀 추천해 줄래?”
“그거라면 어렵지 않지. 곧 여기에 뜰 거야.”
*프로도가 말을 마치고 몇 초 후, 과연 *프로도의 말대로 추천 결과가 AI폰에 나타난다.

[토요일에 갈만한 곳]

[1위 ? 사리 메인스트리트]
[주소 : 세라토시 사리시 사리역 주변]
[키워드 : #쇼핑하기좋은곳 #놀기좋은곳 #맛집거리 #카페거리 #강변산책 #교통편리 #대학가 #운치있는곳찾을때 #아기자기한 #재미있는 #신나는 #노래방 #무중력게임방 #오락실]

“그래. *프로도가 잘 추천해 줬네.”
세훈이 옆에서 현애의 AI폰을 보며 감탄하듯 말한다.
“자, 이제 내일 갈 곳은 대충 정해진 것 같으니까, 오늘은 바닷바람이나 쐬면서 놀다 들어가자고.”
주리가 현애와 세훈의 등을 토닥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미린 시사이드센터 앞 광장. 점점 어둠이 깔리는 공원에는 조명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광장 한쪽에는 스트리트푸드 트럭들이 음식을 팔고 있고, 각양각색 옷차림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광장 옆에는 그리 크지는 않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고, 공연하는 듯, 광고판에 불이 들어와 있다. 관객석 중 몇 곳에는 벌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그 주변으로는, 가족 단위로 피크닉테이블에 모여 앉았거나 돗자리를 깔고 앉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번쩍거리는 조명을 달고 요트나 모터보트를 타는 모습도 들어온다. 멀리 보면, 마치 작은 도시가 움직이는 것 같은 크루즈선도 하나 보인다.
“어때, 오길 잘 했지?”
“음, 그러네.”
세훈의 자랑하는 듯한 말투가 조금은 거슬리기는 했지만, 현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확실히 그렇다. 의식은 하고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 그 성가신 남학생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당분간 크게 신경은 안 써도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기는 하지만.
해가 저물어가고 어둠이 고개를 내밀수록, 해변공원은 형형색색의 조명과 모이는 사람들로 점점 더 화려해져 간다. 점점 더 북적거리는 공원. 역시 이래서 나오는 재미가 있는 거다. 이 정도로 주말을 즐긴다면, 다음 주 월요일에 등교할 때는 안 좋은 기억은 다 잊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줄 알았는데...

펑-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렸다!
“뭐... 뭐지?”
세훈이 깜짝 놀라 주위를 급히 돌아본다. 주리와 현애가 보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한쪽을 향해 있다. 다들 놀라 웅성거리는 것과 부모들이 아이들을 껴안는 건 덤이다.?
“뭐지? 이 폭발 소리는...”
“가 보자고!”
현애와 세훈, 주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곳을 향해 일제히 달린다.?
이윽고 세 명은, 한 곳에 다다른다.
그곳은 바로, 소공연장 옆의 쓰레기통.
쓰레기통 하나가 산산조각이 나 있고, 각종 쓰레기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뭐지?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야?”
세훈이 흩어진 쓰레기통 조각들을 보며 소리지른다.
“어떤 놈이야, 도대체!”
“진언이 오빠를 불러야 하나?”
주리가 AI폰을 꺼내며 말하자, 현애가 도로 쪽을 가리킨다.
“저기! 저기 경찰 오고 있는 거 아니야?”
현애의 말대로 미린 라이트레일 고가 아래에 순찰차 2대가 멈춰서 있고, 경찰관 3명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여기예요, 여기!”
현애 일행을 비롯해 쓰레기통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달려오는 경찰관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부른다. 이윽고,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선배로 보이는 경찰관 2명은 현장 사진을 촬영하고, 후배 경찰관은 시민들을 진정시키며 상황을 설명한다. 이윽고 그 경찰관이 세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진언이 형이잖아.”
“아, 여기서 또 만나네. 너희들, 괜찮아?”
진언은 현애와 세훈, 주리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아, 보라고. 우리 괜찮잖아.“
이번에는 주리가 말한다.
“우리도 폭발 소리가 들리길래 와 본 거야.”
“하...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
진언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말한다.
“또 그 사람 짓이야?”
“그런 것 같아. 항상 쓰레기통이 터지고, 사람들 많은 데서 터지는데 정작 하나도 다치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그 녀석 짓이 확실한데.”
“에이... 괜히 기분 잡쳐 버렸잖아.”
“그러게.”
세훈은 현애와 주리를 돌아보고,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오늘은 여기 올 날이 아니었나 봐.”
“가자.”
현애가 먼저 발걸음을 돌리고, 주리가 뒤를 따르고, 마지막으로 세훈이 주리를 따라가기 전, 진언을 한번 더 돌아보며 말한다.
“뒤는 부탁할게.”
“아, 걱정하지 마.”
현애, 세훈, 주리는 터벅터벅 도로를 향해 걷는다. 힘이 다 빠지는 것 같다. 기껏 놀러 왔더니,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왜 이런 일만 일어나는 건가... 현애는 머리가 아플 것만 같다. 그래도 간절히 기도한다. 내일과 모레는 무사히 지나가기를, 그리고 모든 일이 잘 해결되기를.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0-05-24 13:39:48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폭발사건이 일어났네요.

정말 평온과 원수진 것도 아니고, 왜 이런 일이 자꾸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지 영문도 모를테니 신경이 쇠약해지더라도 절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리고 그렇게까지 소동을 일으키는 자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지, 참으로 처신이 더럽다고밖에 말해줄 수가 없네요.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공포를 심어놓기에는 적절한...이게 바로 테러리즘의 효과겠죠.

시어하트어택

2020-05-24 23:40:52

저 폭발 사건의 경우는 후드 쓴 남자와는 별개로 이어지는 사건으로 그려 보려고 했습니다. 일종의 '제3세력' 같은 거겠죠. 물론 나중에 가면 또 어떻게 설정이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저 장면을 만들 때의 설정은 그렇습니다.

SiteOwner

2020-05-30 23:31:02

난데없이 폭발사건이라니, 정말 끔찍합니다. 현실의 사건이 아닌 것이 천만다행...

예전에 갑자기 날아온 주먹에 머리를 맞은 사건도 겪어봤다 보니 예의 폭발사고가 더욱 무섭게 여겨집니다. 이렇게 막연한 공포를 심는 이런 게 바로 테러리즘...

게다가, 특정인 위주로 사건이 일어나게 되면 결국 분열에 성공하게 됩니다.

과거의 팬암 항공사에 대한 테러라든지 맥도날드 지점에 대한 점거농성 또한 같은 의도...


전작에 나왔던 궈칭칭, 첼시 오쇼네시는 정말 저렇게 살고 싶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나마 이제는 무해한 레벨로 낮아진 게 다행일까 싶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0-05-31 23:07:34

저 폭발 사건도 작아 보이기는 해도 연결고리는 있습니다. 그게 뭔지는 스토리가 진행되어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칭칭과 첼시 둘 중 하나는, 조만간 또 나오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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