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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에 생각하는 여러가지

SiteOwner, 2022-04-20 21:29:34

조회 수
203

오늘인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그리고 여러가지를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학원강사로 직장생활을 하던 20대 때에 "애자" 라는 용어가 유행했습니다.
그 "애자" 라는 말은 당시에 흔히 통용되던 "장애자" 에서 유래한 것으로, 타인의 장애를 놀릴 때 쓰는 말이기도 하면서 또한 자신의 능력부족을 비하하는 어휘이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전 과학애자인데요" 라고 말하는 것이 과학 성적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런 말을 써서는 안되는 이유를 학원생들에게 이야기하자 학원내에서는 그런 말이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오늘날에는 문제의 "애자" 라는 말이 사어가 된 것 같습니다.

병을 달고 사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프면 심하게 앓는 경우가 있었다 보니 장애에 대한 두려움도 늘 있었습니다.
그리고 1996년과 2007년은 자력으로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장기투병을 했습니다.
15년 전의 장기투병은 골격의 손상까지 있었던 큰 사건이자 저의 일상 및 대인관이 크게 바뀐 계기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최소 2년 이상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통설을 깨고 반년만에 재활에 성공했다 보니 그 이전보다는 자신감은 확실히 늘었습니다.
15년 전의 투병생활 당시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 깨어 있던 시간 자체가 하루의 1/4도 안 되었는데다 그나마 눈을 뜨고 있을 때도 계속 투여되는 약으로 의식이 희미하다 보니, 죽어간다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구나 하고 혼자 탄식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두 해의 장기투병 때 병상생활을 했던 게 반년이 좀 넘고 그때만큼은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그게 힘들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가 헛되이 지나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병상에서 보냈던 나날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는 과거의 저보다 주변을 좀 더 생각하고 살피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믿으니까. 그리고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고 저 또한 그랬다 보니 장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는 마냥 남의 일이 아니고 자신의 실존의 문제라는 것을 더욱 잘 느끼고 있습니다.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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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22-04-21 19:41:38

유감스럽게도 요즘(4월 21일 기준)은 지하철역에서의 '불법' 시위로 인해 장애인들이 엄청나게 욕을 들어먹고 있더군요. 지하철을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불편까지 감수할 문제이느냐의 문제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저도 막상 장애인이 되어보면 저렇게까지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 이래저래 심란합니다.


뭐, 번역작업의 엄청난 부담감 때문에 앞으로는 역류성 식도염이 생기고 뒤로는 등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 있지만요.

SiteOwner

2022-04-23 14:57:18

말씀하신 그런 시위는 절대로 도움이 안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는 큰 문제가 있고, 저도 장기투병과 재활이 끝난 후 느꼈던 것이 많다 보니 산적한 현안이 해결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막무가내 시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고 타인을 설득할 여지도 스스로 없습니다. 인간은 거대담론에 휩쓸리는 것 같아도 실제 일상생활 속에서는 자신의 이해득실이 우선입니다. 즉 정치적 소비라는 것이 오래 갈 수 없는 것이고 아무리 장애인 인권이 중요하다고 공감하더라도 그 시위의 현장에서 불편을 얻게 되면 실망, 분노 등의 감정이 앞서서 그들의 주장을 전면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설득의 여지가 자멸합니다.


실제 1996년 여름에 있었던 한총련 폭력사태가 이랬습니다.

이전에는 학생운동권에 대해 직접 반대는 못하더라도 "애국하는 방법이 다르다" 라는 대의로 그들의 비행을 대체로 묵과하는 경향이 암묵적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총련 폭력사태 이후 여론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한총련 및 우호적인 인사들이 궤변을 일삼으며 폭력사태를 정당화했다 보니 이미 돌아선 여론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 이석씨 납치살해사건의 전모가 공개되면서 그들의 실체가 민주화운동가가 아니라 폭력배라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때의 상황이 거의 한 세대 가까이 지난 지금에 반복되고 있으니 결국 역사에서 배운 건 없는 듯합니다.


건강은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부담감 자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어떻게 가지는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왕고래

2022-04-22 00:08:10

비하용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경우가 많죠. 썩 좋아보이는 현상은 아니에요.

엔간하면 말을 잘 쓰려고 하는 편이고요, 그런 쪽에서는. 괜히 "애자" "애자" 했다가는 지나가던 누가 분명 불편해하겠지~ 싶더라고요.

주변의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고...

SiteOwner

2022-04-23 15:06:53

잘 생각하셨습니다.

역시 비하용어는 좋지 않지요. 그 자체로 좋지 않은 것은 물론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여러 효과도 달갑지 않은 성격의 것이 많다 보니 역시 피해야 하는 게 상책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비하용어가 하루가 멀다하고 증식합니다. 게다가 거대정당마저도 1번남이니 2번남이니 하는 것을 갖다 썼다가 대선에서 패했습니다. 얼마나 더 큰 대가를 치루어야 비하용어가 사라질지...역시 역사에서 배우는 게 없는 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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