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대학가의 6월은 조용했습니다.
6월의 전반은 다들 1학기 기말고사라서 정신없기도 한데다, 호국 보훈의 달이라서 운동권들도 이런 때만큼은 눈치를 보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6월의 후반이 되면 방학이니까 교내에 남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학기중보다는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나마 6월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평화, 반전 등을 말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당분간 집 근처에서 직업활동을 하다가 복학했을 때는 이미 21세기도 몇 년 지난 때였습니다.
그런데 대학내의 운동권들도 목소리를 많이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연대하여 한미동맹을 파탄내고, 미완의 조국해방전쟁인 6.25 전쟁을 조국의 승리로 완수하자고.
1950년 당시에 미군이 오지만 않았더라면, 그 조국해방전쟁은 1천명 정도의 사망자만 내고 완결되어 지금 해방세상이었을텐데 지금은 미국의 식민지 노릇이나 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대놓고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뭐, 그들 앞에 존재를 내세워봤자, 저는 카투사 출신이니까 만고의 역적이라서 그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니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에게 말을 걸면서 동조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다 보니 신입생 정도로 보여서였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했습니다.
"학우님, 조국해방전쟁 완수에 동의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는 학생에게 대답했습니다.
"그건 모르겠고, 그 조국해방전쟁 때 당신 조상이 그 사망자 1천명 중의 한 사람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저를 붙잡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지니 뒤에서 무슨 외침이 들렸습니다.
"야이 반동분자 새끼야!!"
이미 앞서 밝혀뒀지만, 이거, 21세기 이야기입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168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72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189 | |
공지 |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10 |
2023-12-30 | 360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2 |
2020-02-20 | 3863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01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5973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594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088 | |
4576 |
영국인 부호가 고희에 이루어낸 우주여행2 |
2021-07-12 | 117 | |
4575 |
여러 가지 이야기들.2
|
2021-07-11 | 132 | |
4574 |
중조우호상호협력조약 60년에 너무도 조용하다2 |
2021-07-11 | 134 | |
4573 |
추우면서 더운 7월의 밤의 한가운데에서. |
2021-07-10 | 110 | |
4572 |
현실과 창작물이 기괴하게 합성된 꿈 |
2021-07-09 | 122 | |
4571 |
2021년 메이저리그의 주목할만한 변화 둘6 |
2021-07-08 | 146 | |
4570 |
작은 선택들과 그로 인한 나비효과4 |
2021-07-07 | 190 | |
4569 |
밖에서 들려서 반가운 소리에 대해. |
2021-07-06 | 121 | |
4568 |
[유튜브] 고딕은 마법소녀 317회 스코어대회 영상4 |
2021-07-05 | 145 | |
4567 |
기상예보 관련으로 하나 더.2 |
2021-07-04 | 118 | |
4566 |
중심가의 상황은 이제 정상화되려는 건지...2 |
2021-07-03 | 121 | |
4565 |
일확천금이 나쁘다는 통념을 깨는 사고실험2 |
2021-07-02 | 142 | |
4564 |
중국공산당 창건 100년, 그들은 역사의 승자였나4 |
2021-07-01 | 178 | |
4563 |
대구백화점 본점의 폐점2 |
2021-06-30 | 119 | |
4562 |
6월 29일이 생일인 캐릭터 아사카 카린2
|
2021-06-29 | 140 | |
4561 |
휴먼에러는 그냥 해프닝에 지나지 않을까4 |
2021-06-28 | 132 | |
4560 |
어머니의 임종에 관하여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6 |
2021-06-27 | 187 | |
4559 |
김정은이 절대군주와 CEO의 자질을 겸비한 실용주의자?2 |
2021-06-27 | 129 | |
4558 |
폴리포닉 월드의 지구환경을 설정하고 있습니다2 |
2021-06-26 | 138 | |
4557 |
1천명 사망자의 조국해방전쟁 운운하는 사람4 |
2021-06-25 | 170 |
4 댓글
Lester
2021-06-25 23:56:17
직전 글에서 언급하신 그 폴 포트의 '충실한 앞잡이 나으리'도 그렇고 이번 글의 당사자도 그렇고, 그 따위 들을 가치도 없는 의견을 하나의 목소리랍시고 '일단은' 존중해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숙명이라니, 여러모로 참 막막합니다. 얼핏 듣기로는 헌법에 따라 민주주의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의견이 있지 않았나 싶지만요.
제가 다녔던 대학은 국립대여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렇게 드러내놓고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수업 바뀌는 시간에 난입하는 사람도 없었고. 있긴 했는데 그것도 사전에 교수의 동의를 얻고, 또 교수의 입회하에 연설(?)을 했더랬죠. 그것도 저런 '불온한(?)' 소리가 아니라, 인권 신장 얘기였던 것 같네요.
SiteOwner
2021-06-26 14:08:51
그래서 민주시민으로 살기가 쉽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은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이고, 독일에서 과거 바이마르 공화국이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히틀러의 전체주의 제3제국으로 이행한 데에 대한 반성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헌법수호청(Verfassungsschutz)같은 극좌, 극우 등의 극단주의자 동향파악을 전담하는 정보기관이라든지, 탈나치화(Entnazifikation)를 위한 각종 법제, 판결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입니다.
저도 국립대를 다녔습니다만, 역시 학교의 입지, 학풍, 시대 등이 다르다 보니 역시 천차만별인가 봅니다.
Lester님의 경우는 그나마 온건한, 그리고 관점의 차이로 볼 수 있었던...
시어하트어택
2021-06-27 23:43:05
저런 사람도 존재를 허락받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는 확실히 우월한 것을 알 수 있으니 참 다행이죠... 저 사람이 그렇게 원하는 시대가 도래하면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바로 숙청 아니었던가요.
SiteOwner
2021-06-28 20:24:08
그렇습니다. 2018년에 일어난, 최고 독서가 김정은 현수막 논란 또한 그렇습니다(옛날 애국심 유머, 김정은 소동, 米 무늬 벽지, 눕힌 초상화 참조). 민주주의 사회니까 저런 희대의 인간추물을 추앙할 자유도 있고, 그 추앙하는 대상에 대한 수식어를 써도 피살당하지 않고, 그러합니다.
1천명 사망자를 가볍게 말하면서, 그 1천명에 그들의 조상이 해당될 건 생각도 안 하는 머리에 기대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