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즐겨하는 게임중 하나가 칸타이 콜렉션이라는 물건 입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2차대전 구일본'제국'이 태평양 전쟁에서 사용하던 함선들을 모에화한 웹게임이죠. 일러스트와 성우진 그리고 웹게임이라는 단순함 덕분에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게임 소재 자체가 2차대전 구일본군의 함선이라는 것 (실제로 여기에 대항하는 적은 소위 '귀축영미'의 함선의 명칭이 들어감) 이라는 겁니다. 물론 게임 자체를 소프트하게 나가기 위함인지 우익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가미카제나 타 문제요소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겠다고 제작진들이 밝혔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근래 유명해진 모 글에서 처럼 칸타이 콜렉션을 '그네들의 전쟁을 탈정치화와 역사왜곡이라는 대의명분'을 고양이 발톱 숨기듯이 숨긴다는 해석은 여러모로 내놓은 근거로 인해서 웃고 넘어가기는 힘들며, 이미 상당수 게이머들이 그런 비판에 대한 반박 자체를 꺼리고 자기들끼리 폐쇄적인 커뮤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위축되는 상황입니다.
뭐 사실 저도 캐릭터 일러스트이면서 전함을 그럭저런 관심은 있는 편이라서 벌써 레벨을 50을 넘긴 데도쿠로서 윤리적으로는 그렇게 많은 말을 할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런 현상 자체가 신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전쟁을 다루는 매체중 하나로서 '모에화'는 사실 일본에서만 찾아볼수 있는 형태입니다. mw시리즈나 배틀필드는 공상적인 요소가 다분히 표현될 지언정 전쟁이라는 것 자체의 진지함을 잃지는 않았는데 반해 일본에서는 그런 병기들을 소녀나 누님으로 탈바꿈해서 서로 소꿉놀이 하는 수준으로 까지 내려버리니 (뭐 저는 소꿉놀이 보다는 야전이...) 어떻게 생각해보면 뭐.. 엽기적인 일이기도 하죠.
문제는 이런 개탄을 하더라도 하는 사람은 계속하고 저 자체도 그런 매체를 만들기까지 한 (물론 여기서 공개 못합니다.) 인간인 저도 이걸 딱히 멈출 생각도 없고.., 실상 이런 상황은 일본과 국내에서 매체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힘들단 말이죠. 웃긴건 그런 입장에 대해서 욕할수도 없는게 우리나라는 중국 다음으로 정규교육절차에 있어서 강력한 민족의식 주입이 존재하는 국가중 하나입니다. (정말 웃긴 일이지만 서방 연구자들 눈에는 한,중,일 중 가장 중립적인 성격의 교과서는 일본의 것입니다. 단지 2차대전에 대한 설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을뿐) 그럼에도 칸코레같은 게 인기를 끄는건 정말 놀라운 일이죠.
단기적으로 이런 변화나 이런 매체의 영향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2차대전에서 일본에 대한 탈정치화나 혹은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보기에 필요하다고 보이는 적대감을 약화시키는데 크게 공헌할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실 그게 저는 좋은건지 나쁜건지 답하기 힘들군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수 있는 원리를 가지지 못한 이념은 단순히 감정적인 구호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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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2014-01-23 22:17:55
무기와 전쟁이라는게 밀리터리 시뮬레이션 서바이벌 게임처럼 맞으면 앗따거 하는걸로 끝나는것도 아니고, 실제 그 현장에서 피해를 입은 민간인이 존재하기도 허니.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약간은 조심스러워지게 마련입니다. 총을 의무로도 취미로도 쏘아 보니 병기는 물론이요 밀리터리에 관련된 것에 대한 소위 [모에화]라는 것에 대해 좀 거부감이 들기도 해요.
반대로, 그 아기자기한 것을 먼저 접하면 전쟁이라는 것에도 두려움이 줄어들게 되는 걸까요.
히타기
2014-01-23 23:02:56
저는 앞으로 전쟁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더 약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데 실제 전장에서 NV운용자분을 알고있는데 (정확히는 발컨포병이지만) 실제 FPS에서 구현하는 NV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한국이라면 몰라도 만약에 아프간에 파병중인 미군이라면 FPS 게임 현실의 차이점이 그렇게 없을 것이고 거부감도 덜할 것이다. 그러더군요. 이건 간단한건데 플라스틱 보병 병사 모형으로 종이 판자를 대체하니 실제 병사의 발사에 대한 거부감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듯이 FPS나 전쟁이란 것 자체에 더 많이 알고있을수록 사람을 방아쇠를 당겨서 머리를 터뜨린다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이 덜해지는 겁니다. (없어지지는 않겠지요.) 아마 이건 그래픽과 매체의 확산에 따라 강해질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궁금해하는 부분의 끝은 지금의 UAV와 UGV기술과 이 상황이 결합했을때 어떤 형태로 나타나느냐는 겁니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미동부에 있는 병사가 리모콘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UGV를 조정하면서 현장에 있는 저항세력의 머리를 터뜨리는 것이죠. 이게 어떤식으로 전쟁을 바꿀지 그리고 사람을 바꿀지 궁금합니다. 다만 저는 이게 예측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도살자가 될수도 있고 혹은 프레데터 조종사 처럼 심한 PTSD에 걸릴수도 있겠죠. 저는 전자에 돈을 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