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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가다(2, 완)

데하카, 2014-11-09 09:52:06

조회 수
164

6일
벌써 휴가를 나온 지 절반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그간 휴가라는 것을 잊고 지내서 그런가?
오늘은 아버지를 따라 역 근처에 있는 시장에 다녀왔다. 아버지는 오랜만에 운전대를 안 잡고 조수석에 앉아 있으니 편하면서도 뭔가 허전한 듯하다고 하신다. 너무 편하게 앉아서 가셨던지, 도착한 것조차 모를 정도였다. 어쨌든, 도착해서 내가 문을 열어 드리니 좋으시다고 웃으면서 내리셨다. 시장은 내가 어렸을 적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시설 같은 건 개선되거나 했겠지. 하지만 그 분위기, 상인들의 활기와 사람들의 활기 같은 건 그대로라는 거다. 시장 상인들 중에는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좀 있는 것 같다. 브라운 씨네 대학 간 아들이라고 하면 좀 알아듣는 듯하다. 그 중에 아는 아저씨도 있어서 인사도 하고, 그냥 간단한 잡담도 하고 했다. 아버지는 역시 비료 같은 것을 많이 보신다. 뭐 농사일 때문에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나는 시장에서 이틀 전의 두려운 기억을 또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 과일가게를 보고 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 2명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남자들은, 그저께 본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장의 여러 가지 물건들과 상인들, 그리고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을 쓰윽 훑어보며 갈 뿐이었다. 심장이 굳는 듯했다. 경찰도, 군인도 아닌데... 폭력배 같은 자들도 아닌데. 내가 도대체 왜 저들을 두려워하고 있지? 이런 생각도 들기는 했지만, 마음속의 공포심이 더 컸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어깨를 툭툭 치며 가자고 할 때까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모양이다.
시장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도 그 검은 옷의 남자들 생각이 계속 났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을 똑바로 못하고 자꾸 삐뚤빼뚤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사고가 안 난 게 천만다행이지... 아버지는 그 와중에도 차가 흔들리든 말든, 곤히 주무셨다. 정말로 힘드셨나 보다. 집에 와서 어머니와 동생들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드디어 집에 왔구나! 하는. 나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던 것 같다.
어쨌든... 오늘 저녁식사 시간에는 안 보려던 뉴스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나오는 뉴스는 정치 뉴스다. 매일 처음 나오는 게 정치뉴스라, 그냥 듣는 척하며 흘려 넘겼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다른 채널로 돌렸다. 하지만 오늘은 왜인지는 몰라도, 채널을 돌린 게 후회된다.

7일
벌써 휴가를 나온 지 7일째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그러고 보니... 앞으로 3일만 있으면 이 긴 휴가도 끝나는구나. 그런데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기억은커녕 잊고 싶은 기억만 점점 생기니... 점심 식사 시간에는 후배 전화도 오고... 그런데 세훈이 녀석, 내가 휴가 간 것도 잠시 잊었나 보다. 기억력이 안 좋은 건가, 아니면 바빠서 그런 걸 생각할 틈도 없는 건가? 
뭐, 오늘 하루도 하루종일 아버지를 도와 드렸다. 과수원의 나무들은 왜 그렇게 잔가지가 많은지. 낮 시간의 절반을 가지치기로 보냈다. 그래도 오늘 다 했으니, 나름 다행인 건가? 집에 돌아와 보니 얼굴이 휴가 전에 비해 꽤 탔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어머니 할 것 없이 주말마다 집에 자주 오라고 그러던데...
오늘은 저녁식사를 하는데 왠지는 몰라도 뉴스가 틀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냥 놔두었다. 어차피 요즘 이런저런 일로 뒤숭숭해서 오락 프로그램을 틀어도 별반 기분은 다르지 않았을 테니. 역시, 첫 뉴스는 정치 뉴스다. 평소라도 TV를 틀어서 정치 뉴스가 나오면 바로 딴 데로 돌렸을 텐데, 오늘은 안 돌리고 그냥 봤다. 부모님도, 동생들도 다들 웬일이냐는 눈치다. TV에서 나오는 건, 언제나 그렇듯이, 시위 벌이는 사람들과, 국정 현안을 놓고 다투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다. 어머니는 저거 이제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다면 좋으련만...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잠이 안 온다. 평소 같았으면 슬슬 졸릴 시간인데. 걱정을 너무 많이 한 탓인가. 아니면 이제 휴가에서 돌아가서 또 일에 시달릴 걱정 때문에 그런 건가. 모르겠다. 오늘, 충분히 잘 수 있으려나...

8일
이제 내일 모레면 휴가가 끝난다. 슬슬 짐을 싸야겠지.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러고 보니, 내게 있어 뭐가 일상이지? 집이 일상인가, 직장이 일상인가? 헷갈린다. 사소한 것 같은데 그게 매일 고민된다. 아침밥도 제대로 안 넘어갈 정도로.
오늘은 주말이고 해서 바네사도 하루 종일 쉬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오빠인데 동생한테 뭔가 해 준 게 없으면 안 되지 않은가. 바네사, 안젤라 둘 다 데리고 나미까지 나갔다. 가는 길에 메이링 선배의 전화를 받았는데, 시내에서 만나자고는 했는데, 가는 곳이 달라서 아쉽게도 만나지는 못했다.
오랜만에 남매끼리 시간이라. 그런데 왠지는 몰라도 둘이서 재잘거리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마냥 좋았다. 동생들이 웃는 모습만 봐도 흐뭇해졌다. 그런데 이건 부모님들의 마음일 텐데... 나는 동생들과 나이차도 그렇게 안 나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들지? 어릴 때부터 챙겨 줘서 그런 건가. 점심 먹고 쇼핑몰을 갔는데, 왜 그렇게 물건은 많이 사는지. 바네사야 도시에 나올 기회가 적으니까 그렇다고 치더라도, 안젤라는 왜 그렇게 많이 사지? 인형, 연예인 포스터, 과자 등등. 집에도 많이 있는데! 덕분에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짐꾼이 되었다. 휴... 하나하나 볼 때는 그렇게 무겁지 않아 보였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은 식사하면서 리모컨을 한 번도 만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가족들이 채널을 돌리는 대로 봤다. 부모님과 동생들도 바깥소식은 진저리난 듯, 애써 오락프로그램이 나오는 채널만 보려 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뉴스를 보고 싶어했다. 왜일까? TV에서 하는 ‘음식원정대’ 같은 게 싫어서일까? 싫지는 않다. 그런데, 뉴스에 왠지 모르게 끌렸다. 저녁 시간 내내, 지금 이걸 쓰는 중에도. 왜 그럴까? 처음에는 휴가 동안 바깥세상을 잊고 싶어서 뉴스를 그렇게 꺼렸던 내가. 나도 모르게 바깥세상에 매몰된 걸까? 아니면 이게 내 숙명인 걸까? 모르겠다, 나도. 이것만 마저 쓰고 짐을 싸야지.

9일
이제 내일이면 이 긴 휴가도 끝난다. 벌써 잘 시간이 다 되어 간다. 아마 내일 이 시간쯤에는 숙소에서 일기를 쓰고 있겠지. 아니,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 낮은 그야말로 땀을 뻘뻘 흘렸다. 아버지는 내가 이제 휴가가 끝나니까 내가 있을 때 좀 많이 시켜 놓으려는 것 같다. 내가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쓰겠지만, 뭐 나는 거절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냥 했다. 처음에는 조금 불만스러웠지만, 과일이나 곡식들이 자라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까의 불만은 어디 가고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왜일까. 하기 싫었던 건데.
저녁에 토니와 미치가 식사나 같이 하자고 불렀다. 뭐 다들 바쁘고, 이 때 아니면 또 언제 다시 보나 해서 가 봤다. 예상은 했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자마자 다들 하는 말이 있다. 부럽다고. 이유야 당연하다. 어쨌든 직장이 있으니까. 내가 한숨을 쉬면 친구들은 뭐 그런 거 가지고 한숨이냐고 한다. 하긴,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휴학하기 전의 새내기 시절 말이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데 3달 이상 안 구해져서 집에다 도움을 청할 때가 몇 번이나 됐다. 아니, 학교 다니는 내내 집에서 돈을 받아썼지. 아르바이트는 하는데, 생활에 필요한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휴학하고 지금의 직장에 다니고 있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친구들은 좋다고 한다. 좋다니 좋은 건가? 어쨌든 친구들은 내내 나를 부러워했다. 그렇다고 내가 마음이 편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저녁 10시가 다 되어 가고 있다. TV 앞에 앉아, 누가 튼 것도 아닌데 뉴스를 찾아 돌렸다. 바네사는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정말 그렇게 보였나? 하긴, 매일 오락프로그램만 찾다가 뉴스를 찾아 돌리니 그럴 만도 하겠다. 오늘의 뉴스 자체는 별 볼일 없었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짐을 챙기고 있다. 이제 상당히 싼 것 같은데, 아직도 뭔가 허전한 기분이다. 뭘까? 이 묘한 감흥은. 내가 놔둔 것도 없는데. 내 일기장을 보면 좀 알 수 있으려나? 뭐, 추억은 가방에 쌀 수 없으니... 이제 여기만 쓰고 마저 싸야겠다. 빨리 자야지.

10일
여기는 전철 안. 별 생각은 없다. 휴가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차창 밖만 내내 바라봤다. 환승역에서는 많이 두리번거렸던 것 같다. 숙소에 돌아가면... 어떠려나? 다들 많이 바쁘다던데...
그나저나, 안젤라는 나를 왜 따라왔나 모르겠다. 역에 도착해서 막 개찰구를 통과하는데, 안젤라가 어느새 내 뒤에 따라와 있는 게 아닌가. 자기 말로는 집에서의 일상은 따분하다는데, 정말 그것 때문에 날 따라온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를 못하겠다. 하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나도 안젤라 나이에는 감수성이 폭발해서 여기저기 가고 싶었다. 뭐, 요즘은 직업 때문에라도 갈 수밖에 없지만. 이걸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안젤라는 매우 설레는 모양이다. 뭘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다. 충격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지. 그리고 다 보는 대로 얼른 돌려보내야겠다.

데하카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TheRomangOrc

2014-11-17 01:42:35

글이 읽기 좀 많이 힘드네요.

좀 더 가독성을 생각해서 배치를 해 보는건 어떤가요?


그리고 일 앞 뒤에 월이나 요일의 표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이왕 일 별로 일기 처럼 쓰시는건데 말이죠.

그리고 이 글이 전하려는게 무엇인지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HNRY

2014-11-18 12:49:12

사실 그 메인 작품이란 것도 포럼에선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본편과 무슨 연관이 있는 줄도 잘 모르겠네요.


실례되지 않는다면 본편의 링크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공개하기가 좀 그렇다면 쪽지로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TheRomangOrc

2014-11-18 13:35:02

기존에 다른 일기형식을 띈 작품들을 참고해 보시는 것도 좋을 거에요.

글의 양식이나 형태와 가독성은 조금 별개기도 하거든요.


제가 불편을 느꼈던 부분은 글이 너무 붙어있어서 읽기 번거로웠던 쪽이에요.

데하카

2014-11-17 23:59:29

가독성이라... 일기 형식으로 구상해 본 거라서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저것도 퇴고를 거친 것이거든요. 좀 실험적인 작품이기는 하지만...

날짜는 원래 설정집에 있기는 한데, 빼놓고 못 썼군요. 참고로 작품 속의 날짜는 전부 2월입니다.

그리고 저 작품은 성격상 지금 쓰는 메인 작품의 스핀오프격인 작품이라, 설정을 한꺼번에 다 보여 주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씩 찔끔찔끔 보여 주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은 개인의 심경 변화를 다룬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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