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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터즈] Chapter 1: 기묘한 하루. Episode 01

Papillon, 2020-10-02 02:52:01

조회 수
213

길드 숙직실 풍경은 언제 보아도 우울하기 그지없다.
하필이면 옆 건물과 지나치게 가깝게 붙어있는 바람에 햇빛 한 줌 들어오질 않아 작은 등잔만이 유일한 광원이다. 하다못해 마법등이라도 설치해주면 좋을 텐데 이놈의 구두쇠 길드마스터는 싸구려 촛불 하나를 비치해 두었을 뿐이다. 거기에 벽지라도 환한 색상으로 했다면 모를까, 자기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칙칙한 회색으로 도배해 놓으니 누가 보면 여기가 숙직실이 아닌 교도소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그나마 직원들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는 차 정도는 괜찮은 걸 구비해 두었지만, 하루 한 잔 이상 마실 경우에는 길드마스터의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 함부로 손을 댈 엄두조차 내질 못한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곳에서 1분 1초라도 있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억지로 숙직실 구석에 있는 간이침대에 몸을 누였다. 이런 곳이 아니면 이 빌어먹을 길드 건물에서 휴식 공간은 찾아볼 수조차 없으니.
아, 젠장. 난 어쩌다가 이 꼴이 되어버린 걸까?
침상에 누워 창틀에서 흘러나오는 곰팡내를 맡다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어린 시절엔 이야기 속 영웅이 되고 싶었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지켜내고 악당들과 싸우는 그런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영웅. 그런 영웅으로 변하고 싶었다.
학창 시절에는 그것이 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노력하면 언젠가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선을 다하자. 힘들 때마다 자신을 다독여가며, 쓸모 있으리라 확신할 수 없는 기술 배우는데 최선을 다했다.
구직활동하는 동안에는 결심이 흔들렸다.
대부분의 마법사 길드는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둔갑술(Shapeshifting).
희귀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인 쓸모없는 마도학파.
다른 동물로 변신할 수는 있지만 정작 동물로 변신하면 주문 해제를 제외하고는 어떤 마법도 쓸 수 없기에 버려진 마법학파.
그리고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내가 선택한 빌어먹을 학파.
그 선택이 내 발목을 잡았다.
면접관들은 내 학파를 지적하며 나를 업무 부적격자로 몰아갔고, 나는 최선을 다해 항변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국 심부름꾼 길드 하나 말고는 내가 일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자각했을 때, 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나는 영웅이 될 수 없었다. 내가 배우고 익힌 기술들은 영웅은 물론 범속한 마법사조차 될 수 없는 무가치한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마음속에 있던 열정이라는 이름의 성은 너무나도 손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나는 뭘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걸까?’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사색에 잠겼지만 답이 나올 가능성 따위는 없다.?
잠이나 자야 지.
그쪽이 이런 식의 반복되는 우울의 나선보다는 훨씬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 휴식 시간이 주어질 상황은 아니었나 보다.

“선배! 안에 계세요!?”

쿵쿵거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방 밖에서 다급한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가 가까스로 붙인 눈꺼풀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그 소리에는 당장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구 하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다급함이 담겨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리는 없을 터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마스터의 호출이에요, 선배! 급한 일이니까 빨리 오라고 하셨어요!”

내가 답을 도출한 것과 동시에 바깥에서 내가 정답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빌어먹을 마스터, 도저히 쉴 틈을 안 주네.’

당장 어제 밤샘 근무를 했다면 최소한 오늘 하루 정도는 비번으로 둬도 괜찮지 않은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차고 올라오는 불만에 순간적으로 그냥 호출을 무시해버릴까 하는 유혹을 느꼈지만,

“선배! 또 숨어 버리시면 마스터가 다음 임금 협상 때 급여를 10% 깎을 거라고 하셨어요!”

급여까지 깎아버린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지.
나는 한숨을 쉬면서 침대에서 천근 같은 몸을 강제로 일으켰다. 어제의 밤샘 근무의 영향인지 전신 관절이 비명을 질렀지만, 가뜩이나 생존을 위한 최소 금액에 가깝던 임금이 더 낮아지면 식사부터 걱정해야 할 판이니 깔끔하게 무시하도록 하자.

“그래, 그래. 나갈 테니까 좀 조용히 해라. 머리 울린다.”

우리 후배는 다 좋은데 목청이 너무 큰 게 탈이라니까.
그렇게 투덜거리다 보니 어느새 숙직실 문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이 있었다.

‘하, 정말 열기 싫은데.’
“열기 싫다고 버티시면 제가 문을 부수고 선배한테 청구할 거예요.”

우리 후배 독심술사 아니야?
문짝 너머로도 내가 생각하는 걸 꿰뚫어 보자 소름이 돋는다.
낡은 경첩에서 울리는 불쾌한 가동음이 들려오고, 숙직실의 암울한 어둠을 찢으며 복도의 밝은 조명이 스며들어 왔다. 그리고 그런 조명을 등지고 있는 것은 내 가슴팍 정도밖에 키가 닿지 않는 아직 앳된 티가 남아있는 여성.

“선배. 근무 시간에 숙직실에 계시면 어떡해요? 또 마스터 화내시는 거 보려고.”

오드리, 내 후배 직원이자 학창 시절 하급생은 제법 화가 났는지 미간에 주름이 잡힌 채 눈꼬리를 치켜올리고 있었다. 나름대로 화가 많이 난 것 같았지만, 솔직히 작은 체구 때문에 무섭지 않고 귀여워 보일 뿐이다.

“좋은 아침, 오드리.”
“아침도 아니고 좋지도 않아요, 선배. 지금은 오후 3시, 한참 근무 시간이고 길드마스터도 날뛰기 직전이라고요!”
“그 꼰대는 밤샘 근무한 사람이 잠깐 낮잠 자는 것 가지고도 그러냐?”
“밤샘 근무도 선배가 의뢰인 뒤통수를 후려쳐서 하게 됐으니까요.”
‘그건 그 손님이 너에 대한 음담패설을 떠들어대서 그런 건데 말이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에게 따져오는 후배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랬다가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억지로 말을 삼갔다.
뭐 귀여운 후배가 기분 나빠 하는 것보다는 내가 나쁜 놈 되는 게 나은 거지.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래서 대체 왜 부르는데? 내 짬에 시킬 일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글쎄요, 그건 저도 잘…….”
“그럼 직접 가봐야 하나.”
‘귀찮은데…….’
“알겠으니까, 넌 네 일 봐.”

중요한 일이면 자세히 말했을 테니까 적당히 얘만 보내고 다시 숨으면 되겠지.
하지만 이미 그런 내 생각을 읽고 있는지 우리 후배는 내 옆에서 도저히 떨어질 기미를 안 보인다.

“가도 된다니까?”
“싫어요. 선배, 저번처럼 절 보내 놓고 다시 도망칠 생각이죠? 표정에서 다 드러나요.”

순진하면서 이런 건 쓸데없이 눈치가 좋아.

“이래서야 누가 선배인지 모르겠네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내 곁에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이래서야 도주 같은 건 생각도 못 하겠네.
결국, 나에게는 조용히 길드마스터 사무실로 연행되는 것 말고는 남은 선택지가 없는 모양이다.


*** ***


숙직실에서 길드마스터 사무실까지는 제법 긴 복도가 놓여있다. 의뢰인이나 높으신 분들이 방문할 수 있는 길드마스터 사무실이 구질구질한 숙직실 근처에 있으면 안 된다는 우리 꼰대 길드마스터의 방침 때문이다. 그 긴 복도를 따라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우리 후배는 여전히 내 곁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노려보지 않아도 도망 안 친다.”
“그 거짓말도 서른두 번째예요, 선배.”

그렇게 많이 했나??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잘 떠오르진 않는다. 그런 내 모습이 한심해 보였는지 후배의 표정은 버섯이 자라난 낡은 걸레를 보는 표정처럼 썩어들어 가 있었다. 어지간해선 상처 입지 않는 나라도 조금 마음에 금이 간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정말 왜 그렇게 변하신 건가요?”

그런 내 표정을 읽은 건지 후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가?”
“선배 말이에요, 선배.”
“내가 뭘?”
“정말 몰라서 물어요?”

그렇게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도 난 잘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는 여기 취직한 이후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학창 시절이랑 비교하는 거예요, 학창 시절이랑. 그 시절에 선배는 이렇게 무기력하지 않았는데요.”
“그야 그 당시에는 어렸으니까.”
“오히려 지금이 더 어린애 같은데 말이죠.”

정말 한 마디도 지려고 하질 않네. 예전에는 이 녀석도 이러지 않고 좀 더 귀여웠던 것 같은데…….
응? 그러고 보니 쟤는 왜 이런 데서 일하기로 한 거지?

“넌 왜 심부름꾼이 됐냐?”
“네?”
“아니, 솔직히 너는 여기서 일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

내 둔갑술과는 달리 오드리의 연금술 전공은 어디서든 환영하는 학파다. 연금술사가 만들어내는 비약과 마도구는 전시와 일상을 가리지 않고 유용하고,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거기에 이 녀석, 솔직히 미녀지?
눈을 흘겨 오드리의 모습을 살짝 살펴본다.
키는 작지만, 굴곡이 확실한 몸매. 곱슬곱슬하면서 윤기 있는 장발. 거기에 안경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지는 모르지만 귀여운 강아지상의 얼굴.?
학교 후배이자 직장 동료라서 객관적이지 못한 시선일지도 모르지만, 어디를 가든 미녀 소리를 들을 만한 외모다. 귀족 가문이 전속 마법사를 고용할 때 외모 역시 평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우위에 설 수 있는 조건이다.

“제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 말인가요? 그건……”
“그건?”
“비밀입니다, 선배!”

그렇게 대답할 거면 그리 심각한 얼굴을 하지 말라고.
꼭 숨겨진 출생의 비밀이라도 털어놓을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주제에 저렇게 말하다니.

“지금 선배는 그 이유를 들을 자격이 없답니다. 옛 모습을 되찾아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영원히 듣지 못하겠군요.”
“그러지 말고 노력해주세요, 선배. 아, 도착했네요.”

조금 수다나 떨자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사무실 앞까지 와버린 모양이다.

“그럼 무사하세요, 선배.”

생긋 웃으면서 무서운 말을 남기고 떠나는 녀석.
뭐, 별일 없겠지?


*** ***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어지간한 귀족이 와도 제법 교양 있게 꾸몄다고 말할 법한 고급스러운 사무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드마스터의 취향인 검은색 벽지로 도배를 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목탄으로 어떤 광인이 칠해 놓은 것처럼 칙칙했던 숙직실과는 달리 흑요석을 녹여낸 것 같은 벽에는 중간중간 황금색으로 양각한 문양을 새겨서 경박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함을 더했다. 조명 역시 지나치게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보름달이 뜨는 날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아름다운 것이, 하나에 내 월급 수준으로 비싼 고급 마법등을 조명에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방 한가운데에 있는 최고급 흑단으로 만든 집무용 테이블. 조금이라도 가구에 대한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탁자 하나가 어지간한 서민 가정의 일 년 생활비 수준의 가격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들어오세요.”

그 책상 앞에 한 사람의 여인이 서류를 보며 앉아있었다. 최고급 비단에 견줄 정도로 매끄러운 머리카락을 어깨 정도의 길이로 짧게 자른 여인은 조각으로 깎아낸 것처럼 아름다운 얼굴 위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단 안경을 끼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는 대조되는 먹빛 금속제 안경테는 그녀의 얼굴에 신비한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얼굴 아래로는 흑색 일색의 단조로운 제복을 입었으며, 노출이 전혀 없는 제복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곡선이 뚜렷한 그녀의 몸매는 묘한 색기를 풍긴다.
이 사람이 제니퍼 리플리. 심부름꾼 길드의 마스터이자 내 상사. 그리고 겉보기에는 내 또래로밖에 안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내 할머니보다 많은 주책맞은 꼰대다.
서류의 확인을 끝낸 듯, 방에 들어온 내 모습을 본 마스터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

“뒈지고 싶냐?”

……내가 예상한 것 이상의 말이 그 매혹적인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왜요, 또.”
“왜요? 왜요?! 야! 너 내가 근무 시간에 낮잠 자지 말라고 했지! 너 내 말이 우습냐? 응?”
“아니, 어제 밤샘 근무였는데 그 정도도 못 쉬어요?”
“밤샘한 것도 네 탓이지! 아무리 그 녀석이 진상이라고 해도 우리 의뢰인이야, 의뢰인! 고객은 신이다. 그것도 몰라?”
“예, 예, 다 제 잘못입니다.”

여기서 내가 더 떠들어봐야 잔소리밖에 안 하겠지.
마스터는 여전히 짜증이 그득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이미 대화의 흐름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쳐다보기만 할 뿐 말을 이어가진 않았다.

“일 얘기나 하자.”

결국 그녀도 더는 실랑이를 벌여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한숨을 쉬며 책상 위로 내게 작은 물건을 내밀었다.
형태만 봐서는 단순한 디자인의 초커였다. 버클 부분의 은빛으로 빛나는 부분에 기묘한 문양이 음각되어 있지만, 그 외에 부분은 의도적으로 무언가 형태를 만드는 것을 배제한 듯 그저 기능성만을 갖춘 평범한 모습이다. 그와는 별개로 겉으로는 가죽 재질로 보이는 끈이지만, 마스터가 내려놓을 때 들린 소리를 봐서는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금속 재질로 만든 것이 분명해 보였다.

“마도구?”
“나도 모르겠다. 감정 주문에는 아무것도 안 걸리는 걸 봐서 마도구는 아닌 것 같은데…….”
“뭐 마도구가 아니라면 좀 비싼 물건인가 보지요, 뭐.”

슬쩍 물건에 마력을 흘려봤지만, 역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는 걸 보아서 마도구는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이걸 왜요?”
“배달해 달라고 하더라.”
“네?”
“배달 임무라고, 인마.”

고작 그런 거 시키려고 부른 거야?

“아니, 제 짬에 고작해야 배달 같은 거나 시킵니까?”

그 정도라면 오드리가 하기에도 격이 맞질 않고 보통 갓 들어온 신입이나 견습 길드원들에게 주는 임무다.

“평범한 배달 임무라면 그렇겠지.”

직후 내 앞으로 그녀가 읽고 있던 서류가 한 장 떨어졌다.

“의뢰인께서 도시 지하수로 한복판으로 들고 오라고 하신다. 거기에 영주 님의 허가는 받지 않고 말이지.”

영주 몰래 지하수로에 침입하라고?
그건 들킨다면 최소 감방, 최대 광장에서 목이 매달려도 할 말이 없는 중죄다. 아니 그 이전에 지하수로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24시간 경비병들이 3교대로 지키는 장소. 평범한 길드원들이 잠입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다.?

“뭐, 그러면 제가 가야 하는 거 맞네요.”

내 전공인 둔갑술은 이런 일이 아니면 쓸모가 없지만, 역으로 이런 일에는 최고의 효용성을 보이는 능력이니까.
자, 그러면 협상에 들어가 볼까?

“대신 이 일 끝내면 일주일 유급휴가 주세요.”
“이 자식이 진짜 끝까지……!”
“왜요? 어차피 제가 꼭 필요한 일도 드물고, 그동안 쌓인 휴가도 있는데?”

마법사의 법정 휴가 일수는 왕실에서 직접 정한 것이기 아무리 마스터라도 그걸 걸고 넘어가면 어쩔 수가 없다.

“하루.”

결국 똥 씹은 표정으로 어떻게 거래를 시도하는 마스터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루는 너무하지.

“엿새.”
“이틀.”
“닷새.”
“사흘. 이 이상은 없다.”
“오케이, 사흘. 그렇게 하죠.”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짧지만 만족할 만한 기한이다.

“아, 덤으로 이 일 끝내자마자 퇴근해도 되죠?”
“네 맘대로 해라. 이 빌어먹을 놈아.”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초커를 목에 걸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윽고 내 시야는 낮아져 어느새 마스터의 신발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마스터는 눈앞에서 내 모습이 사라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다시 업무로 돌아온다. 마스터 역시 내가 말을 끝내자 마자 변신해서 사라질 거로 생각할 테니까.
아무래도 지하수로에 파고들 거라면 이 모습이 제일 무난하겠지.
손을 들어보자 앙증맞은 작은 손과 칙칙한 잿빛 털이 가득한 통통한 팔이 눈에 들어왔다.
시궁쥐. 지하수로에 있어도 전혀 의심받지 않는 생물이다.
자, 이제 이 일만 끝내면 즐거운 휴가다. 사흘 정도 푹 쉬면 그동안 쌓인 피로도 말끔히 씻겨 나가겠지. 고작해야 배달 업무인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

Papillon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9 댓글

마드리갈

2020-10-02 03:13:58

일단 운영진 권한으로 게시물의 주소를 변경했음을 알려드릴께요.

처음의 게시물 주소는 말단이 83647이었지만, 대강당의 오랜만에 근황입니다 및 그 게시물에 추가된 저의 코멘트의 등록시점 사이에 등록되었기에 주소의 끝을 그 둘의 사이인 83655로 변경해 두었음을 알려드려요.


현재 게시물의 경우 이용규칙 게시판 제12조의 추가사항을 명시적으로는 위반하고 있지는 않지만, 문장의 배열에서는 약간 우려가 되고 있어요. 즉 문장을 문단 단위로 모아 주시길 당부드릴께요.


감상 및 제목의 제안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코멘트할께요.

Papillon

2020-10-02 03:50:18

음, 가독성이 나쁜 것 같아서 추가로 엔터를 넣었었는데, 일단 원본(워드에 써놓은 버전) 그대로인 상태로 수정해놓았습니다. 추가 수정이 필요하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마드리갈

2020-10-03 14:05:11

협조에 감사드려요.

설명과 대사 부분은 구분이 가게 한 행을 비워주시면 더욱 좋아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다시 한 번 협조를 구할께요.


이전에 발표한 방침인 [필독] 문장의 완결없는 개행에 대한 공개질의를 참조해 주시길 부탁드려요.

Papillon

2020-10-03 14:57:00

다시 수정했습니다.

아, 그리고 제목은 개인적으로는 최소 6화까지 본 이후에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화까지는 하이스쿨 DxD로 표현하자면 잇세 사망~초기에 소환되서 여러가지 의뢰해주는 내용 부분에 가깝거든요.

마드리갈

2020-10-03 21:51:04

수정된 것을 확인했어요. 앞으로 이렇게 해 주시면 더없이 좋아요.


그렇군요. 하이스쿨 DxD의 비유가 확실히 잘 이해되어요.

그러면 이 회차부터 숙독해 가면서 감상 및 제목의 제언을 하도록 할께요.

소설 게재를 축하드리며, 앞으로를 기대할께요.

마드리갈

2020-10-10 19:39:28

이제 내용에 대한 코멘트.


처음부터 꿈도 희망도 없는, 전도유망과는 무관한 주인공의 답답한 처지에 한숨이 나오네요.

게다가 자신의 입장을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것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하고 그 결과도 노력에 대한 보답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그나마 겨우 하는 일조차도 종사하는 보람이 없네요. 레디 메이드 인생이라는 건지...

의뢰받은 일은 운송업자로서의 업무. 그런데 이게 고작해야 배달 업무라는 말이 되기에는 예감이 꽤나 불길하네요.

대체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Papillon

2020-10-11 02:31:10

주인공의 처지가 그리 좋지는 않죠. 그래도 세계관 내 평민 중에서는 나름 중상위권이라는 것이 웃긴 일이지만요.

SiteOwner

2020-10-12 20:44:55

우선, 코멘트가 늦었음에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소설 연재에 대해 축하의 말씀을, 그리고, 이렇게 포럼에서의 활동을 활발히 해 주시는 점에서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숙독하면서 순차적으로 코멘트를 해 나가겠습니다.

제목이 정해졌군요. 시프터즈로(해당 게시물 링크). 수일 전부터 동생이 Papillon님의 소설 제목을 "SHIFT" 라는 영단어로 여러 고안을 하던 것을 봤는데, 시프터즈로 정해진 건 오늘 귀가하여 포럼을 보고서 알았습니다. 포럼에서 제목이 정해진 점에도 축하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 그 꿈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했던 저로서는 주인공의 처지와 생각이, 그리고 오드리에서는 과거에 친하게 지냈던 후배 여학생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렇게 구태의연한 일상이 어떻게 바뀌는가 기대반 걱정반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작중세계의 평민에서 나름 중상위권이라니...다른 사람들의 삶은 대체 어떤 건지 갑자기 충격적으로 느껴집니다.

Papillon

2020-10-12 23:57:20

주인공의 처지가 비인기에 취직 안되는 학과긴 하지만 나름 마법사이고, 블랙기업에 가깝긴 하지만 월급은 제대로 주는 길드 소속이니 어느 정도 중상위권이긴 합니다. 진짜 못사는 빈민은 애 하나만 남기고 다른 애는 무소속 연금술사들에게 실험용으로 팔아먹는게 공공연한 세계관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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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케이크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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