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로또의 추첨결과가 나오고 나면 조작이니 뭐니 하는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조작일까요? 간단한 수학적 지식으로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로또, 정확히는 동행복권 주관의 로또 6/45는 이름 그대로 1에서 45에 걸친 45개의 수에서 6개를 추첨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나오는 조합은 모두 8,145,060개가 되고 이것을 염두에 두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2023년 3월 4일의 제1057회 추첨결과를 보겠습니다.
제1057회가 제대로 출력되지 않는 경우에는 우측 상단의 회차 바로가기에서 1057을 선택하면 됩니다.
여기에서는 2등 당첨게임수가 이례적으로 많은 664개입니다. 당첨금은 6,985,880원으로 평소의 수천만원대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습니다. 그래서 조작이니 뭐니 하는 말이 많습니다만 글쎄요. 총판매금액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해당 회차인 제1057회의 총판매금액은 112,523,887,000원입니다. 1게임의 가격이 1,000원이니까 발매된 조합은 112,523,887개라는 의미이고 이것은 가능한 조합의 개수 총합인 8,145,060개의 13.81배를 넘습니다. 이렇다 보니 추첨결과와 완전히 일치하는 조합이 (발매된 조합)/(가능한 조합)의 수와 비슷하게 나오는 것은 이미 증명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조합이 빠져서 당첨조합이 안 나오는 게 더욱 어렵습니다.
물론 아주 재력이 많은 누군가가 특정 조합을 대거 사들이거나 권력자가 특정 조합을 조작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가능하겠습니다만, 여기서 의문이 하나 남는 것은 물론 해결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요?
누군가가 가능한 조합 8,145,060개를 모두 샀다고 가장해 보겠습니다. 1게임 1,000원이니까 그러면 들이는 비용은 8,145,060,000원이 되는데 그렇게 해서 1, 2, 3, 4, 5등이 나오더라도 당첨금은 들인 비용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즉 그렇게 해서 몇십억원씩 손해보는 것을 어느 누가 하겠습니까?
그리고 권력자가 특정 조합을 조작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사실 돈이 목적이라면 로또에 손을 안 대어도 얼마든지 더 크고 더욱 안전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명동 사채시장 같은 루트를 필두로 각양각색 있는데 굳이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 로또사업에 뭔가를 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득을 볼 지는 의문입니다. 저렇게 하면 위험은 위험대로 부담하고 얻는 건 정말 경미한, 하이리스크 로우리턴(High Risk & Low Return)이라는 최악의 선택지밖에 남지 않습니다.
그러니 조작 운운하기 전에 상황을 수학적으로 봐야 하고 또한 어떠한 행동이 낳는 득실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런 것만 제대로 해도 그럴듯한 일상이론(Alltagstheorie)이나 음모론(Conspiracy)에 속지 않습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157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64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183 | |
공지 |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10 |
2023-12-30 | 356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2 |
2020-02-20 | 3858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995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5967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591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080 | |
5266 |
또 터무니없는 물건을 사고 말았습니다6
|
2023-03-17 | 167 | |
5265 |
가벼운 취향은 과연 죄일까요?6 |
2023-03-16 | 148 | |
5264 |
"대한민국이 유일 합법정부" 표현이 부활한다2 |
2023-03-15 | 124 | |
5263 |
사이비 관련 프로그램이 화제로군요 (+옛날 작품 리뷰)6 |
2023-03-14 | 161 | |
5262 |
비염이 또 도지네요2 |
2023-03-13 | 116 | |
5261 |
로또 조작운운에 대한 간단한 수학적 검증4 |
2023-03-12 | 161 | |
5260 |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한일전 관전평.5 |
2023-03-11 | 129 | |
5259 |
미세먼지가 장난이 아니네요3 |
2023-03-10 | 122 | |
5258 |
악담의 정치에 실종된 민주시민의식2 |
2023-03-09 | 115 | |
5257 |
이란의 리튬광상 발견과 마주트(Мазут)의 역설2 |
2023-03-08 | 117 | |
5256 |
근래에 느낀 것들과 관심이 많아진 분야2 |
2023-03-07 | 112 | |
5255 |
아랍에미리트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한다면2 |
2023-03-06 | 118 | |
5254 |
모차르트의 호른협주곡 제3번을 듣고 있습니다2 |
2023-03-05 | 109 | |
5253 |
엘알 이스라엘항공이 일본에 직항편을 개설7
|
2023-03-04 | 159 | |
5252 |
감성굿즈 만물상14
|
2023-03-03 | 237 | |
5251 |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2
|
2023-03-03 | 122 | |
5250 |
요즘 애니에 뱀의 정밀묘사가 유행인 건지...(이미지 없음)2 |
2023-03-02 | 143 | |
5249 |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축구의 새 사령탑으로10
|
2023-03-01 | 157 | |
5248 |
일본에서 새로이 선발된 우주비행사 2명4 |
2023-02-28 | 125 | |
5247 |
최근에 지갑을 잃어버렸었습니다.4 |
2023-02-27 | 129 |
4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3-03-12 23:37:15
몇 년 전에는 빅데이터니 뭐니 하면서 TV광고도 한 예측업체가 있었죠. 귀에는 솔깃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그게 사기라는 걸 짐작했고, 아니나다를까 1년 정도 지나자 사기 기사가 뜨더군요.
SiteOwner
2023-03-15 01:02:47
예의 그런 업체들의 영업방식은 랜덤워크 가설 등 거창한 논리를 동원하지만 사실 그것밖에 없습니다. 만일 유료회원이 10만명이고 매주 10조합을 제공한다고 치지요. 그러면 매주 100만개의 조합이 나오는데 그렇게 발행된 조합이 운좋게 추첨결과에 부합하면 맞는 것이고 부합하지 않으면 빗나가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그러니 별 의미가 없습니다.
수학과 논리학을 공부해야 최소한 그런 사기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게 안되면 그 대가는 자기가 져야겠지요.
Lester
2023-03-15 03:05:19
논리학 고전(?)인 "논리야 놀자" 시리즈에서도 어느 두 선비의 이야기를 통해서 주장(혹은 논리)의 대상을 멋대로 바꾸지 말라는 교훈을 보여줬던 게 기억납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두 선비가 과거 시험을 보러 가고 있었는데 한 선비가 좋은 일에는 '나는' 재수가 좋다고 그러고, 안 좋은 일에는 '우리는' 재수가 없다고 하니 같이 가던 선비가 역정을 내고는 따로 갔다는 내용이죠. 이런 쉬운 예시들이 많아서인지 그 책을 달달 읽으며 논리(논리학 그 자체보다는 논법과 논리적 오류)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번 로또 사건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도 있는 걸 보면 역시 자기중심적인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기도 합니다.
SiteOwner
2023-03-18 21:30:47
그렇습니다. 자기중심적인 태도에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으름까지 더하면 이번의 로또 논란같은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이미 사고방식 자체가 고정되어 버려서 어떠한 논리적 설득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완고해져 있는 상태라서 도저히 답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힘쓰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