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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향을 좀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어요.
관심사가 여러 분야에 걸쳐 있고 대체로 가벼운 편. 그리고 깊게 파들어가는 분야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죠. 가벼움이나 라이트함의 정의라는 게 개인차가 엄연히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하겠지만, 일단 제 기준으로 보자면 그런 것이죠. 프로페셔널 레벨은 아니지만 일반인들보다는 조금 더 폭넓게 아는? 딱 그러해요.
대표적인 게 음악이죠. 저는 여러 시대의 그리고 여러 나라의 음악을 듣지만 주로 잘 듣는 것들은 짧고 가벼운 것들이 많아요.
중세, 르네상스 및 바로크의 각종 성악 및 기악작품은 대체로 짧고 편하게 듣기 좋은 것들이고, 근현대의 음악 중에서도 예술가곡(Kunstlied)이라든지 실사드라마나 애니의 주제가 같은 것을 잘 듣고 그래요. 대편성의 교향곡이나 오페라 등을 딱히 기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도 좋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혼재되어 있고 하다 보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런 저의 음악관이 이상하게 보이는 듯해요. 클래식 음악에 정통한 줄 알았는데 관심분야가 대중음악에도 걸쳐있는 것을 보니 변칙적이거나 사도(邪道)같이 보인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것저것 아는데 특정분야에는 천착할 줄 모르는 뿌리가 얕은 문화생활을 한다는 비판도 접한데다, 심지어는 좀 있어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냐는 헛소리로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비난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애초에 가벼운 취향이 과연 죄라도 되는 걸까요?
저는 단지 저의 취향이나 예술관에 부합하는 음악을 즐기는 것일 뿐인데.
가벼운 취향 운운하면서 폄하하기 바쁜 사람들에게 해줬던 말이 생각나네요. 무거운 취향이 있으면 가벼운 취향도 있는 거지, 매일 예술을 향유하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번민해야 할 이유라든지 의무라든지 가치라든지 하는 게 어디에 있는 것인지.
저는 그 가벼운 취향을 유지하는 데에도 바쁜 사람이라서 타인들의 그런 지적 따위에는 귀를 기울여 줄만큼의 중량감도 없고 그들의 취향에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어요. 저의 취향에 간섭하는 게 싫을 뿐, 그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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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키
2023-03-17 01:02:59
저는 제 스스로를 '바다처럼 넓고 접시처럼 얕은 식견'이라고 자평하곤 하지만, 한번도 그런게 부끄럽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취향에 맞다면 원작을 본 적도 없는 캐릭터 굿즈를 열성적으로 사모으는 반면, 취향에 안 맞으면 아무리 뭐가 유행하고 뭐고 인기 있고 해도 흥미도 안 가지는 성격이기도 하구요.
정작 그러다가 뒤늦게 귀신에 홀린 것 처럼 빠져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마드리갈
2023-03-17 13:18:26
바로 그것이죠. 자신의 취향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고 또 완전하니 그 이상 뭐가 필요할까요? 그러니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그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이고, 주변에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절 받아들일 생각이 없고 전부 무시로 일관하는 것이죠.
마키님이 소개해 주시는 것 덕분에 포럼활동이 즐겁고 보람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베토벤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성씨 바흐(Bach)는 그 자체로는 개울이라는 뜻이지만 바흐는 개울이 아니라 바다라고 말한 것이 옳다고.
Lester
2023-03-18 00:53:14
이 '바닥'에서는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라는 마법의 말이 있기도 하고, 더구나 자기가 모르는 분야라고 가벼운 취향이니 뭐니 운운하는 경향도 있긴 해요. 사실 그렇게 치면 게임이야말로 가장 가벼운 취향(이라기보단 취미)인데 어느 누구도 같은 게이머끼리 얕잡아보지는 않죠(가챠류 게임들의 악성 팬덤은 제외). 어쨌거나 저는 '가볍다' 운운하는 거 자체가 본인의 무지함을 드러낼 뿐이며 배우기를 거부하여 스스로 늙어가길 원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뭐가 됐든 새로운 깨달음을 얻거나 새로운 취미를 발견할 수도 있는 건데 '가볍다' 운운하는 건 그냥 타인에 대한 무시이자 교만이죠. 그래서 저는 무슨 취미가 됐건 최대한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마드리갈
2023-03-18 19:09:16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그렇게 남의 취향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아주 편협하기 짝없다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인데 말이죠.
사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해서 항상 장중한 것만 있지는 않아요.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여러 악곡 중에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당시의 브란덴부르크 변경백이었던 크리스타인 루트비히(Christian Ludwig, 1677-1734)를 위해 작곡된 6개의 협주곡으로 가장 환락적이라고 불려요. 즉 바흐의 음악작품이 그가 근무하던 라이프치히(Leipzig)의 교회에서 사용하기 위한 종교음악도 있지만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처럼 그 자체로 향유하는 즐거움이 추구되는 그런 것들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들도 역시 바흐의 음악인 점을 조금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 그런 것을 즐긴다고 폄하하는 것은 음악의 기본적인 기능인 엔터테인먼트를 부정하는 바보같은 소리에 지나지 않은 것이죠.
그렇게 헛소리하는 자들과는 깊은 친교도 없었고 그렇게 관계를 발전시킬 이유도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만일 그들이 또 나타나서 헛소리를 풀어놓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진짜 무거움을 원하면 무거운 예술작품을 감상하지 말고 당신 인생이나 무겁게 살아!!"
대왕고래
2023-03-19 03:09:38
제가 어릴적부터 인터넷에서 봤던 글귀가 있죠. "취향은 존중해주세요"라고.
근데 그 때도 말로만 저러고 결국에는 내가 옳니 니가 옳니 하고 싸웠던 거 같아요. 요즘도 그렇고요. 어쩌면 옛날에도 그랬을지도 몰라요.?
미술계만 봐도 "야수파"라는 화풍 명칭은 멸칭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이건 취향과 관련된 경우는 아니지만 넓게 보면 "너희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틀렸다"는 것이죠. 그게 즉 "니 취향은 틀렸다"인 것이고요. 과거부터 변한 게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이것 하나는 확실해요. 그렇게 "너는 틀렸다"고 못 박는 것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요. 왜냐면 지구상의 사람들은 그 긴 세월을 거쳐서 결국엔 "모두가 평등해야한다"는 결과에 도달했고, 그 결과는 존중으로 이어지거든요. 반대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건 평등을 부정하는 거죠. 최소한 딱 그것만이 옳지 못해요.
마드리갈
2023-03-20 17:28:29
누군가를 깎아내리려면 정말 있는 방법 없는 방법 다 동원하는데 그래봤자 그게 진실되었다는 의미는 절대 아닐텐데 말이죠. 그렇게 헛소리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얼마나 남아나길래 그렇게 낭비하는 건지 모를 일이예요. 사실 묻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고.
그렇죠. 대왕고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너는 틀렸다" 라고 못박는 그 자체가 틀렸고 또한 최소한 그것만이 옳지 못한 것이죠. 그들은 저를 비난할 수는 있었지만 결국 바보짓을 한 것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