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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고등학생으로서의 6년간을 보냈던 1990년대 전반에 꽤 유행했던 것으로 고구려 관련 유행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따른 국력의 상승 및 높아진 대외인지도에 힘입어 여러모로 국가적 자부심이 상당히 높은 시기였다 보니 역사 관련에서도 여러 유행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주도했더라면 지금 이렇게 한반도 남부에 갇혀 있는 신세가 아닌 통일된 대국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도 있었고, 고구려의 연개소문의 일생을 소설로 만든 책도 큰 인기를 끌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고구려 위주로 통일이 된 것 그 자체는 좋다 치죠. 그런데 그 뒤의 역사가 현실세계와 동일하게 진행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당시로서는 굉장히 위험한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그럼, 우리는 지금 한글을 쓸 수 있을까?"
이게 왜 위험한 질문인가 하면, 한글이 가장 과학적인 문자이고 그것을 쓰는 한국어가 가장 과학적인 언어라는 담론은 좌우를 불문하고 절대적인 금과옥조였다 보니 그러합니다. 당시의 인기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캐릭터 고등계형사 스즈키(해방 후 최두일)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양쪽이 쏘는 총에 맞는" 상황이었기에, 문제를 삼으려면 얼마든지 삼을 수 있었던 사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각급학교에서, 쓰는 말이 이상한 사람, 이를테면 북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가를 설문지로 조사하던 일도 많았다 보니, 한글이 없는 세계를 가정하는 것조차도 크게 불순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게 당시 실정법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도저히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과거에 융성했던 국가가 반드시 현재에도 강국으로 남아있다는 보장이 없고, 이것은 차고 넘칠만큼 역사의 사례가 많습니다. 과연 고구려 주도 통일이 되었다고 해서 그게 현대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그렇게 대체역사에 대한 흥미가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주류라면 고구려 주도 통일론이라든지, 환단고기(당시 표기로는 한단고기)에서 묘사되는 고대의 대제국이라든지, 임진록 등 고전소설이나 남벌 등의 만화에서 다루어지는 일본정벌인데, 저의 관심은 그런 분야에서 벗어나서, 역사가 갈리는 시점과 갈리는 동기 등에 무엇이 있고, 그렇게 해서 달라진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를 시뮬레이션해 보는 입장에 천착하는 식으로 깊어졌습니다. 그게 2000년대 후반의 미국 남북전쟁 관련의 몇 가지 설정으로 이어졌고, 이후 동생이 이 설정 데이터를 보고 참여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만든 것이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그랬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청소년기에 품었던 흥미가 긴 세월을 거친 끝에 폴리포닉 월드로 이어진 것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이번주 금요일로 벌써 6주년을 맞이합니다. 이번 해는 동생이 기념사를 작성할 차례군요.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고구려 위주로 통일이 된 것 그 자체는 좋다 치죠. 그런데 그 뒤의 역사가 현실세계와 동일하게 진행된다는 보장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당시로서는 굉장히 위험한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그럼, 우리는 지금 한글을 쓸 수 있을까?"
이게 왜 위험한 질문인가 하면, 한글이 가장 과학적인 문자이고 그것을 쓰는 한국어가 가장 과학적인 언어라는 담론은 좌우를 불문하고 절대적인 금과옥조였다 보니 그러합니다. 당시의 인기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캐릭터 고등계형사 스즈키(해방 후 최두일)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양쪽이 쏘는 총에 맞는" 상황이었기에, 문제를 삼으려면 얼마든지 삼을 수 있었던 사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각급학교에서, 쓰는 말이 이상한 사람, 이를테면 북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주변에 없는가를 설문지로 조사하던 일도 많았다 보니, 한글이 없는 세계를 가정하는 것조차도 크게 불순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이게 당시 실정법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도저히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과거에 융성했던 국가가 반드시 현재에도 강국으로 남아있다는 보장이 없고, 이것은 차고 넘칠만큼 역사의 사례가 많습니다. 과연 고구려 주도 통일이 되었다고 해서 그게 현대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그렇게 대체역사에 대한 흥미가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주류라면 고구려 주도 통일론이라든지, 환단고기(당시 표기로는 한단고기)에서 묘사되는 고대의 대제국이라든지, 임진록 등 고전소설이나 남벌 등의 만화에서 다루어지는 일본정벌인데, 저의 관심은 그런 분야에서 벗어나서, 역사가 갈리는 시점과 갈리는 동기 등에 무엇이 있고, 그렇게 해서 달라진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를 시뮬레이션해 보는 입장에 천착하는 식으로 깊어졌습니다. 그게 2000년대 후반의 미국 남북전쟁 관련의 몇 가지 설정으로 이어졌고, 이후 동생이 이 설정 데이터를 보고 참여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만든 것이 폴리포닉 월드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그랬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청소년기에 품었던 흥미가 긴 세월을 거친 끝에 폴리포닉 월드로 이어진 것이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이번주 금요일로 벌써 6주년을 맞이합니다. 이번 해는 동생이 기념사를 작성할 차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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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8-04-24 21:01:12
시간여행에 관해서 다루는 것을 보면 이렇지요. 영국 SF드라마 닥터후에서는 주인공 닥터가 죽는 것을 막았을 뿐인데 시간이 뒤틀려서, 과거랑 현재가 섞여버리는 일이 벌어지죠.?
물론 이건 SF드라마인데, 실제로 누군가가 죽지 않는 역사만 해도, 그 사람이 살아남았을 때 미래에 무언가를 이루는 세계를 생각해보면 엄청나죠. 예를 들자면, 평범한 미술가 지망생 히틀러가 지나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죽었다고 해 보자고요. (물론 나치라는 단체는 히틀러가 없으면 다른 사람을 대표자로 세웠겠지만요, 아예 저 사건으로 나치에 관한 게 전부 사라진다고 해 보자는 거죠.)
지금까지의 역사는 상처와 영광이 반복되어져서 만들어져온 역사죠. 상처도 영광도 전부 대한민국의 역사,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SiteOwner
2018-04-25 18:46:52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한 사건의 가감만으로도 역사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것을 약간 다르게 표현하면, 역사에서 좋은 부분만 취사선택할 수도 없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지나간 영광 등에 집착할 이유도, 어두운 부분이 있는 역사라고 부정해야 할 이유도 모두 초월하기 마련입니다.
좋은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