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자면서 꾼 꿈이 기묘하기 짝이 없는데, 내용이 확실히 기억나서 포럼에 옮겨보겠어요.
꿈 속의 저는 대학생이었고, 논문을 한 편 읽고 있었어요.
마르크스주의적 탈원전과 반핵이라는 제목의 논문인데, 지금 시점에서 해외 웹을 검색해 보니까 비슷한 이야기가 있긴 하네요. 영국 캠브리지 대학 출판부 사이트에 소개된 원자력과 마르크시즘에 대해 쓴 저작물인 When the whip comes down: Marxism, the Soviet experience, and the nuclear revolution(채찍이 내리쳐질 때 - 마르크시즘, 소련의 경험과 원자력혁명)이라든지...
아무튼 그 논문을 읽고 있는데, 이론 전개가 기묘했어요.
원자는 전자와 양성자와 중성자를 착취하고 있고, 연쇄반응에 의한 핵분열은 원자단위의 인민혁명, 수소의 핵융합에 의한 헬륨 원자핵의 형성과 에너지 발생은 민중의 힘이 창조해 낸 인민의 영도자 어쩌고 하는, 무슨 소리인지 모를 그런 것이었어요. 그리고 결론은 앞의 논리전개와는 무슨 상관이 있을지도 모를, 인민의 힘을 착취하는 원자력발전을 제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
이 논문을 읽고 어이없어 하던 것을 보고, 교수가 다가와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칭찬하면서, 그 논문이야말로 훌륭하지 않냐고 물어 보네요. 저는 반문했어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이 왜 이렇게 섞여야 하는가, 이 논문은 결국 별 내용도 없는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데다 논리전개며 결론이며 대체 뭘 읽었는지를 모르겠다고.
교수가 화를 내네요. 마르크스-레닌주의야말로 진리인데 왜 진리를 외면하느냐고.
그러면서 저에게 이런 말까지 하네요.
"자네는 혹시 극우반동 매판자본가의 딸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대학을 나가 주게. 진리의 전당에서 자네만큼은 필요가 없어."
그리고는 저를 건물 밖으로 밀어내려고 하네요.
그 순간에 잠이 깼네요.
대체 꿈 속의 그 논문은 뭘 말하고 싶었던 건가요?
게다가, 의문을 가지면 진리를 외면한다느니 극우반동 어쩌고라니, 정치병이 참 더럽게 든 교수였구나 하는 생각만 들 뿐이네요.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157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164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183 | |
공지 |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10 |
2023-12-30 | 356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2 |
2020-02-20 | 3858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995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5967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591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080 | |
3446 |
"학생답지 않다" 라는 비난을 회고해 보면...11 |
2018-10-12 | 276 | |
3445 |
목요일인데 금요일같은 기분 그리고 일상 이야기4 |
2018-10-11 | 178 | |
3444 |
"당신은 아이의 안전을 단속 시간에만 지키나요?"6 |
2018-10-10 | 269 | |
3443 |
차는 좋아하지만 다도 등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4 |
2018-10-09 | 190 | |
3442 |
간단히 써 보는 음악관8 |
2018-10-08 | 232 | |
3441 |
[황금의 바람] '그'와의 만남2
|
2018-10-07 | 134 | |
3440 |
아니 이렇게 빠를 필요는 없는데...4
|
2018-10-06 | 144 | |
3439 |
갑자기 긴장이 풀어졌어요2 |
2018-10-05 | 130 | |
3438 |
태풍의 영향에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4 |
2018-10-04 | 144 | |
3437 |
실용화를 앞둔 진공튜브열차 하이퍼루프에의 의문2 |
2018-10-03 | 152 | |
3436 |
디톡스라는 이름의 독 - 3년 뒤의 후일담2 |
2018-10-02 | 142 | |
3435 |
자동차 관련의 짧고 가벼운 이야기4 |
2018-10-01 | 186 | |
3434 |
꿈에서 본 기묘한 이론과 정치병2 |
2018-09-30 | 159 | |
3433 |
군장비의 능력에 관한 의외의 척도 하나4 |
2018-09-29 | 201 | |
3432 |
[작가수업] 공들여 쓴 최근 연재분을 그냥 지웠습니다5 |
2018-09-28 | 171 | |
3431 |
한복 위기론이 놓치고 있는 쟁점2 |
2018-09-27 | 141 | |
3430 |
감기 걸려서 앓아눕고 있습니다.3 |
2018-09-26 | 147 | |
3429 |
남자는 역시 커도 애라는 말을 스스로 느낍니다.6 |
2018-09-26 | 185 | |
3428 |
추석은 잘들 쇠셨나요 / 현대판 도시국가(?)에 대해서6 |
2018-09-26 | 189 | |
3427 |
캐릭터 관련의 글에 관한 의견을 듣고 있어요6 |
2018-09-25 | 225 |
2 댓글
앨매리
2018-10-02 08:38:16
비록 꿈이라지만 혈액성 성격설, 그리고 알통의 굵기가 진보와 보수를 가른다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한 이론이네요. 기승전결에서 결을 빼고 정치를 갖다넣은 것 같은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현실에서는 저것과 비슷한 일도 꽤 있고 저것보다 더한 일도 있다보니 좀 으스스해지기도 합니다. 미래가 배경인 디스토피아물에서는 저런 일이 일상이 되는 경우도 있고, 현실은 픽션보다 더하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마드리갈
2018-10-02 13:14:42
꿈에서 깨고 나서 나는 어디인가, 여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이 같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도 꿈으로 끝난 게 불행중 다행일까요?
현실에서도 저런 일이 있었고, 실제로 큰 병폐를 만들기도 했어요. 제정러시아-소련시대의 육종학의 선구자 이반 블라디미로비치 미츄린(Иван Владимирович Мичурин, 1855-1935)이 일구어 놓은 농업정책은 트로핌 데니소비치 뤼셴코(Трофим Денисович Лысенко, 1898-1976)가 박살내 버렸어요. 스탈린 시대 소련에는 반지성주의가 횡행했고, 유사과학 정도로밖에 볼 수 없는 그의 농업관은 사회주의 이념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정책에 적극 반영되었어요. 그리고 이건 스탈린 사후에도 계속되고 그 결과는 소련이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대량으로 사오지 않으면 인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을 정도의, 그리고 지금도 그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을 정도로 혹심한 농업 황폐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