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다는 수식어와 음악관이라는 용어의 중량감이 뭔가 안 맞는 것같이 보이지만, 이 표현이 그나마 가장 간결하게 이 주제를 표현할 것이라 보고 채택했어요.
그래요. 여기서 써 보고 싶은 것은 음악에 대한 저의 여러 관점.
전부터 다루어 보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써 보네요.
기본적으로, 전 음악 그 자체에 대해서는 시대불문, 권역불문, 그리고 장르불문 원칙으로 대하고 있어요.
즉 저의 취향에 부합한다면 딱히 가리지는 않는 것이죠.
그래서 중세음악에서 현대음악까지, 국내외 여러 나라의 것을, 딱히 어느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를 듣고 있어요. 아직은 살아온 날이 그리 길지만은 않다 보니 여전히 아직 모르는 음악, 알아야 할 음악은 많은 것이지만.
취향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하자면, "음악은 기분좋은 자극" 이라는 지론에 동의하고 있어요. 이것은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Nikolaus Harnoncourt, 1929-2016)의 음악관을 대표하는 표현이기도 하죠. 그래서 시대고증에 의한 정격연주든 현대적 편성에 의한 연주든 혼성연주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음악의 퀄리티 자체이고, 그래서 시대고증을 좋아하면서도 딱히 집착하지는 않고 있어요. 음악이란 현재에 재현되는 것으로 그 존재가 드러나는 예술이니까요. 바로크 음악을 좋아하긴 해도 의외로 낭만주의적으로 해석된 것이 더욱 즐겁게 들린다든지 하는 것도 자주 느껴지고 있고, 그것을 딱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고 있어요.
전체적으로도 잘 짜여 있고 세부적으로도 잘 다듬어진 음악이 좋긴 하지만, 개별 악곡에 따라서는 그 두 가지 중 하나에 편중된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 저의 선택은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은 쪽. 부분적으로는 괜찮은데 합쳐 놓으면 이상해지거나 모호해지는 음악은 제 음악관에 배치되고, 그래서 거부감이 들기도 해요. 대표적인 작곡가가 독일 후기낭만파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그래서 말러의 음악에 대한 선호, 유행을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죠.
아티스트에 대한 선호는 범위, 취향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긴 해요.
성악의 경우는 대체로 이런 게 있어요.
클래식 음악의 영역에서는 남자성악가를 확실히 좋아하고, 특히 영국 성악의 전통 중의 하나인, 남자성악가가 알토 음역을 담당하는 카운터테너(Countertenor)를 특히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요. 여자성악가의 경우는 특정인 위주의 선호가 분명한 편.
팝의 경우에는 남자가수는 고령인 편이 확실히 좋고, 남자아이돌에는 거의 관심이 가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여자가수는 대체로 연령대와 선호에 딱히 상관관계가 없고, 걸그룹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가 간혹 인상이 강렬하게 남는 경우가 있긴 해요. 이를테면 한국의 여자친구, 우크라이나의 누 비르고스(Nu Virgos) 등.
악기에 대해서는 묘하게 시대착오적일까요.
현대의 악기가 싫은 것은 아닌데 고악기를 더 좋아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프랑스의 지휘자 크리스토프 루세(Christophe Rousset, 1961년생)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보다는 쳄발로를 더욱 친숙히 여겨 왔다고 했고, 그가 주로 다루는 음악 또한 바로크 시대의 것. 저는 그의 그 발언에 상당히 동감하고 있어서, 바로크 건반악기 음악은 역시 쳄발로로 연주하는 게 본연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음번에 음악 관련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때에는 흔히 접하기 힘들지만 듣게 되면 매력이 느껴지는 악기에 대해서 다루어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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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대왕고래
2018-10-08 21:17:14
어떤 음악이든 각자의 맛이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되죠. 취향이 아닌 건 거른다고 해도 거를 게 없다는 생각까지도 들고요. 그래서 공감되네요.
게다가 옛날 악기가 더 좋다는 생각에는 어느정도 동감하는 게, 저도 요즘 것보다는 옛날 게 오히려 더 좋아보이고 멋져보이는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어쩌면 이게 보편적인 걸지도 몰라요.
마드리갈
2018-10-08 21:33:20
마음에 드는가 들지 않는가는 개별 악곡으로 판단하는 게 가장 좋죠.
특정 장르라고 해서 편애해야 할 이유도 배척해야 할 이유도 없어요. 개별 악곡에 대한 실례이기도 하죠.
옛날 악기의 음색은 현대 악기의 것에 비해 그리 정교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강약 조절 등에서도 한계가 있다든지 등등 각종 기술적인 문제도 안고 있어요. 게다가 주법도 크게 다른 터라 피아노 연주가 능숙하더라도 피아노와 달리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쳄발로는 익숙해지는 데에 꽤 연습이 필요한 등, 듣는 사람이든 연주하는 사람이든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되어요. 그 새로운 체험이 어떤 가치를 지니느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이거예요. 체험할 가치는 충분히 있고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마키
2018-10-10 12:33:16
한 노래에 꽂히면 도합 백시간을 넘게 주구장창 그것만 반복재생으로 듣기도 하네요. 또 뭔가를 할때는 항상 작업용 노래를 틀어놓는데 이때도 평소에 자주 듣던 노래 아니면 아무 생각없이 흘려들을수 있는 피아노 연주나 오르골 편곡, 칩튠(8비트 풍 편곡 음원) 같은걸 자주 듣네요.
애니메이션 노래 모음집은 보는게 없다보니 자연히 아는 노래도 거의 없는 관계로 자주 듣지는 않는 편이네요.
마드리갈
2018-10-10 15:50:23
한 곡을 연속으로 그렇게 들으시다니!! 굉장해요.
같은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들어본 경험이 없지는 않지만, 마키님처럼 해 본 적은 없다 보니 놀라울 따름...그렇게 듣게 되면 음표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악보의 행간까지 다 외울 것 같아요.
애니를 잘 시청하지 않으면 애니음악도 가까이 하기 좀 그런 경우가 있어요. 이해해요. 저 또한 비슷한 경우가 있으니까요. 게임을 잘 하지 않다 보니, 플레이 경험이 있는 게임의 것이 아니면 거의 모른다든지.
카멜
2018-10-11 01:51:20
어떤 전문가가 저의 음악 취향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저의 음악 취향을 모르겠어요 워낙 넓어서요.?
영화는 '왓챠'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음악은 어찌ㅠㅠ
마드리갈
2018-10-11 13:51:46
그러시군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카멜님의 음악 취향을 진단할 수는 없겠지만, 저 또한 좋아하는 음악의 범위가 넓다 보니 말씀하시고 싶은 그 심정만큼은 확실히 이해가 되고 있어요.
예전에 썼던 글 하나를 소개해 드릴께요.
http://www.polyphonic-world.com/forum/auditorium/48107
여러 나라의 음악을 듣다 보니 간혹 정체성 혼란도 생기고 그러해요.
앨매리
2018-10-13 16:14:26
저도 듣기 좋으면 나라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긴 하지만... 예전에 들었던 음악만 계속 반복해서 듣는 습관이 있고, 최근 노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주로 2000년대 이전의 록 또는 팝 음악, 아니면 2000년대 초반의 음악 등을 주로 듣다보니 주변에서 추천받거나 우연히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지 않는 이상 듣는 노래들의 범위가 자연스레 좁아지더군요.
마드리갈
2018-10-14 14:34:29
그러시군요. 제 경우와 많이 비슷해서 공감하고 있어요.
그나마 저는 매분기 출시되는 신작애니 덕분에 요즘의 음악을 접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다 보니 조금씩은 접점이 생기고 있어요.
색다른 음악에 대해서는 앞으로 음악 관련 글을 좀 더 자주 다루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