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아직 수라(水剌) 준비를 하고 있을 소주방(燒廚房)에선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지나가던 금위영(禁衛營) 병사들이 나인들이
음식이라도 만들어 먹는가 싶어 들여다 보려 했지만 강녕전(康寧殿) 쪽에서 걸어오는 상선과 그를 따르는
내시들을 보곤 입맛을 다시며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전하께서 아직 멀었냐고 물으셨네! 아직도 준비가 안된겐가! 전하의 수라를 제대로 준비 하지 않는 건 커다란 불충일세!”
상선 최형석은 소주방에 들어서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쪽도 없는
늙은 고자가 무슨 힘이 아직도 남아 있어 저런 큰 소리가 나오는 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벼락 같은 호통에 수라를 준비하는 나인들의 손은 더더욱
바빠졌다. 어제 자(子)시에 야참으로 국수를 드시고 강정까지
드신 분이 벌써 소화가 다 되신건지 기침하시자마자 수라를 찾으시는 걸 보아 잃었던 식욕을 다시 되찾으신 것이 아닌가 싶어 상선의 마음은 더욱 더
조급해졌다. 수라를 제 때 올리지 못하기라도 하면 애써 돌아온 식욕이 다시 달아나기라도 할까 소주방
앞에서 수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다 되었습니다, 강녕전으로 가셔서 기다리시지요.”
수라상궁이 다 되었다는 말을 하자 상선은 헛기침을 크게 하고는 강녕전으로 되돌아갔다 나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수랏상을 들고 강녕전으로 갔다.
“전하, 소주방에서 수라가 다 준비 되었다 하옵니다.”
상선은 침소 바깥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임금께 말을 올렸다. 혹시나
임금의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지 노심초사하며 머리를 최대한 조아렸다.
“전하, 수랏상이 왔사옵니다.”
기미 상궁 금(琴)씨가
그리 말하자 생각시들이 문을 열었다. 침소에 앉아 있는 이 나라 조선의 임금 이윤(李尹)의 모습이 보였다.
“수라를 제때 올리지 못하여 송구하옵나이다. 불충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
“내 식욕이 돌아온 것 같아 일어나자마자 수라를 내오라 시켰느니라. 편히
쉬지도 못하고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금씨는 머리를 조아렸다. 나인들이 수랏상을 임금의 앞에 내려놓자
기미상궁이 그릇에 담긴 것들 것 하나씩 먹어보며 독의 여부를 검사했다. 이상이 없자 임금께서 수라를
드시기를 기다렸다.
“어제 야참을 만든 이의 솜씨가 아주 좋더구나, 상선은 추후
포상을 내리도록 하여라.”
임금은 숟가락을 들었다. 금으로 만든 숟가락으로 밥을 퍼서
입에 넣고는 꼭꼭 씹었다. 기미 상궁과 나인들은 늘 그랬지만 혹시나 오늘 올린 수라가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하며 임금의 식사를 바라보았다.
“맛있구나, 맛있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임금의 식욕이 돌아온 것이 틀림 없었다. 상선은 맛있게 수라를 드시는 임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별기사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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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3-05-04 13:21:43
왕실의 어느날 식사로군요. 눈앞에서 사극 한편이 보이고있어요.
마드리갈
2020-01-18 23:05:34
[내용추가중]